욕심, 식탐, 성욕, 우울, 분노, 시기심, 교만 그리고 불안
2017년 초가을 어깨와 목이 아파서 거북목인 줄 알고 정형외과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아무 이상도 없단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함께 있었다. 얼마 뒤부터는 눈이 침침하고 초점이 잘 안 잡혔다. 안과에 갔는데, 또 아무 이상이 없단다. 이번에는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불안한 마음이 더 컸다. 그때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아! 큰 병이어서 목도 눈도 아팠구나 생각했고, 나름 유명한 신경외과에 가서 검사를 했다. 어? 또 아무 이상이 없단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지금 아픈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구나!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었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권면하는 목사이고, 학부와 대학원 시절에 심리학도 공부했고, 그 당시 연구소에서 정신분석 공부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안장애라니? 건강염려증이라니? 물론 정확한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증상이 발현된 것만으로도 당황스러웠다. 왜 갑자기 불안해졌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몇 가지 사건이 떠올랐지만, 그 정도로 갑자기 불안해졌을 것 같지 않았다.
도대체 나는 왜 갑자기 불안해졌을까?
다행히 내가 불안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름의 노력을 했더니 곧 불안 증상이 멈췄다.(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불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세히 다루겠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내가 왜 갑자기 불안해졌는지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를 불안하게 만든 것은 크고 대단한 사건이 아니었고,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이 쌓여서 그랬던 것임을 말이다.
위의 사진은 미세먼지가 많았던 어느 날 교회에 출근하기 위해 양재천을 걷다가 찍은 것이다. 이 사진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다, 아니 커다란 건물이 숨어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롯데월드타워이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증거 사진도 함께 올린다.
신기하고 재미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고 화려한 건물을 말 그대로 미세하고 보잘것없는 미세먼지가 완벽하게 사라지게 했다니 말이다. 작다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작아서 우리에게 걸리지 않고 마법처럼 건물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다. 내 마음을 압도한 불안도 그랬을 것이다.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닌, 미세먼지 같은 작고 사소한 녀석들의 공격이었을 것이다.
6세기에 교황 대그레고리오 1세는 사람을 죄와 불행에 빠지게 하는 미세먼지와 같은 7가지 마음을 제시했다. “욕심, 식탐, 성욕, 우울, 분노, 시기심, 교만”이다.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마음들이다. 가족들과 순댓국을 시켜 먹은 적이 있었다. 4명이서 3인분을 나눠 먹었기 때문에, 나는 순대와 고기를 조금 더 먹으려고 아들과 눈치싸움을 했다. 자식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데, 난 그 자식에게 식탐을 부렸다. 교회에 차로 출근하는데 옆 차가 갑자기 지시등도 안 켜고 차선을 변경했을 때에는 이런 "삐~~~!" 분노의 질주로 교회에 출근하곤 한다. 교회 청년의 권유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었다. 당연히 될 줄 알았다. 이건 교만이었고, 이틀 후 ‘이번에는 작가로 모시지 못하게 되었다’는 공지를 받고는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는 이들이 부럽고 미워졌다. 이건 질투다. 다 말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나머지 마음들도 늘 나와 가까이 있으면서, 불쑥 찾아오곤 한다. 교황이 제시한 마음은 아니지만 불안 역시 내 마음을 어둡게 만든다. 이 마음들이 미세먼지처럼 나를 공격한 범인이었다. 그러면 이 마음들을 없애야 할까? 없애 버릴 수 없다. 아니 외면하거나 버리면 안 된다. 왜냐하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처럼 나름 긍정적인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욕심과 시기심은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성’은 사랑과 예술로 승화되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사람이 아프면 바로 식욕이 떨어지고, 잘 먹으면 건강해지니, 잘 먹으려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되겠다. 한편 화려하고 여유로운 sns의 사진이 넘쳐나는 시대에 나도 나름 잘 살고 있다는 교만과 착각은 우울한 현실에 작은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불의와 거짓에 아무도 분노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까? 화낼 때에는 화내야 한다.
마음이 미세먼지라더니, 이제는 또 도움을 준다고? 그럼 어쩌란 말인가? 같은 씨앗도 어떤 땅에 심고, 어떤 농부가 키우느냐에 따라서 피우는 꽃과 열매가 달라지는 것처럼, 같은 마음이라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미세먼지가 될 수도 있고, 상쾌한 공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마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앞으로 함께 이야기하려고 한다.(욕심, 식탐, 성욕, 분노, 무기력, 질투, 교만, 그리고 불안)
미세먼지와 자동차 매연 등으로 대기질이 좋지 않으면, 감기에 걸리기 쉽다.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같은 마음들을 방치하면 마음의 감기에 걸린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은 심리 증상들이 감기처럼 흔하다. 그러나 너무 겁먹을 필요 없다. 누구나 쉽게 감기에 걸리지만, 조금 쉬고 나면 금세 회복하는 것처럼, 누구든지 감기에 걸리듯 불안에 압도될 수 있고, 우울감에 무기력해질 수 있지만, 충분히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담임목사님과 교회 옆 회사 구내식당에서 백반을 먹지만, 내가 감기에 걸리면 목사님은 잘 먹어야 한다면서 꼭 맛있는 음식을 사주신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누군가 감기에 걸리면 그 사람이 먹고 싶은 음식을 다 같이 먹는다. 얼마 전에는 아내가 약간 몸이 안 좋아서 쌀국수를 함께 먹었다. 감기약도 아니고 흔하고 소박한 음식들이지만, 같이 맛있게 한 끼를 먹으면 왠지 힘이 난다. 앞으로 함께 나눌 이야기도 마음의 감기에 걸린 이들을 딱 그 정도 위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