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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Dec 16. 2022

희망과 기대의 차이점은?

 하이데거는 ‘희망함’(Hoffen)과 ‘기대함’(Erwarten)을 구별하며, 기대함이 더 나은 태도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희망함에는 하는 사람의 구체적인 바람과 무엇인가에 대한 고려가 담겨 있는 반면에, 기대하는 사람은 순응의 태도로 오히려 자신의 바람을 자제하기 때문입니다. 하이데거는 자제와 순응의 태도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판단한 것이죠.(구인회,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찰, p233, 한길사) 


 하이데거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소설가이자 평론가였던 존 버거는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거였어요”라고 말하며, 오히려 기대보다 희망의 손을 들어줍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희망이 주는 느낌이 더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희망과 기대에 대한 하이데거의 정의도 매끄럽지 못하고, 자신의 바람이나 정확한 목표가 없는 것이 더 나은 태도라는 것에도 의문이 듭니다. 다만 무언가를 기대하고 희망할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정시켜놓는 사람이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해놓지 않고 열린 마음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는 구별 자체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가 두 명 있는데, 한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정해놓고 기다리고, 다른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정하지 않고 산타가 주는 장난감을 기다린다고 해봅시다. 둘 중 누가 산타의 선물을 받고 더 행복해할까요? 하이데거의 표현으로 기대한 아이가 산타의 선물을 받고 더 행복해할 확률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산타가 아이들이 기대한 그 선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따라서 구체적인 장난감이 아닌 산타가 주는 선물 자체를 기다렸던 아이가 더 행복했을 것입니다.   


 신혼부부도 생각해볼까요? 달콤하고 행복한 신혼생활을 꿈꾸는 두 쌍의 신혼부부가 있습니다. 한 가정은 신혼생활에 대해 희망을(하이데거 표현) 가집니다. 남편은 아내가, 아내는 남편이 자신에게 해줄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그립니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이룰지 구체적으로 희망합니다. 반면에 다른 부부는 신혼생활 자체만을 기대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도 정하지 않고, 그저 함께 할 시간만을 기대합니다. 어느 가정의 신혼생활이 더 행복할까요? 어느 부부가 실망하며 싸울까요? 


 제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진급 과정 중에 있는 전도사는 목사 안수를 기다립니다. 저 역시 목사 안수를 기다렸지요. 그렇다면 저는 목사 안수를 희망했을까요? 기대했을까요? 희망했습니다. 목사가 되면 설교를 더 잘할 줄 알았고, 제 설교를 듣는 성도들이 매번 은혜를 받을 줄 알았습니다. 전도사가 집례 할 수 없었던 성찬식을 집례 하면 벅찬 기쁨이 있을 줄 알았고, 전도도 잘 되고, 목회도 잘 될 줄 알았습니다. 희망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로 드린 예배는 전도사로 드렸던 바로 전 주일 예배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제 희망은 무너졌고, 한동안 힘들어했습니다.   


 하이데거가 왜 기대가 나은 태도라고 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딱딱하고 굳어진 바람은 부러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자신과 남에게 상처를 입히기 쉽습니다. 오히려 부드럽고 열려 있을 때 자유로울 수 있고 여유로울 수 있지요. 여러분은 희망하며 사십니까? 기대하며 사십니까?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준을 딱딱하게 적용하며 요구하십니까? 바라고 원하는 것이 정해져 있나요? 굳어져 있나요? 혹시 그것을 얻지 못해서 속상해하고 있지는 않나요? 굳은 마음과 태도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만족하지 못하고 원망하며 살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조금만 힘을 빼보면 어떨까요? 목표가 분명한 것은 좋지만, 굳어지는 것은 위험합니다. 조금 부드러워지고, 여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이번 크리스마스를 기쁘고 행복하게 보내길 기대합니다. 산타든, 아기 예수님이든, 가족이나 연인이든 여러분에게 좋은 선물을 주길 기대합니다. 여러분도 열린 마음으로 기대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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