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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Feb 21. 2023

샤덴프로이데

네가 불행하다고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닌데...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는 손실, 고통을 의미하는 샤덴(Schaden)과 기쁨, 환희를 의미하는 프로이데(Freude)의 합성어로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의미하는 독일어입니다. 못된 사람이나 가질만한 못쓸 심보 같지만, 실은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럽고 가까운 감정입니다.  


 제가 운전하면서 동승자들에게 언제나 환호받는 순간이 있습니다. 교회 승합차로 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을 탈 때입니다. 다른 차선들은 차가 많아서 움직이지 못하는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선으로 신나게 달리면, 차 안에 모든 사람들이 신나서 환호를 지릅니다. 늘 짜릿한 순간입니다. 이 짜릿한 감정이 샤덴프로이데라고 하면 아니라고 할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샤덴프로이데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차선이 막힐수록 짜릿함이 커지고, 다른 차선이 거의 막히지 않으면 짜릿함 역시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의 어려움을 먹고 커지는 샤덴프로이데이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우리가 꽉 막힌 도로를 운전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때 어떤 차량이 신호위반과 끼어들기를 해서 자기 혼자만 빨리 가는 장면을 봅니다. 막히는 것도 짜증 나는데, 더 화가 납니다. 그런데 저 앞에 경찰이 있었네요! 그 얌체 같은 차량이 경찰에 걸린 장면을 봅니다. 그 순간 통쾌하고, 기쁘고, 정의는 살아있고, 신께 감사드립니다. 누군가의 불행을 보고 기쁨을 느끼는 샤덴프로이데입니다.

 

 운전할 때 말고도,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자주 샤덴프로이데를 느낍니다. 우리가 못된 사람이어서 아니라, 샤덴프로이데라는 이름을 만들어 줄 만큼 자연스럽고 평범한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샤덴프로이데를 느낀다고 자신이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닌지 걱정하거나 숨길 필요 없습니다. 다만 불안, 분노, 슬픔이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고 잘 조절해야 하는 것처럼, 샤덴프로이데도 잘 다스려서 각자의 태도와 습관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먼저 샤덴프로이데의 뒷면을 봐야 하는데, 그곳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기뻐하는 마음 뒷면에, 다른 사람의 행복에 슬퍼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죠. 이 둘은 같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과 감정의 기준을 상대방이 두는 일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샤덴프로이데의 민낯입니다. 자신의 불행과 행복을 온전히 자기 자신에 두지 못하고, 다른 이의 불행과 행복에 휘둘리는 경향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다른 이들의 불행은 필요 없습니다. 다른 이들이 행복하다고 우리가 불행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면 다른 이들도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른 이들의 불행과 행복을 내 불행과 행복에 연결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남의 불행과 행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공감하며 함께 웃고 울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늘 밖으로 시선을 두고, 끊임없이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과 상관없이 내 길을 걸으려고 하면, 뒤처질 것 같고, 길을 잃을 것 같아서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하면 또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자신의 선택일 따름입니다. 용기를 얻기 위해서 장기하의 노래 <부럽지가 않어>를 듣습니다.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하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전혀 부럽지가 않어 전혀 전혀 ~
아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지 뭐
아니 괜히 그러는게 아니라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러는거야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워지고 부러워지고~~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하고 자랑을하고~~ 
 (장기하, <부럽지가 않어> 가사 중) 


노래를 들으며 다짐해봅니다. 


'그래, 난 부럽지 않다. 자랑할 필요도 없다. 다른 이들이 불행하다고 내가 행복한 것도 아니고, 다른 이들이 행복하다고 내가 불행한 것도 아니다. 그냥 나답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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