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미한 소리 May 12. 2023

색이름 352 : 내이름 홍길동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OIMU)에서 출판한 책 <색이름352>는 352가지 색을 우리말로 그것도 일상 속 주변에 있는 사물의 이름으로 정의하여 소개한 책입니다. 예를 들면 ‘베이지’는 아침밥으로 그만인 ‘누룽지색’으로, ‘크림색’은 연꽃의 뿌리줄기인 ‘연근색’으로, ‘카키’는 육군 군복의 색 ‘국방색’으로, ‘민트’는 흐린 초록색을 띤 ‘옥색’으로 대체하여 표현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색을 소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말로 정의한 352개의 색이름을 통해 우리가 함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색들로 우리의 삶이 채워지길 바랍니다. 눈에 보이는 수만 가지 색을 겨우 여덟아홉 정도로만 표현하며 살아온 지난날보다, 더 선명하고 다양한 빛깔로 채워질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됩니다. (책 여는 말 중에서)



 책이 소개하는 색 이름과 그 옆에 수록된 단색 그림을 보고 있으면 너무 예뻐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색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 보라색을 예로 들면, 다 같은 보라색이 아니라 오디색, 검보라, 가지색, 진보라, 암자주, 포도색, 보라, 자수정색, 회보라, 제비꽃색, 붓꽃색, 붉은보라, 도라지꽃색, 분홍난꽃색, 담자색, 연보라, 천자색으로 다양합니다. 이처럼 책은 ‘빨주노초파남보’로

만 세상을 보았던 우리에게 352가지 다양한 색을 선물로 줍니다.  


 별것 아닌 작업 같지만, 실은 매우 대단하고 유익한 작업입니다. 핸드폰 카메라를 생각해 봅시다. 초창기에는 카메라 렌즈 화소가 높을수록 좋은 핸드폰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카메라 렌즈 자체가 많아지고 있는데, 최신 핸드폰에는 카메라 렌즈가 3~5개까지 있습니다. 그러면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에서 352가지로 많아진 것은 얼마나 대단한 발전입니까? 저는 책 <색이름352>를 읽고 이 대단한 발전을 경험했습니다. 전에 보던 양재천의 색은 나무의 초록색, 물의 파란색처럼 단조로웠습니다. 그러나 색이름을 선물 받은 후에는 나무마다 색이 다르고, 장소에 따라서 흐르는 물의 색도 다르며, 이름 모르는 들풀도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선글라스 쓰고 가무칙칙하게 보던 것을, 선글라스 벗고 푸르고 해맑게 보는 것 같았지요. 참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멋진 경험을 자연이나 사물만이 아닌 사람과도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색을 ‘빨주노초파남보’로만 봤던 것처럼, 사람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쉽게 판단하고 딱딱하게 구분해 왔습니다. 그러나 색이 ‘빨주노초파남보’를 넘어서 352가지나 있는 것처럼, 사람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쁘면서 좋은 사람도 있고, 좋지만 이상한 사람도 있습니다. 나무마다 고유한 색을 가진 것처럼, 사람도 자신 만의 색이 있는 것이죠. 


 여러분과 함께 하는 사람은 무슨 색입니까? 내가 쉽게 분류하고 정해놓은 색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고유한 색 말입니다. 반대로 여러분은 무슨 색이십니까? 남들이 정해놓은 색이 아니라 여러분만 낼 수 있는 여러분의 색은 무엇입니까? ‘빨주노초파남보’가 아니라 352가지 색으로 바라봅시다. 내 틀에 남을 가두지 말고, 남의 틀에 나를 가두지 말고, 나와 남을 있는 그대로 바라봅시다. 그러면 그만큼 우리의 하루가 더 선명하고 다양한 빛깔로 채워질 수 있습니다. 내 이름, 내 색깔로 자유롭고 당당하게 삽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저분한 흔적을 멋진 개성으로 만드는 주문, 프라이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