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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Jul 07. 2023

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몇 달 전 귀에 염증이 생겨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요즘 피곤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병원에 가면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피곤하고 스트레스받으면 그럴 수 있어요. 약 먹고, 잘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심지어 저는 단골 미용실에서도 들었습니다. ‘머리카락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가늘어졌어요. 어떡해요. 스트레스받으면 안 되는데.’ 


 이처럼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생겼네요,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카락이 가늘어졌네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먼저 스스로가 짠하게 여겨집니다. 하는 일이 고단해서 병도 생기고, 머리카락도 가늘어지는구나, 이러면서 자기 자신에게 동정심이 생긴다고 할까요? 너그러워진다고 할까요? 그리고 내가 아픈 것이 스트레스 탓이고, 스트레스받게 만드는 상황 탓이고, 스트레스를 주는 남 탓이라고 하면 왠지 안심이 됩니다. 내 잘못이 아니고, 내 탓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말 모든 것이 스트레스 때문이고, 남 탓이고, 정작 본인은 아무런 잘못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걸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스트레스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ㆍ신체적 긴장 상태.” 


 스트레스는 환경이 그리고 타인이 독단적으로 우리에게 떠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외부 환경을 우리가 얼마만큼 적응하고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스트레스가 생깁니다. 물론 스트레스받을 만한 환경이 있고, 그 환경을 개인인 우리가 전적으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나와 상관없이 생기는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지 말지 최종결정은 내가 합니다. 따라서 모든 것을 스트레스와 외부에 떠넘기고, 정작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들은 외면하고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6학년 제 딸이 제일 해맑게 사는데, 제 딸은 스트레스가 없을까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당연히 있지’라고 대답했습니다. 왜 없겠습니까? 친구문제, 오빠와 싸움, 학교생활처럼 6학년 해맑은 딸도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지요. 그러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어른에게는 스트레스가 없을까요? ceo, 의사, 법조인들도 곁에서 보면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어 보입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 스트레스받으며 삽니다. 어떡하죠? 몸에 염증이 생기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질 수밖에 없는 걸까요?


 평소 구강청결제를 사용하는 제게 아내가 인터넷 기사 하나를 보내주었습니다. 제목이 “구강청결제, 너무 자주 사용하면 안 좋은 이유”였습니다. 구강청결제를 너무 자주 사용할 경우 입속의 좋은 세균들까지 다 제거해 오히려 입안에 곰팡이가 생기는 등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는 내용이었습니다.(기사출처: ⓒ비즈니스워치) 스트레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만약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환경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우리에게 좋은 환경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부산과 눈이 자주 오는 강원도 중에서, 어느 지역이 폭설을 잘 이겨낼까요? 부산에 사는 지인이 말하길, 부산에는 눈이 조금만 와도 마비가 된다고 합니다. 반면에 강원도에 있는 친구는 웬만한 눈에는 긴장도 안 합니다. 왜냐하면 차량에 제설도구가 이미 구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긴장감은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과 힘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러나 내게 들어온 스트레스를 질병의 원인으로 쓸지, 일상의 원동력으로 쓸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스트레스 탓 하지도 말고,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서 도망치려고 하지도 말고, 오히려 스트레스와 사이좋게 잘 지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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