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관계에 대한 기대치가 많을 걸까. 관계에서 생기는 서운함을 논하기도 전에 왈칵, 눈물부터 나오는 나는 전형적인 감정형이다.
바라지 않는다고는 하나 관계에서 상처를 반복해서 받는다면 분명 나의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일 테다. 혼자 생각하고 배려한다는 미명 하에 상대에 대한 불만을 쌓아온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서운함을 담담하게 이야기할 자신이 없어 묻어두고 지낸 건 아닐까. 어느 쪽이어도 상대에게 명확하게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명확하다. 담담함. 그것이 어려워 나는 자꾸만 회피하는지 모른다. 의사소통을 한답시고 나도 모르게 필요 이상의 감정을 쏟아 놓을까 봐.
감정 좀 쏟으면 어때서. 굉장히 화를 내거나 펑펑 울거나 비난하지 않는 정도라면? 하지만 그 극단을 피하면서 이야기하기 위한 애를 쓰며 감정을 쏟고,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은 굉장한 에너지를 요한다. 정말이지.. 그 프로세스를 한번 돌고 나면 몸이 소금에 절인 배추 마냥 쥐어짜인 느낌이랄까. 그래서 늘 결론은 회피. 이게 맞나? 하지만 결론이 회피인 건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담담함을 장착해야지. 극적이지 않기 위한. 그래서 과도하게 에너지를 쏟지 않고, 담담한 것에는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결과가 나쁜지 알면서도 반복해서 그 과정을 행하는 것이 어리석음이라 했다. 회피하는 것도,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도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명백한데, 여전히 그것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이다. 회피하고 싶을 때, 폭발할 것 같을 때 어리석음을 떠올려야겠다. 이제는, 그러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