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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계획형 인간의 계획 잡기

by Decenter

오늘 새삼 느꼈지만 나는 특정 영역의 스트레스에 참 취약한 인간인 듯싶다.


아이의 방학이 시작되면서 부쩍, 스케줄을 조절할 것이 많아졌다. 아직 저학년인 아이는 혼자서 다니기 어렵기 때문에 오가는 모든 시간마다 담당 어른의 확인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평소에도 돌봄 교실과 방과 후 수업 참석 여부 확인과 최근 공사로 장소변경까지 잦아지면서 오후만 되면 휴대폰이 웅웅 울려대기 시작한 터였다. 그 와중에 방학과 동시에 새롭게 시작되는 수업들과 시간이 변경되는 수업들. 이 모든 것을 몇 안 되는 학원 스케줄까지 맞추느라 각 담당 선생님들과 연락하는데 오늘 오후가 다 가버렸다.


그리고 어머니의 서울 방문. 아직도 정기적으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 검사 오셔야 하는 어머니가 3개월 만에 오실 참이다. 오신 김에 어머니는 딸들을 데리고 강릉 어디 좋다는 탄산 온천을 가고 싶다 하셨다. 그러면 또 어떡하나. 부랴부랴 숙소 잡고 언니네 아이들 학원 스케줄과 우리 아이 학원 시간 조정, 즉 보강 일정 잡기와 병원 일정 조정으로 또 한 번 휴대폰에 한바탕 불이 난다. 여행뿐이랴. 오셔서 보고 싶은 누구도 만나러 가셔야 하고 치료도 받으셔야 하니 그 모든 계획을 짜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하.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저 전화 몇(십) 통 돌리고 하나하나 확정해나가면 되는 단순 업무인데, 나는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이 참 지친다. 끝날 줄 알지만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지옥에 빠지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사람 좋아하는 나인데 이런 일들은 처리하면서도 기가 쭉쭉 빨리는 기분이다. 나는 역시, 계획형 인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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