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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미래를 그린다는 것은

by Decenter

미래를 그린다는 것은 참 흥미진진한 일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지나고 나면 너무도 명확해 보이는 것들 조차도 미리 예측한다는 건 너무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누군가는 시도하고, 또 누군가는 직접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중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바꾸는 미래다. 새로운 기술이라는 것은 참 얄궂은 면이 있어서, 언제나 그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의 의도대로 쓰이지 만은 않는다. 분명 개발할 때의 의도라는 것이 있었으나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고 널리 확산되는 과정에는 예측할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을 통해 주고받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기존의 방식 대신 분산해서 저장해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신뢰도를 획득해 직접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한 개발자가 있었다. 그의 의도는 분명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허락되지 않은 권력까지도 휘두를 수 있게 된 제3의 기관에 대한 분노로 시작되었을 터인데, 활용되는 양상은 아마도 그가 상상도 못 한 방식이었을 테다. 아직까지도 활용처를 찾기보다 그저 투자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분산 저장 기술, 지금의 비트코인을 보고 최초 개발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하지만 '아직'이라는 단서는 유효하다. 이 기술이 제기한 '중앙화된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와 도전은 분명 유의미했다. 수많은 '의도되지 않은 현상으로 인한 '억까'에도 불구하고 탈중앙화에 대한 패러다임은 여전히 꿈틀대고 있고, 이를 통한 혁신은 아직 본게임 근처도 가지 못했다. 역사는 늘 정반합의 흐름을 따라왔다. 커질 대로 커진 플랫폼 기업에 반하는 탈중앙화의 움직임은 결국 '합'의 형태를 기어코 이끌어내지 않을까.


미래를 그린다는 것은 그래서, 어쩌면 각자가 바라는 미래에 대한 상을 - 혹은 그 상에 대한 욕구를 - 가득 담는 일일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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