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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가족의 여행

by Decenter

지난 주말, 양양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어머니가 한 번 갔다 오시고는 너무 좋았다며 자식들을 모두 함께 하자 하신 여행이었으나, 무탈하기엔 너무도 힘듦이 많았던 여행.

여행을 함께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먹는 취향, 자는 취향, 여행의 방식이 아니겠나. 그 세 가지가 모두 다른 우리 가족은 함께하기에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먼저 먹는 취향. 어머니는 투병 이후 거의 모든 종류의 고기를 드시지 않는다. 그뿐이랴. 달달한 것, 생 것, 불냄새나는 것, 튀긴 것도 모두 싫어하신다. 사실상 '사찰음식'이어야 밥처럼 드신다고 볼 수 있다. 그 와중에 위가 약하시고, 그래서 한 번 먹을 때 많은 양을 드시지 못하고 그러니 자주 배가 고픈데, 그때마다 속이 쓰리다 하신다. 그러니 밥집을 찾는 것, 끼니때를 맞추는 것, 간식거리를 챙기는 것에 자식들 에너지의 90%는 소모된다. 그와중에 본인이 건강하게 드시기 때문에 자식들이 건강하지 않게 - 우리 기준에서 일반식, 심지어 밤에 숙소에서 먹는 맥주 한 잔 까지도 - 먹는 것을 보면 불편해하신다.


그리고 자는 취향. 불면증이 있는 어머니는 거의 소량의 수면제를 드셔야 잠을 주무시고, 한 번 깨어나면 다시 잘 못 주무신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어서 여행지에 가면 잠을 설치기 일쑤다. 그 와중에 잠에 아주 둔한 남동생은 초저녁에 잤다가 깨서 마구 소리를 내며 화장실 가고 놀다 자고 하며 온 가족을 다 깨우곤 다시 편히 잘 자는 정 반대의 성향을 자랑했고, 언니는 그저.. 잠이 많다. 예민한 자들이 모두 깨어났음에도 아침 10시가 넘어야 깨어나는 언니는 11시 체크아웃을 두고도 태연히, 늦잠을 잔다.


그리고 여행의 방식. 뭐든 몸 편한 게 좋은 언니와 남동생은 거의 모든 것을 '안 해도 된다'주의이고, 좋은 건 꼭 같이 하고 싶어 하는 엄마와 나는 '같이 하자'주의이다. 그러니 어디 한 군데를 가도 여기까지만 가자, 다 돌아볼 필요는 없지 않냐 파와 이왕이면 다 보고 가자, 좋은 건 같이 하자가 나뉘어 너희끼리 다녀와라, 같이 가자의 대결이 난무하는 힘대결이 펼쳐진다. 결국 한쪽을 따르는 것은 다른 한쪽의 강요에 대한 굴복에 가깝다 볼 수 있다.


그리고 나. 갈등상황을 잘 견디지 못하는 나는 여행 내내 그래서 스트레스와 복통을 함께했다. 분명 좋자고 떠난 여행인데, 무엇하나 쉬운것이 없고 고비고비 맘 상하는 우리 각자의 모습들에 각종 신경성 통증을 동반했다. 아니, 그냥 좀 그러려니 하고 좋은 게 좋다 하면 안 될까? 안된다. 누구 하나 허허허허 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다 같은 모남, 고비고비 맘상함을 공유하는 가족인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결론은, 이제는 감당 가능한 선에서 함께한다, 이다. 모두 함께는 안 되겠다. 1:1은 어떻게든 맞춘다. 하지만 1:다는 안 되겠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 나의 깜냥은 역시나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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