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집중이 잘 된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보내고 명상을 했다. 명상을 2-3일에 한 번 정도, 간신히 이어가고 있던 참이었는데 오늘 명상에는 큰 깨달음이 있었다. 목어깨 치료를 하며 배웠던 몸의 근육을 사용하는 방법이 선명하게 몸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명상의 기본은 역시 호흡이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컴퓨터 앞에서도 덜 불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었다.
확실히 몸이 덜 불편하니 집중하는 것이 좀 더 수월했다. 평소 같았으면 30분을 못 버텼을 몸이, 중간중간 5분씩 쉬어주자 큰 무리 없이 버텨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른 일정 전까지 거의 6시간, 근래에 들어 없던 긴 작업 시간을 달성했다.
물론, 몸이 버텨줘서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이유가 그것뿐 만은 아니었다. 데드라인이 코 앞인 일이 있다. 이번 주 수요일까지 마감해야 하는 일을 앞에 두고 내 머리는 평소보다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여섯 시간, 그리고 나의 계획은 이대로 저녁 먹은 후의 시간에 페이스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계획은 그러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분명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자리에 앉았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뇌가 돌지 않았다. 낮에 그리 팽팽 돌던 머리는 어디 가고 머릿속이 안개라도 낀 듯 뿌옇게 덮어진 기분이다. 책상에 앉아 고심하길 몇 십분,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비효율적으로 일하기에는 달려야 할 날이 내일도, 모레도 있으므로. 그리고 고작 머리를 쥐어뜯기 위해 아이를 내버려 둘 수는 없었으므로.
일타강사로 유명한 조정식 선생님이 그러셨다. 의지는 소모품이라고. 하. 내일부터는 소모품인 의지를 잘 아껴 써야겠다. 체력 안배도 더 하고! 그러나 한편 마음 한 켠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려움은.. 이제 더 이상 내가 하고자 한다고 해서 전처럼 10시간씩 일하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뭐, 그렇다면 또 어쩌겠나.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정도 더, 마음을 내어 조금 더 해본다. 그래, 그 정도를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