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독서모임을 갔다.
6명을 모집하는 자그마한 독서모임이라 조촐할 것은 예상했으나, 막상 가보니 강사 한 분과 참여자 두 명이 함께하는! 무려 세 명의 독서모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렇게나 소규모라니, 어떨까 하는 기대와 어색함을 안고 시작한 모임이지만 역시나, 그리고 언제나 책을 매개로 하는 모임은 옳다.
강사님은 베테랑이셨다. 간단한 소개와 토의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자료들을 충분히 준비해 오셔서 모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가셨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이었던 것은 소설에 대한 토의 주제를 무려 19개나 뽑아오신 것이었다. 처음 발제지를 받아 들고 입을 뜨아, 이걸 두 시간 안에 다 할 수 있나? 이래서 토론이 너무 질문지 마치기에 급급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으나 기우였다. 생각보다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첫 만남이었으므로 아직 충분한 토론으로 가기 전 탐색 단계로 적절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마무리 멘트에서 강사님도 고백하셨다. 자기도 단 두 명과 함께하는 독서 모임은 처음이며, 원래도 주제를 좀 많이 뽑는 편이긴 했으나 오늘은 유독, 적은 인원수에 긴장하여 공들여 뽑아보았다며. 남으면 각자 생각해 볼 과제가 될지언정 모자라지는 않게 준비하고 싶으셨던 그 마음이 느껴져 감사했다.
그리고 나와 또 다른 참가자는 뭐랄까, MBTI로 치면 ENFP와 ISTJ와 같은 사람이었다. 정 반대의 성향. 마침 소설에도 정 반대인 두 주인공이 있던 바, 그래서 우리의 토론은 즐거웠다. 서로를 놀라워하며, 그리고 또 부러워하기 때문에 토론에는 불이 붙었다.
다음 주 소설은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또한 고전이다. 아마 청소년기 즈음 읽었던 것 같은 이 소설을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고전은, 역시 고전이라는 것을 은희경 작가의 소설이 이미 입증해 주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