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 3

우연과 필연

by Vittra

우리는 샵에 도착해서 어떤 타투를 할지 의논하고,

식사할 장소를 찾았다.

그리고 가벼운 스몰토크가 이어졌다:


그는 패션일은 그만두고, 지금은 패션 매거진에 기자일을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일을 그만둘까 고민 중이라고 밝혔고, 그는 긴 고민 없이 찬성했다. 다만 다른 일을 준비하고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했고, 나도 그 의견에 찬성했다.


나는 블루베리 농장에서 일할 계획이었는데, 갑작스러운 폭우로 농장에 홍수가 나는 바람에 일이 무산됐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 갑자기 우연스레 타투 문의가 몇 개 들어와서 그냥 다시 시작해야지 마음먹으니, 사람들이 꽤 관심을 가져서,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시작은 베이비 콘푸로스트의 등장으로 거의 완벽한 상태를 이루고 있었다.


맥도널드와 미키마우스 등의 작은 로고와 옛날 애니메이션 캐릭터들로 채워진 그의 오른팔은 정말로

그 다웠다.


타투 작업 준비를 다 마치고, 마침 출출해져

우리는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근처에는 많은 식당들이 있었으나, 우리는 간단히 햄버거를 먹기로 하고, 버거집으로 가고 있었다.


가는 길에 오랜만에 보는

어떤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미술가

유학미술 전문학원 원장

내 첫사랑의 스승


지역예술 동료작가 홍선생님



10년 만에 마주친 그의 얼굴은 과거의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 비슷했다. 다만 그는 나와 비슷하게 흰머리가 좀 는 것뿐이었다.


나는 정중하게 그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도 반갑게 날 맞이했다. 우린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난 한번 찾아뵙겠다는 말을 건넸다.


우리는 밥을 먹고 돌아와서

타투작업을 시작했다.


그와는 내가 병원 퇴원 후 돈을 벌기 위해 파리에 갔을 때 마지막으로 만난 게 마지막이어서, 못 나눈 대화들을 작업 중에 이어나갔다.


그와 보낸 마지막 파리는 정말 최악이었다.

정신병원 퇴원 후 몰려드는 우울감.

컨트롤할 수 없을 것 같은 현실과 미래.

실패한 유학생활과 연애.


남자의 삶은 스스로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할 때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신이 나 여자, 알코올을 찾는다.

신 이나 여자, 알코올을 찾는다.


그러나 나를 제일 우울하게 만드는 사실은

난 위대한 예술가랑은 다른 유전자를 지녔고, 예술가가 태어날 수 없는 환경에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는 대화 속에서 그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 위로가 마음은커녕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의 마음과 귀는 미래의 시간에 의해 닫혀버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래는 걱정의 시간 안에만 존재하며, 그것은 실체가 없다.


그러나 인간은 실체가 없는 것에 휘둘리기 마련이다.




그와 다시 만난 지금은 그때와는 달랐다.

나는 1년 반동 안이라는 시간 동안 공장에서 단순한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배웠다.


처음 공장에 갔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성인이 되고 나서, 약간의 아르바이트 말고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대표, 기획자, 작가 등의 타이틀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오다가 처음으로 어떤 제품의 어떤 부품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곳에는 내가 평소에 만나지 못하는 부류의 인간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었다.


실패한 인간들의 모임.

나도 그 중에 하나라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했다.


사실 그들의 삶을 실패한 삶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어떤 단서도 정보도 없었지만, 나의 삶이 그렇게 느껴졌기에 그들도 전부 그렇게 보였다.


처음 3개월간은 일을 배우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일이 익숙해진 3개월은 후회의 시간들로 채워졌다.


몸은 단순한 일을 하면서, 머리로는 지금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나의 트라우마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지만, 이때는 아니었다.

그래도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졌다.


6개월이 지나니 난 어느새 고등학생에서 갓 성인이 된 사람처럼 행동했다. 사회에 나가 배웠던 모든 지식과 행동양식들이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트라우라를 마주한 뒤 서서히 나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난 불의를 못 참는 사람이다.

그리고 할 말은 해야 하는 사람이다.

내 기준에서 옳은 일은 대체로 옳은 일인 사람이다.


내 일은 2교대로 2조가 낮밤을 바꿔가며, 일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일이 익숙해져 나름 이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외향적 성격과 괜찮은 외모, 예술가라는 과거의 직업은 그 사이에서도 주목받기 쉬웠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잘 지냈지만, 단 한 명 꼰대 조장과는 매일 트러블이 일어났다.


그는 능력 없는 상사의 표본.

능력도 없고, 일머리도 없고, 허풍이 심하며, 심지어 주사도 심하고, 인기도 없는데 나이가 많아서 감투를 쓴 케이스.


살다 살다 이런 사람은 처음이다. 군대에서는 아마 이런 사람들을 고문관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엔 그냥 그를 피했으나, 그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폭주했다. 그는 스스로 일과 의무를 아랫사람에게 넘기기 일수였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아랫사람에 책임부터 묻는 그런 사람.


정말 재수가 없었다. 우리는 흡연장에서 매일 그를 놀리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난 참지 못하고, 화를 폭발시킨 후 조를 바꾸게 되었다.


난 이 사건을 통해서 나의 본모습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우연스럽게도 좀 더 편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다.


조를 바꾸고 나니 머릿속에는 조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졌고, 바꾼 조에는 내 또래의 친구들이 많고, 일들

한지 오래된 친구들이 많아 일이 수월해지고, 일하러 가는 것이 꽤나 익숙해졌다.



머릿속에는 이제 나는 공돌이로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나는 육체로는 단순한 일을 하며, 귀로는 유튜브를 들었다.


처음에는 음악을 들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오가며, 내가 듣고 싶은 것들을 다 들었다.


역사(세계사, 한중일, 전쟁, 종교, 모든 나라의 역사)

예술(예술가의 삶, 예술계에서 일어나는 이슈들)

과학(물리이론들과 양자역학, 우주의 탄생, 생명의 탄생, 과학 상식)

철학(동, 서양 철학, 카뮈, 니체, 싯다르타)

종교(종교의 역사, 전통, 율법)

기술(AI, 반도체, 로봇)

등등


돌이켜보니 모든 것들


예술가의 꿈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점점 눈앞에 아른거렸다.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은 꽤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현재 한국이라는 환경에서는 생존하기 쉽지 않다.


예술가도 마찬가지.


날 미치게 한 직업과 꿈을 다시 하고 싶어 지다니, 정말로 난 어떤 사람일까?


난 무엇으로 태어난 걸까?


일이 하기 싫어진 나는 여름휴가를 기점으로 게임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나는 간간히 AI를 가지고, 이제는 취미활동이 되어버린 작품활동을 이어나가며, 온라인 세상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하루에 대략 15시간 정도를 중국에서 개발한 신작게임인 ‘메카브레이커’를 플레이했다.

원래 나는 RPG게임보다는 FPS(슈팅게임)을 더 좋아하고, 잘하는데, 마침 새로 나온 슈팅 게임이 있어, 플레이해 보았고, 그날로 그 게임의 랭커가 되었다,


메카닉게임이라는 특성상 한국사람보다는 외국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새벽이 되면 서버에는 랭커들 이외에는 게임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레 그들고 소통하기 위해 ‘디스코드’라는 새로운 커뮤니티 메신저를 이용하게 되었고, 한동안 멀어져 있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시작되었다.


신세계


우리 윗 세대에게는 생소한 이 디스코드라는 메신저는 처음 게임 보이스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출시되었다가 지금은 모든 주제들의 커뮤니티의 가장 대표적인 메신저가 되었다. 이제 모든 온라인 네트워크는 유튜브와 개인방송, SNS 그리고 이 메신저에 의해 이루어진다.


너드들의 세계


지질하고 멋없고, 왜소하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사는 고지능형 인간들.

난 그들의 팬이다. 그리고 우연스레 이 너드들의 세계에 잠시 푹 빠져드는 기회를 얻었다.


휴가는 길었다. 공장설비공사로 약 15일간의 휴가.


나는 온라인 세계를 탐험하는 대가로 잠시 오프라인의 삶을 잃었다.


게임을 하다가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면 다시 게임을 한다.

출출해지면, 햄버거를 시키거나 배달음식을 시킨다.

또 게임을 한다.


밖에 나가서 담배 피우는 것이 귀찮아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담배꽁초가 선인장이 되어 버려진다.

코에는 시꺼먼 먼지가 가득하다.


수염과 머리는 지저분하게 잘 정돈되어 있고

손톱과 발톱에는 때가 낀다.


게임은 많이 하지만, 나이 탓인지, 재능 탓인지 난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는다.

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배워보지만, 이것은 재능의 영역.


난 게임을 좋아했지만, 잘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항상 어느 정도 상위레벨이지만,

초고수가 된 적은 없다.


항상 게임이 제공한 콘텐츠들을 클리어하고, 노가다 단계에 들어가면, 난 게임을 접는다.

난 사실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관을 플레이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관은 사이언스 판타지(SF)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판타지를 좋아한다.

다른 장르들도 마찬가지

난 과학적인 사실에 의해 상상된 또 다른 메타버스 세계를 보고, 상상하는 것에 가장 큰 흥미를 느낀다.


메카브레이크의 세계관도 꽤나 마음에 들었다.

뭐 자원을 얻기 위해 전쟁하고 부수고, 점령하는 스토리는 다른 게임들과 별반 차이는 없었지만, 꽤나 근거 있는 미래의 모습을 구현해 냈다고 생각했다.


2주간의 꿀(?) 같은 휴가가 지나고 나니

일이 점점 하기 싫어졌다.


마침 안 좋은 자세로 인해 목에 통증이 심해, 병가를 내거나 조퇴를 하는 일이 잦았고, 게임을 줄이고 운동을 하면 금방 좋아질 일임을 알면서도 나는 그것들을 끝까지 미루었다. 슬슬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조장이나 부장급들의 직원들이 나를 걱정했고, 동료로서 책임감을 가지라는 듯 눈치를 주었다. 나는 2주간 고민한 끝에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블루베리 농장에 연락해 미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농장견학 미팅을 잡았고, 1~2년 정도 자연 안에서 농사를 짓고, 빚을 갚고, 다시 나의 예술을 하겠다고 두루뭉술한 다짐을 한채 1년 반 동안의 공장 생활은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우연의 의한 필연으로 인해 다시 타투를 하고 있었다.


2025년 한국에서 물난리라니….. 방콕은 현재 건기라서 비가 많이 오지 않지만, 우기가 되면 발이 잠길 때까지 비가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여러 번의 안타까운 사건들을 겪으면서, 우리의 배수시설은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는다.


그리고 퇴사 이후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일들의 연속.


나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다.

영적인 어떤 존재가 나에게 무엇인가 속삭이고 있었다.


’ 뭔가 시작될 거니 준비 단단히 해 ‘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만남은 파리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다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일을 그만두고, 베이비 프로스트에게 약간의 위로를 얻은 나는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찬물로 샤워를 하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적당한 근육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번갈아 하며, 몸을 달군다.


집에 돌아와서는 청소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한다.


단골이 될 커피숍을 찾아 거리을 나간다. 10분 남짓 거리에 8시에 오픈하는 가게가 있어 거기를 단골로 정했다.


앞으로 할 일들을 손수 노트에 일일이 적는다.


우선 홍선생님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단 한순간에 망설임도 없이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시간을 잡았다.

마지막에 그가 물어온 한 가지


생시(생년월일시)


그는 명리학을 독학으로 공부하여, 이 지식을 지인과 학생을 에게 적용하여 데이터를 쌓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 생시를 전달했고, 우리는 곧 만났다.


그의 학원은 내 타투샵과 멀지 않았고, 나는 샵에 출근하기 전 학원에 들렀다. 그와 그 부부는 내가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와이프는 내 직속 선배. 아주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세월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가져가는 대신 온화함을 가져다준듯한 외모가 되어있었다.


선생님과 나는 원장실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10여 년 정도 마주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 난 한 시간 정도 내가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프랑스에 간일부터 돌아와서 병원을 들어갔다가 퇴원 후 1년 반동안 공장에서 일했다는 소식과 그 회복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전달했다.


그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한마디 건네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이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 일들이라고 했다.


엄청난 위로


그리고 나의 생시를 근거로 한 위로의 사주팔자풀이가 시작되었다.


나는 나무 그러나 주변엔 불이 많은 사주


그래서 뭔가에 빠지면 깊게 빠진다(몸을 불태워 몰입)


어느 순간 다 타버리면 번아웃


그리고 반복


그러나 주변에 물의 기운을 지닌 사람들이 날 보호해 준다. 내 동생과 내 가족들.


나의 삶이 단 8자에 풀이된다.


명리학 혹은 사주팔자는 답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답은 없는 것이 핵심.


그저 각자의 사주팔자에 맞는 궁합들을 알려주고, 미래를 대비한다.

후회와 걱정을 조금 덜어 준다.


이때가 시작이었다.


시간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걱정이 없어진 나는 시간이라는 소중한 자원을 얻었다.


난 홍선생님을 만나기 얼마 전 ‘오랄아티스트’라는 별명을 가진 한 지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아주 자주 보는 사이였지만, 이 지인은 이제 3명의 자녀를 가진 가장이 되어버려서, 이제는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이가 되었지만, 우리의 사이는 끈끈하다. 내가 타투를 시작할 무렵, 자신의 첫 타투를 나에게 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이었기도 했고, 우리는 아티스트여서 죽이 잘 맞았다. 망상에 망상. 재밌는 망상들. 아무것도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런 망상들로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나 신은 나태함의 대가로 그와 나에게 엄청난 시련을 선사했다. 그는 잘 나가는 푸드비즈니스 사장님이었지만, 그의 비즈니스는 점점 망해갔고, 그는 점점 시들해져 갔다. 나도 마침 우울증에서 막 벗어나 조증상태로 돌입하던 시기였다. 난 시들해져 가는 그를 매일 찾아가 재밌는 소식들을 전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저런 일이 있었다. 누구와 키스를 했다. 누구와 잤다 등 오랄아티스트의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조증 증세를 보고, 그는 위로를 얻었고, 나는 그를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현재 그는 걱정이 없다고 했다.

나는 그가 걱정이 되었다.


걱정이 없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는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의 하루 일과는 기상, 육아, 수영, 오전 아르바이트, 커피브레이크, 오후와 저녁에는 고깃집 본업, 저녁 이후에는 잠깐 휴식하다 귀가하여 육아

이것들의 반복.


그러다 어쩌다 하루 이틀 시간이 생기면, 그는 하고 싶은 것을 중에 가장 하고 싶을 일을 하러 떠난다.

그에게 망설일 시간 따위는 없다. 그에게 시간은 금보다 비싸다.


그 행위를 해서 생길 기회비용과 하지 않아서 생길 기회비용의 갭이 너무나도 커. 그를 말리기는 쉽지 않다.


나는 그래도 그가 걱정되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그보다 내 팔자가 더 걱정이었다.


기나긴 사주팔자가 끝나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1달간 할 일들이 머릿속에 정리가 되었고, 나는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나는 우서순위를 정했다.


1. 건강

2. 가족

3.


사고의 흐름이 너무 빠르다 보니 미시적인 것들을 적어야 하는데 어느새 거시적인 것들로 리스트가 채워졌다. 그리고 몇 개 적다 보니… 더 이상 진전이 안되었다.

건강과 가족 말고 중요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계획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건강과 가족을 위한 플랜


1. 완전한 독립

2. 나쁜 루틴 없애기

3. 연락 자주 하기

4. 긍정적 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완전한 독립이었다.

서양사회에서 한 인간의 독립은 보통 중학생 단계에서부터 이루어진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의 독립은 누군가 사라져야 이루어지는 기이한 구조이다.


태국에 오기 전 나는 프랑스에서 알고 지내던 한 한국여성을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바난’


그녀도 오랄아티스트와 마찬가지도 첫 타투를 나에게 받은 인연 중 한 명이었고,

나는 그녀를 대표적인 독립의 아이콘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독립의 아이콘 ‘바난’ 그녀가 독립을 넘어 결혼이라는 단계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