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멜리사를 보내고, 칼과의 미팅이 끝난 나는
여행자금을 벌기 위해 나머지 일주일을 워커홀릭으로 지냈다.
치앙마이에서의 첫 일주일은 크리스마스와 멜리사 그리고 칼의 만남으로 정리되었다.
나머지 일주일은 일과 운동의 반복이었다.
난 새벽에 일어나 걷고, 근처 공원에 무료 요가 수업을 들으러 갔다. 날마다 섭취하는 음식의 양은 줄어들고, 질은 늘어났다. 마치 수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난 꿀 같은 2주간의 휴가를 끝내고, 도시인 방콕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방콕 북쪽에 위치한 돈무앙 항공에 도착하니 익숙한 방콕 특유의 냄새가 났다.
우린 개들만큼의 후각을 지니지는 못했지만, 꽤나 유용한 후각기관을 지녔다. 그래서 우리는 수만 가지 향을 구분할 수 있다. 기능상 무한가지 향을 구분 가능하겠지만, 그렇게까지는 상상하기 힘든 영역이라, 수만 가지로 해두겠다.
그 냄새는 저번에도 언급했듯 어떤 도시와 유사성을 가지고 있었다. 특유에 찌릉내, 정돈되지 않은 그라피티, 바로 프랑스 파리다.
방콕 공항 시멘트에서 진동하는 그 특유의 냄새는 파리의 샤르드골 공항 시멘트의 냄새와 거의 동일하다. 그 유사성은 마치 개와 늑대의 유전자의 유사성만큼 동일한 수준.
퀴퀴한 공기를 마시며, 나는 새로운 숙소로 향했다. 타투샵에서 멀지 않은 아파트형식의 콘도로, 작은 발코니가 달려있고, 혼자 쓰기에 안성맞춤
처음 방콕에 왔을 때는 정보가 없어 도심 한가운데 비싼 호텔을 돌아다니느라 안 그래도 부족한 주머니가 빠른 속도로 비워져 나갔다.
그러나 3주 정도 머물면서 지불한 돈의 대가로 나는 많은 정보들을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
방콕의 땅 시세부터 월세, 생활비는 아끼는 법부터 통행량이 많아 항상 도로가 밀리는 방콕에서 효과적이게
이동하는 법 등 나는 아끼지 않고, 정보들을 수집하는데 돈과 에너지를 썼다.
그래서 도착한 이 아파트는 4층자리 조그만 아파트였고, 나는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우선 짐을 풀고, 안 입을 옷들을 옷장에 정리했다. 약 한 달간 머물 숙소이기 때문에, 캐리어에 있는 짐들을 다 빼서 정리해 놓고, 다음 일을 진행했다.
도착 한 날은 아무런 생산적인 일은 하지 않고, 휴식에 집중했다. 잘 먹고 잘 잤다.
다음날 새벽 5시 기상해서, 그날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본다. 나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일으키고 양치를 한다. 그리고 가벼운 옷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채로 담배를 하나 물고, 밖으로 나간다.
내가 한 달 동안 머물 이 동네를 한번 천천히 걸어본다.
태국은 겨울에도 아침에 해가 일찍 뜨는 편이지만, 5시쯤에는 해가 뜰 준비를 할 시간이다.
거의 완벽한 어둠에서 약간의 빛이 비치기 시작하면, 먼저 새들이 울기 시작한다.
태국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이한 새소리가 제일 먼저 들려온다.
그 소리는 마치 여왕의 팔자를 지닌 어떤 새대가리를 한 신이 여행자들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속삭임 같은 느낌을 준다.
그녀는 우리에게 이렇게 울어댄다.
여왕의 땅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사바이 사바이
진짜로 이렇게 울어댄다.
소리가 가진 그 특유의 여성성과 따스함이 빛을 타고 내게 흘러 들어온다.
모든 잡생각이 사라지고, 어머니의 자궁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든다.
한두 시간쯤 여왕들과 무언의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아온다. 나는 제일 먼저 문을 여는 커피숍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침엔 보통 날씨가 시원한 편이라 따뜻한 아메리카노나 라테를 주문한다.
카페를 가는 길이면, 항상 발걸음이 빨라진다.
맛있는 커피를 마실 생각을 하면,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한다.
약 30초 정도 빠르게 걷다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천천히 걷자.
나는 치앙마이의 수련의 연장으로 전집 중 호흡과 비슷한 개념인 ‘항상명상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고,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명상상태로 유지했다.
시간은 점점 느려지고, 생각의 속도는 빛의 속도를 넘어선 지 한참이다.
습관처럼 행하던 나쁜 습관들이 사라지고, 좋은 습관들만이 몸에 남는다.
술과 담배는 이제 완전한 기호 식품이 되어버렸고, 중독에 이끌려가던 삶은 완전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몸은 가벼워지고, 몸에는 아름다운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가만히 있어도 그 흐름이 느껴질 정도로 강렬하다.
그 에너지는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치유하고, 부추긴다.
현재 나는 우리의 존재 이유를 존재로써 증명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달콤한 커피와 담배한대를 즐기며, 나는 핸드폰 어플을 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보통 며칠 전 적어놓은 스케치형식의 글을 다시 수정한다. 글을 쓰는 노하우가 전무한지라 대체로 내용은 처음 써놓은 양에서 계속해서 늘어난다.
애초에 그렇게 기획하고 시작한 글이지만,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나는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최대한 늘린 다음, 거의 완전몰입상태에서 글을 수정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글을 어떻게 업로드하는지 몰라서, 그냥 닥치는 대로 막 올렸다가, 일주일 뒤에 작가등록을 하고 정식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네이버에서 개발한 브런치라는 어플은 글을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엄청난 기능들을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누가 기획한 프로젝트인지는 몰라도
거의 완벽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나는 최대한 공을 들여 글을 써 내려간다.
나는 내가 인상 깊었던 모든 풍경들을 아카이브 해놓았기 때문에, 글 사이사이에 적당한 사진을 미리 골라 놓고, 그것을 첨부한다.
글의 커버아트는 3년간 수련한 AI이미지 생성기술을 활용하여, 내 입맛대로 만들어내어 업로드하거나, 과거에 만들어 놓았던 이미지들을 업로드한다.
시간은 많고, 할 일은 빨리 끝난다.
특히 아이폰의 미친 성능과 기능으로 일은 더 수월해진다. 3gs부터 시작된 나의 아이폰 사랑은 현재 14 pro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 2년 전 조울증 시절 내 손님이자 내 첫 등판 손님인 지인에게 구매한 아이폰은 여전히 그 기능을 뽐내고 있었지만, 아침에 3시간 정도 폰을 켜 글을 쓰면 배터리가 80% 정도 사라지는 1% 단점만 없다면 완벽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지인은 수완 좋은 휴대폰 대리점 사장으로 아이폰을 구매하는 대가로 애플워치와 디즈니 플러스 3개월 무료, 무료필름부착, 타투샵으로 핸드폰 배달까지 서비스해 주었기 때문에, 이 폰은 사는 순간부터 이득인 셈이었다.
사랑해요 아이폰
내 첫 아이폰 3gs는
아직도 내 집안 서랍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다.
남자에게 첫사랑이란 존재는 잠깐 까먹을 순 있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존재.
나의 아이폰 사랑은 전역 후 어떤 사건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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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인이 받은 문어타투 사진
그리고 그는 문어낚시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