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매실나무 / 김혜진
열매 하나 키우는데
초록 이파리가
얼메나 필요한지 모른당게!
수시로 보며
벌레들이
올라올라치면 잡어 내고
땅의 힘 빨아올리게
가지 잘라주고
고럼 요것이 잔뿌리 받아내고
새순 나와 힘을 내는 겨
그렇게 아홉 해를 보내니
요렇게 무리무리
동그란 얼굴을 보여주잖여
참말로 중요한 건 말여
원래 생긴
타고난 지 모양대로
해처럼 둥그렇게 자라
누레질 때까지
안간힘을 써서라도
가지 옆에 꽉 붙어 있어야 혀
떨어지면 죽는당께
요것이 인생처럼 맛 좋게
익으려면 참고 견뎌야 된당게
유월까정은 버텨
새콤허고 달콤한 지 맛을 내면 그땐
가장 먼 길을 떠날 수 있는
매실이 되는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