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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May 14. 2022

아버지의 매실나무




아버지의 매실나무 / 김혜진



열매 하나 키우는데

초록 이파리가

얼메나 필요한지 모른당게!


수시로 보며

벌레들이

올라올라치면 잡어 내고


땅의 힘 빨아올리게

가지 잘라주고

고럼 요것이 잔뿌리 받아내고

새순 나와 힘을 내는 겨


그렇게 아홉 해를 보내니

요렇게 무리무리

동그란 얼굴을 보여주잖여


참말로 중요한 건 말여

원래 생긴 

타고난 지 모양대로

해처럼 둥그렇게 자라

누레질 때까지

안간힘을 써서라도

가지 옆에 꽉 붙어 있어야 혀

떨어지면 죽는당께


요것이 인생처럼 맛 좋게

익으려면 참고 견뎌야 된당게


유월까정은 버텨

새콤허고 달콤한 지 맛을 내면 그땐

가장 먼 길을 떠날 수 있는

매실이 되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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