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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Aug 06. 2022

<글을 쓰는 사적 이유에 대하여>

수필이야말로 일기와 마찬가지로 생활글이다. 일상에서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산문형식으로 글을 쓰기에 나의 생각과 의견들이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된다.   글 쓰기를 시작하니 아이들을 가르쳤던 재미보다 나를 찾아가는 즐거움이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바쁜 일과 속에서 내면의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기에,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좀 더 바라보며 주관적 해석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져서인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면 나의 생각과 느낌뿐만 아니라 나의 개성과 가치관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일기는 글의 중심이 나에게만 머물러 있어 마음대로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뱉어놓는 배설물이라면 수필은 아무리 신변잡기식 자기 고백들이라 할지라도 일기 형식에서 벗어나, 자신을 성찰하며 누군가와 공감하고 소통을 나누려 한다. 다시 말해 수필의 매력은 솔직한 글로 사물과 사실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하기도 하고 그것은  독자에게 작은 울림을 주기도 한다. 

1년 동안의 글쓰기는 내 안의 나를 보며 찾아가는 모습이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다.    왜냐하면 쓴 글들을 읽어보면 글의 주제나 소제들이 나에게 머물러 있다. 상처 입은  마음에 대해 방어적 기제가 작동하여 때론 내 맘에 머물러 혼자서 전투적이며 스스로 합리화했다. 지금은 어떤가. 조금은 여유가 생긴 것은 같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것을 글로 쏟아내어 비워내니, 다른 것들로 채울 수 있는 여유도 생긴 듯하고 사물을 관조적 눈으로 보려는 여유도 조금은 생긴 듯하다.  

글을 쓰면 나는 한없이 겸손해진다. 세상의 수많은 책과 수많은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글 잘 쓰는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하지만 나는 원고지 5장을 채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모든 작가들이 존경스러워진다.

나는 수필도 좋고 시도 좋다. 시를 쓰는 것이 왜 좋냐고 묻는다면 시는 수필과 비슷할 순 있으나 완전 다른 색깔의 또 다른 영역이다. 나의 생활을 그냥 쭉 적어 행간을 나누거나, 운율을 반복하면 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는 자기만의 언어를 구축해야 한다.   자신의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가 가지고 있던 기억을 더듬고 비유와 상징을 통해 또 다른 언어를 창조해 내야 한다. 이것이 시가 갖는 매력이라 생각한다.

잘 쓰고 못쓰고는 중요하지 않다. 열심을 내어서 꾸준하게 쓰고 싶다.

열심의 방향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울림을 준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고, 열심을 내어 글을 씀으로 인해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면 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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