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맘 먹고 남편에게 음식물 처리기를 사자고 했다.
120만 원이 넘는 이 제품은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통 안에 집어넣고 전원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음식물을 고온 건조한 후 분쇄시켜 가루가 되어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커피 찌꺼기처럼 변한 이 가루를 모아 상추랑 토마토가 있는 텃밭으로 가져간다.
올해부터 두 평의 텃밭을 일구고는 있지만 자갈밭이었던 땅이, 비옥하지 않아 심었던 감자 수확량에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적어도 7인 식구 정도는 먹을 만큼의 양이 나와야 하는데 개수는 당알 당알 많이 달려있는데, 크기가 작아서 조림용으로 밖에 먹질 못했다.
시골에서 자랐으면서도 겨우 쌀이 나무과가 아니라 모내기를 해 자란다는 정도의 상식 수준 이상을 넘지 못한다. 이런 내가 지인 소개로 작은 텃밭을 일구면서 매일 밭에 출근해서 분쇄된 음식물쓰레기를 가지고 옥토를 만들기 위해 출근 도장을 찍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좀 더 크고 좋은 농작물 수확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평생 농사꾼인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농사지은 감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엄마는 헛웃음을 짓는다.
“그냥 사 먹지 니들이 얼마나 먹는다고 농사를 지어. 하하하 농사가 쉬운 줄 알아?”
“엄마 그래도 내 손으로 한번 직접 키워봐야 제 맛이지! 수확이 적어도 키우는 재미가 있잖아요!”
“그려! 그럼 한번 해봐. 우선 소시랑, 아니 소시랑 없으면 호미로 깊이 파서 다 뒤집어. 땅을 뒤집어서 거름을 찌끄려! “
“땅을 뒤집으라고? 왜 엄마? 찌그려가 거름을 뿌리라는 거지요?
“밑이 묵은 밭이면 땡땡해서 거름이 들어가냐? 원래 부드러운 땅도 쟁기로 갈지 않거나 호미로 뒤집지 않으면 굳어 있는 겨어! 그래서 파종이 안 되는 겨. 거름을 많이 줘야 혀. 갈아 없고~ 거름 주고~ 심을 때도 거름 주고~ 또 자주 물도 주고~ 계속 자주 쳐다 도 봐 야 혀!”
아직도 감자인지 도라지인지 더덕인지 잎사귀들만 봐서는 알지도 못하고
설명을 듣고도 헷갈려하는 나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엄마는 걱정이 되나 보다.
“엄마 두고 봐요! 내가 내년에는 감자 농사 잘 지어서 감자전 해 줄 테니까요!”
‘엄마를 위해 전을 부쳐준다’는 말에 기특하다며 어이없어 엄마는 소리 내어 웃었다.
초보자니 서툴러 종자만 없애는 모습이 마치 베테랑 농사꾼 엄마에게는 땅과 모종만 낭비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거기다 자신의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꿈은 야무진 이 상황이 웃음을 짓게 하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무모한 시간낭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 또한 나는 즐겁고 좋은걸.
글쓰기라는 것, 이것은 내게 텃밭을 가꾸는 것과 같다.
수확의 기쁨보다 매일매일 찾아가 나와 호흡하며 얼마나 자라는지 물은 부족하지는 않은지, 벌레가 생기지는 않는지 등을 살피는 것처럼, 글쓰기는 내 안의 텃밭에서 마음을 살피고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작은 잎사귀가 처음엔 아기 손바닥처럼 작고 귀여웠다가 그다음 날은 더 작은 새끼 잎이 줄기와 함께 나오고, 그러면 나는 그 화답에 물을 뿌려 시원한 목욕을 시켜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 손끝에서 문장으로 인식될 때면, 무의식에 자리 잡은 수많은 사건과 사연들이 작은 잎으로 하나둘씩 줄기를 타고 활자로 뻗어 나온다.
이것은 나에게 문자가 이뤄내는 신기함과 그 신기함은 문장과 문장에서 스토리로 엮어지고
그 스토리는 나의 경험과 생각을 이어내는 즐거움을 낳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흐뭇함을 느끼게도 해준다.
또한 가끔 마음의 상처를 씻어주기도 하고 응어리진 부분을 풀어주기도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시간을 엮어가는 것이고 그 시간은 자꾸만 나를 확인하는 것이다.
‘완전 생초보’라고 써 붙이고 운전 연습을 하는 실습생 마냥 나는 텃밭도 글쓰기도 초보이다. 마치 유아기 때 아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만 향해 있는 것처럼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는 나의 글쓰기 모습을 쉽게 발견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부끄럽다가도 한편으로는 도전하는 내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다.
그 속에서 하나씩 나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수정하고 공부하며 다듬어 가려고 한다.
나는 날마다 꿈을 꾼다.
사람들과 공감대가 잘 이루어지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내 글을 읽고 머리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가슴에서 오래 머무르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나르시시즘의 땅을 개간하고 좋은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경험을 따뜻한 시선으로 읽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것이 좋은 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년의 나는 두 평 밖에 안 되는 텃밭에서 토실토실 알토란 같은 감자들을 소쿠리에 가득 담아볼 것이다.
글벚 친구들과도 충실하게 좋은 글을 써서 발표하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면서 한껏 성장해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기대하시라 개봉 박두!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나탈리 골드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