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1 얼룩. 그래도 남편밖에 없어!>>
< 일 볼 때는 앉아서... 깨끗한 변기가 좋아 >
옆집 청결이네는 남자들도 다 앉아서 일을 본다는데...
우리 집 아들들과 남편은 그렇게 잔소리를 해대도 내 말을 듣는 체도 안 한다.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나 뭐라나.
그렇게 목을 빳빳이 세우고 마누라 말을 안 들으니 아들들도 자연스레 ‘앉아서 일보는 일’이 ‘되지도 않는 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잔소리를 하는 이유는 아마 눈치챘겠지만 변기와 그 주변으로 튀는 소변의 얼룩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하기 바쁜 딸은 소리친다.
“누구야. 쌀 때 조준 못한 놈이.. 아악 냄새!” 그 ‘놈’ 안에는 아빠까지도 들어갈 수 있는데.., 무례한 줄 아는지 모르는지, 자연스럽게 싸잡아 짜증과 화를 내는 것이다.
그 성질에 기죽어 남편과 아들들은 “나 아냐!”라며 강한 부정을 외친다.
그럼 누구란 말인가? 소리 지르는 딸은 아닐 테고 나? 둥이?.
할 수 없다. 하루의 시작인 아침에는 최대한 기분 상하지 않게, 나는 얼른 달려가 변기통과 그 주변을 샤워기로 씻어낸다.
분명코 아침 잠결에 흔들렸을 누구라고, 짐작은 가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악취의 범인은 ‘양심의 가책’을 스스로 느끼도록 맡기고 저녁식사 때에 모여 대책을 세우고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몰려든 가족들 앞에서 나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화장실 얘기를 슬그머니 꺼냈다. 아침마다 시끄럽게 짜증 내는 누나나 서서 일보는 남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의견을 묻자
그게 뭐라고... 곧 죽어도 남편은 고칠 생각이 없고, 본인이 화장실 청소를 하면 했지 습관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고 딱 잘라 말한다.
안 되겠다 싶어, 아들들을 보면서 다시 의견을 묻자. 양심의 가책을 느낀 건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동의한다며 ‘앉아서 일을 보겠다’고 흔쾌히 대답해줬다.
어찌 남편이라는 자가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고집하고 있으며, 그게 왜 남자의 자존심과 연결이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자신이 청소를 한다 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일주일 내내 앉아서 일을 보는 것에 매번 오줌이‘주제어’와 ‘튄다’가 관심 어가 되었다.
“자기야. 변기 앞에 서서 소변을 볼 때 튀면서 날아간 소변 방울은 변기 턱을 넘어 화장실 바닥과 세면대, 심지어 벽에 걸린 수건에서도 발견된다네. 더럽지?”
“사람의 침보다도 더 멀리 튀는 것 같아. 어쩜 그렇게 멀리 튀냐! 하루 평균 2,300방울이나 튄다네!.. 참 더럽다 그렇지?”
“또 냄새는 어떻고... 지린 내 때문에 아침마다 기분 나쁘고 불쾌해지잖아.”
“사람 오줌 냄새, 특히 아침의 소변 냄새는 너무 심한 듯 해!”
“나는 애들이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 거실을 지나칠 때부터 방광에 차있는 오줌의 냄새가 내 코에 느껴진다니까?”
일주일 동안은 변기에 앉아 일을 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고 자연스럽게 매번 얘길 꺼냈다. “아침에도 더듬더듬 변기를 찾아 일단 앉기만 하면 변 좌를 올리는 수고로움도 없어지고 말이야!”
“정확한 조준의 스트레스도 없고 더군다나 앉아서 일을 보면 갑자기 방귀도 뀌고 대변까지 갑자기 나오면 바로 일석이조로 해결할 수도 있고.. 하하하”
그러자 옆에서 식사하며 듣고 있던 아이들이 더럽다고 그만 얘기하라 한다.
“내가 당신에게 굳이 강요하기보다 당신이 청소한다 하니 난 괜찮긴 한데...!” 말끝을 흐리며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얘기했다. 그러자 남편이 나를 빤히 보더니,
“알았어. 당신이 그렇게 간절히 원하니 한번 앉아서 해 볼게! 하면서 얘기한다.
그 즉시부터 6개월 넘게 남편은 앉아서 일을 보고 있다.
반면 아들들은 어떤가? 작심 일주일이다.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나의 말을 진심 어리게 받아들이며, 호언장담했던 녀석들이... 바지를 내리는 게 귀찮고, 변기에 앉는 것도 귀찮아하고 튀는 것은 나 몰라라 하고..,
지금도 여전히 누나는 아침마다 ‘변기에 얼룩 묻힌 놈이 누구야?’라며 투정의 노래로 하루를 시작하고, 결단코 안 할 것 같던 남편은 본인은 앉아서 일을 보고 나의 수고를 덜기 위해 청소까지 해결하고 나온다.
뭐니 뭐니 해도 진정으로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고 존중해 주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