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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an 20. 2022

7.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지구별의 아픔이 희망이 되기를 소망하며>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출판 갈라파고스)


첫 문장부터 심쿵하다. 그래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96년 4월 29일 세상을 떠난  레바논의 혁명가이자 디카르의 지의 창조자 알리메루에게 바친다.                

법정스님의 말도 너무 공감된다.  나만 다 차지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서로 얽혀 있고 서로 의지해있다.  아무리 자기 것이라 하더라도 그 근원을 추적해보면 다른 누군가가 가져야 할 것을 도중에 가로챈 것이나 다름없다.  날마다 지구촌에서 하루에 3만 5천 명의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또 세계 전역에서 10억 명의 사람들이 하루 1달러 우리 돈 천 원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이것이 이 지구별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무엇을 갖고자 할 때 갖지 못한 사람들의 처지를 배려해야 한다. (내가 사랑한 책들 중)     


여전히 더 고약하게도 기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부가 넘쳐나는 이 지구 상에서 해마다 수백만 명이 기아로 대량 할 살을 당하는 현실은 분명 우리 시대가 낳은 수치스러운 스캔들이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힘없이 팔다리를 떨며 초점 없는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는 어린아이들, 영양 결핍이 만들어낸 희생자들이 점점 더 넓은 지역에서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기아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굶어 죽는 사람의 숫자를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기아로 인한 대량학살을 완전히 멈추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어젠다 2030  두 번째 목표의 제목은 기아 종식이다.  하지만 문서 어디에서도 기아를 종식시키기 위해 정말로 효과가 있는 구체적 방책, 가령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투기 금지라거나 헤지펀드들의 남반구 농경지 약탈, 농업 연료, 유럽연합이 세계 식량 시장에서 자행하는 농업 덤핑(농산물을 정상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수출하는 정책)등을 금지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 따위는 볼 수 없다.     

각국의 정상들과 행정 수반들은 전 세계 식량 무역의 85퍼센트를 장악하고 있는 10여 개 남짓한 거대 민간 다국적 기업들의 불편한 심기와 그 불편한 심기가 초래할 경제적, 정치적 반격을 지나치게 두려워한다.  그렇다고 절망만 해야 하는가 물론 아니다. 기아 희생자들과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단지 출생의 우연뿐이다.  기아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기아는 인간이 종식시킬 수 있다. 우리들 각자가 어디에 살든 각자 자기 나라 정부가 기아로 인한 대량 학살을 멈출 수 있게 근본적인 개혁을 실시하도록 분연히 일어나서 행동하자.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굶어 죽는 방식은 동일하다.   소말리아의 난민촌이나 파키스탄 남부 도시 카라 치어 빈민가, 방글라데시 다카의 판자촌 등 어디에서나 굶주림으로 인한 죽음은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     

인간은 3분 동안은 숨을 쉬지 않고 살 수 있으며, 사흘 동안은 아무것도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고, 3주 동안은 먹지 않고 살 수 있다. 딱 3주다.  그 이상은 아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우리 몸은 급속도로 쇠약해진다.  제대로 먹지 못한 어린아이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훨씬 더 빨리 나타난다.  우선 우리 몸에 비축해 두었던 당분이 바닥나고, 이어서 지방마저 모두 소진된다.  탈진 상태에 놓인 아이들은 제중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호흡기 염증 등이 끔찍한 고통을 야기한다.  이렇게 되면 근육도 파기되기 시작한다.  어린이들은 제대로 서있지도 못한다.  몸을 가눌 수 없는 아이들은 작은 짐승들처럼 먼저 구덩이 속에 몸을 웅크린다.  힘이 다 빠져버린 아이들의 팔은 맥없이 축 늘어진다.  아이들의 얼굴이 노인의 얼굴을 닮아간다. 그러다가 아이들은 죽음을 맞는다. 그렇다면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까?  기아로 인한 죽음에는 어떠한 필연성도 없다.  기아로 죽는 어린아이는 상해당하는 것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유럽 국가들은 민주국가들이다.  민주주의에 무력함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자유와 기본권을 누리고 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한다면, 그래서 조직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우리는 큰 어려움 없이 농업 덤핑이나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소발 투기 농업 연료 제조업자들로 인한 식량 파괴, 금융자본 포식자들에 의한 빈곤 국가에서의 경작지 남획 금지 조치를 얻어낼 수 있다.  조르주 베르나노스는 신에게는 우리들의 손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썼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변화된 의식은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를 원한다.  기아로 인한 떼죽음은 참으로 끔찍한 반인도적 범죄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먹을 것이 넘쳐나서 사람들이 비만을 걱정하고 한족에서는 음식 쓰레기도 마구 버리고 있는데... 일상 풍경이 된 굶주림.   소말리아 정부는 국민들이 그렇게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뭘 하는 걸까?

10년 넘게 이렇다 할 정부가 없다는 거야. 단일 언어와 단일 종교에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종족 간의 갈등도 없는 단일민족인데도 서로 적대적인 군벌(강대한 군사력을 배경으로 정치적, 특권을 장악한 군인 집단)들이 대립해서 대포와 칼리 슈니 코프 소총 칼을 들이대고 싸우고 있다.  모두가 자신들의 군벌 대장에게 복종하고 있지. 각 군벌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이 권력과 부와 가축을 독점하는 거다. 결국 자기 민족을 망치는 범죄자들은 바로 그 군벌 우두머리들이라는 것이다.    

현재 지구는 현재보다 2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 살 릴 수 있다.  오늘날 세계 인구는 60억 명 정도 되지 하지만 현재 120억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다. 먹여 살린다는 의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2400-2700칼로리의 정도의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구의 부자나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신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연 도태설. 이것은 정말 가혹한 신화가 아닐 수 없다.  이성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의 6분의 1이 기아에 희생당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해 하지만 일부의 적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불행에 장점도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까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한다고 보는 거다.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가고 소비하고 활동하다 보면 지구는 점차 질식사의 길을 걷게 될 텐데, 기근으로 인해 인구가 적당하게 조절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기아를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로 여긴다.  너무 많아진 인구로 인해 나타날 치명적인 영향과 산소부족으로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자연이 스스로 과잉 생물을 주기적으로 제거한다는 거다.   이런 것은 전형적인 유럽적. 백인 우월주의적 정당화.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논리다.  자신들은 절대로 굶어 죽지 않을 거라는 걸 알 고 있으니까 말이다. 수단의 엄마들이 자기 아이들이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게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나?  그런데도 많은 지식인이나 정치가, 국제기구 책임자들은 엉터리 신화 즉 기근이 지구의 과잉 인구를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고 믿고 있다.   자연도태. 이 말은 정말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그런데도 이런 표현은 사람들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다는 자연 도태설, 이 개념에는 무의식적인 인종차별 주의가 담겨있다. 맬서스 이론 : 영국교회 성직자였던 맬서스는 1798년 인구 법칙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세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여 25년마다 2개가 되지만 식량의 증가는 산술 서열을 따르므로, 가난한 가정은 자발적으로 산아제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 보조나 지원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맬서스는 질병과 배고픔은 가슴 아픈 일이기는 해도 이 사회에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 상의 인구를 줄여주는 자연적인 수단이라는 얘기였다.   이 책은 출판되자 유럽의 지배층에게 널리 읽혔고, 산업화 초기의 국민 경제학자들과 기업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맬서스 이론은 근본적으로 틀렸지만 심리적 기능을 충족시키고.  날마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구호 시설에서 웅크린 채 죽어가는 아이들, 수단의 덤불 속을 비쩍 마른 몸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고,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신화를 신봉하고 있다.  끔찍한 사태를 외면하고 그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을 말이다.     소말리아.. 무엇하나 간단하지 않다. 특히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에서는 말이다.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소말리아 사태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군벌끼리의 갈등, 내전, 불안한 사회제도, 가뭄이나 사막화 같은 자연재해, 도로나 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의 미정비, 유엔이나 인도적 자원 조직의 협력을 거부하는 것 따위의 문제들이 겹쳐있다.  그래서 식량 식수 비타민 부족 등으로 소말리아 사람들은 지금도 죽어가고 있는 거다.


"작은 몸들이 흐느끼며 오그라들고 있었지. 엄마나 누이들이 때로 숨진 아이의 얼굴에 가만히 수건을 덮었어. "    

전 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을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 있다는 사실.  선진국에서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거나 해서 영양과잉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거꾸로 다른 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굶어 죽고 있다.  유럽연합은 나름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  자국의 농민들을 살려야 하고, 그 때문에 농산물 가격을 높게 유지해야 하니, 배고픈 사람들을 돕는 것은 FAO, WFP의 과제일 따름이다. 하지만 이들 국제기구는 우선적으로 긴급한 지역만 도울 수 있을 뿐이다.  8억 명 이상이 고통을 받는 구조적 기아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식량의 가격이나 만성 영양실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식량의 가격이나 생산량의 결정.  그리고 식량의 공평한 분배 등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그 시장은 아주 잔인하단다.  구호단체의 방침에 동의해, 구호단체는 극단적인 조건에서 활동하고 갖가지 모순들과 싸워야 한다.  그러나 어떤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는 없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다.   사막화는  우물을 파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데... 굴착기나 기계식 펌프 장치도 없고.  우물 내부의 벽에 콘크리트를 칠 수도 없어. 시멘트나 기계를 들여올 돈도 물론 없다.  삼림 벌 체는 아프리카 시골 여인들은 나무를 때서 식사를 준비한다. 그래서 날마다 상당한 양의 땔감이 필요하다.  그들은 처음에는 마을 가까운 곳을 벌채하다가 점차 원을 넓혀가며 작은 나무나 덤불을 베고 뿌리마저 캐버린다.  그러다가 결국은 사바나를 초토화시키는 거다.  그런 식으로 훼손된 삼림을 다시 조성할 수 있을 만한 마을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나무들은 너무도 중요해서 나무야말로 사막의 바람을 막아주고, 서서히 뿌리를 흙을 지탱해주니까.    자연재해, 허리케인이 왜 발생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단다.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도..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는 몇몇 원인들을 파악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구 상에 남아 있는 원시림의 대규모 벌채가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수목이나 관목, 그 밖의 화초도 일단 불에 타버리면 삼림으로서 재생되기란 영양 불가능하다.  아마존 분지는 부식층이 아주 엷고,  브라질 중서부 마 토르로 소 주의 라티푼디움이나 북동부에서 가뭄 때문에 정글로 들어온 사람들이지 이들은 화전을 일구기 위해 숲에 불을 지르고 있다.  그로 인해 인디오 원주민들은 원래의 삶의 터전과 생활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국제기업들이 경여하는 농장이나 목장도 파괴의 주범이다.  그들은 거대한 트럭을 동원해서 기계로 대규모 벌채를 자행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대부분 수백 평방킬로미터의 광대한 땅에서 수만 마리의 소들을 방목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새로운 법률을 공포하고 있고, 화전을 금하고 불법 벌채를 금하는 법, 그리고 우림의 상업적 활용이나 목재 수송방법에 대한 규제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법률이 실제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고,   단속에 나서야 할 정부조직이나 관리들 사이에서는 부패가 무척 심하다.  더구나 그렇게 광대한 지역을 감시하기란 대단히 힘들다.  공중에서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공위성으로 감시하더라도 소실되는 삼림의 약 20퍼센트 정도는 좀처럼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이것은 자국에 대한 부당한 내정간섭으로 여기고 있다.      


월드비전을 통해 아프리카의 한 여자아이를 후원하면서 나도 그게 의아했다. 왜 한쪽에서는 음식이 남아돌아 음식 쓰레기를 처치하느라 곤란을 겪는데 다른 쪽에서는 식량 부족으로 고통당할까  한쪽에서 남는 음식을 다른 쪽에 퍼다 주면 될 텐데...지은이의 지적대로 학교에서 이 세상에 배고픔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배운 적이 없었고 평소 정치나 시사문제에 특별히 관심이 많지 않던 나는 그냥 후원자들이 더 많아지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상황이 개선되겠지라고 낭만적으로 생각했다.  간혹 언론을 통해 피골이 상접한 아프리카 아이들의 모습을 접할 때면 가슴이 아리기는 했지만 지구 상에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냥 당연한 일처럼 여겼다.  그러나 기근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한 명꼴로 굶어 죽는 등 한해 수천만 명이 기근에 희생되고 있으며 또 한해 700만 명이 시력을 잃고 있다니...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인해 구호 조치가 무색해지는 현실, 구호조직의 활동과 딜레마, 부자들의 쓰레기로 연명하는 사람들. 소는 배불리 먹고 사람은 굶는 현실. 사막화와 삼림 파괴의 영향, 도시화와 식민지 정책의 영향. 특히 불평등을 가중시키는 금융과 두 지배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생사를 가르는 상황들이 얼마나 정치 경제 질서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고 했다. 이 책이 우리 사회에서 기아에 대한 의식과 공동의 관심을 새롭게 하는 작은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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