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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Feb 28. 2022

15~17. 요시모토 바나나에 바나나?

<책 세 권을 읽고>



*책 소개 

저자 소개: 요시모토 바나나는 1987년 데뷔한 이래 가이엔 신인 문학상. 이즈미 교카상등을 받음. 열대지방에 피는 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적인 팬들을 두고 있다.


1.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199p)


글은 가볍다. 그러면서 아주 잘 읽힌다. 글 속에는 심하게 고통받거나 괴로워하는 사람도 없고 스스로의 심연에 빠져 허덕이는 이도 없다. 그들 또한 상처를 받고 상실에 슬퍼하지만 서로를 다독이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 생을 꾸린다.

키친은 상실과, 상실의 슬픔을 풀어내고 있지만 상실과 슬픔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상실과 슬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관계와, 그런 관계의 지속성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소중한 것임을 말한다. 세 권의 책들이 모두 그렇다.


감상평 : 키친을 사랑하는 주부로서 더욱 공감하며 읽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로 인한 상처와 상실감을 가볍고 경쾌하게 쓰는 재주가 느껴졌다.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손길들. 어쩌면 이것은 왜곡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친절하게 받아주는 법을 가르치는 책 같다.


2. 도토리 자매(-134p)


우리는 도토리 자매입니다. 이 홈페이지 안에서만 존재하는 자매죠. 별거 아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차분하게 가라앉는 일 없으세요? 어떤 내용이든 괜찮습니다. 정해진 틀 안데, 정해진 글자 수만큼 이라는 규칙은 있지만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답장은 꼭 보내겠습니다.-도토리 자매 올림-


감상평 : 도토리 열매는 아주 옹골지다. 역자 말대로 도토리는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딱딱한 껍질 안에는 아픔이 고여 있고 망가진 울타리의 흔적만 존재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을 것 같다. 충만함과 결핍이 혼재하는... 겉으로 봐서는 훌륭하고 부러워 보이는 사람에게도 깊이, 찬찬히 들여다보면 아픔과 슬픔들이 고여져 느껴지고 만져지는 것을 종종 본다. 하지만 작가는 있는 그대로 하나씩 받아들여가며 외로움의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돈코와 구리코가 같이 있다면 분명 잘 살아나갈 것 같은 희망을 얘기하고 싶어 진다.


3. 막다른 골목의 추억(-228p)


대학 동창인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 재회의 순간을 그린 유령의 집, 사내 식당에서 독극물 테러를 당한 여성의 후일담, 어린 시절 동네 친구와의 안타가운 추억을 담은 이야기 등이 쓰여있다.


감상평: 바나나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막다른 골목에 도착했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을 만나게 되는 느낌이었다. 아픔이 있다면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느낌. 위의 두 권 보다는 조금 더 같이 이겨내는, 조금 더 밝고 함께하는 힘들이 더 있다고 할까. 나아가 시간의 흐름이 주는 치유. 살아간다는 것의 소중함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가벼우면서 따뜻한 문체, 그래서 젊은이들이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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