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나의 우울증 메이커

"오빠, 제발!!"

by 혜랑

애를 쓴다고 써도 잠깐이었다.


어떤 주말은 하루를 다 써서 집을 다 뒤집고 치웠다.

그러고 나면 내 다음 하루가 달라질 거란 기대를 했다.

며칠이 지나면 집은 다시 엉망이 되었다.

나는 치우고 울적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남편은 언젠가부터 내 노력에도 한숨을 지었다.

얘기를 나눠보면 알 수 있었다.

내가 애를 써도 남편의 생각은 '저러다 또 말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함께 있을수록 숨이 막혀갔다.


아이들 앞에서는 어떻게든 숨기고 웃었다.

그리고 긴 밤 혼자서 잠들지 못하고 자책하며 울곤 했다.

'나는 어떻게 나를 설명해야 하지?'


회사에선 멀쩡하고 씩씩하게, 심지어 때론 마냥 즐거운 듯 일하고는

집에서 바스라지 듯 무너지는 나였다.

나 조차도 제대로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 남편에게 나를 표현하는 건 더 어렵기만 했다.

그럴수록 남편은 더욱 나에게 실망하는 것처럼만 보였다.


"너는 너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잖아."

"너는 네가 싫어하는 건 귀찮아서 내버려 두잖아."


남편은 나를 완벽하게 오해하고 있었다.

점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말은 때로 내 목을 조르는 듯 느껴졌다.

견딜 수 없는 날에는 주차장으로 가 차에서 펑펑 울었다.

펑펑 울다가 멍하게 있다가 다시 울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면 좀 괜찮은 듯했다.

나는 내가 엉망진창으로 망가져가고 있음을 알았다.


"나 아프다고! 눈에 안 보여도 나는 아픈 거라고!"

달리 내 상태를 설명할 수가 없던 어느 날은 이렇게 소리쳤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 병이 남편까지 혼란스럽게 했다.

남편의 혼란은 나를 세상으로부터 더욱 고립시켜 갔다.

나는 살기 위해 회사로 향했다.

우울증이란 물에 빠진 나는 회사에서야 물밖처럼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 얘기를 했다.

나는 언젠가는 남편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남편도 무슨 마음인지 계속 이야기를 시도했다.

때론 남편이 나를 괴롭힌다고 느끼기도 했다.

내 맘 같지 않을 때마다 죄책감과 원망이 공존했다.


언젠가부터 한 번씩 남편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내가 아는 형님도 우울증이 있대."

"내가 우울증에 대한 영상을 좀 봤는데..."

심지어 어떤 날은

"네가 아픈 게 내 탓이긴 하잖아."


남편은 나름대로 내가 왜 아픈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물어보고 검색하고 공부하고 있었다.

과거 우리의 시작부터 곱씹으며 남편은 죄책감을 가졌다.

그게 미안해서 나는 더 나를 보챘다.

더 노력하라고, 더 애쓰라고...


남편도 밉고 나도 미웠다.

한없이 남편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느낄 수가 없었다.

사랑은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내 우울증 메이커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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