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기나긴 밤과 스쳐 지나가는 잠

"불면증이 지나가니 손이 떨린다."

by 혜랑

나는 점점 약의 용량을 올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잠을 못 잤기 때문이다.


처음 처방받은 약에 적응을 하고 익숙해지자 낮이 활동은 많이 좋아졌다.

남편과 불화가 생길 만큼 저녁과 밤은 정말 힘들었다.

심지어 잠을 자려고 할 때는 견디기조차 어려웠다.

몸은 피곤해서 졸음이 쏟아졌다.

그런데 무슨 짓을 해봐도 잠에 들지 않았다.


미디어가 안 좋다기에 미디어를 끄고 명상을 했다.

졸린 책도 읽어봤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탕목욕을 했다.

그러자 더 졸렸다.

즉시 잠에 들 거라고 확신하며 누우면 머리가 닿자마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정신은 헤롱거리고 머릿속은 온갖 걱정들로 복작거렸다.

새벽까지 뒤척이다 겨우 슬쩍 잠이 들면 한두 시간 뒤엔 어김없이 깨어버렸다.

깨고 쪽잠에 들고 깨는 날이 반복되었다.


밤에 쓰러지듯 잠에 들어보려고 다른 노력도 해봤다.

새벽녘에 깨면 아예 그냥 일어나서 남들도 한다는 '미라클 모닝'도 해봤다.

어차피 일어난 마당에 책도 좀 보고, 차도 마셨다.

영어공부도 하고 일기도 썼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 중에도 머리는 잠을 못 자서 멍했다.

깨어나지도 잠들지도 못하는 멍한 상태였다.


아침에는 피곤하고 저녁만 되어도 일찌감치 졸리는데도 잠은 쉽지 않았다.

눈은 늘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깊은 잠은커녕 쪽잠에도 감사하는 날도 있었다.

잠은 머무르지 않고 약 올리듯 나를 스쳐 지나갔다.


한 달에 한번 있는 처방날에는 몇 달에 걸쳐 주치의 선생님께 말했다.

"잠을 못 자요."

"요즘도 잠을 잘 못 자요."

"계속 피곤해요."

그때마다 선생님은 취침약의 안정제 용량을 조금씩 올려주셨다.

두 알 정도였던 취침약은 어느새 다른 종류, 다른 크기로 다섯 알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약을 올릴수록 조금씩 잠에 들 수 있었다.

취침약이 없으면 잠에 들지 못했다.

열심히 약을 먹고 잠을 챙겼다.


그러나 어디에나 반작용은 있는 법.

어느 날부터 손바닥과 발바닥이 저리기 시작했다.

찌르르하는 느낌이 가만히 걷다 보면 으레 느껴졌다.

그러다 점차 다리도 저리고 떨리는 날이 생겼다.

어떤 날은 저리다가 힘이 풀려 주저앉거나 휘청거리며 쓰러질 뻔한 적도 많았다.


신경문제인가 싶어 신경과를 갔다.

뇌검사, 신경검사를 다 하고 난 결과는 '매우 건강'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이었다.


나는 약의 문제일 것이라는 신경과 선생님의 조언에 동의했다.

하지만 약을 줄여달라 하기 겁이 났다.

다시 잠 못 드는 시간을 견디는 게 무서웠다.


몸은 계속해서 내게 신호를 보낸다.

'자신을 챙겨, 나를 살펴봐, 나를 지켜..'

나는 다른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잠도 몸의 저림도 또, 내가 신경 쓰고 걱정할 일은 자꾸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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