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느끼는 일곱 가지 두려움에 대하여

오십 살 금쪽이#3

by heyokeum


살다 보면

우리를 진짜로 막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내 안의 그림자다.

나폴레온 힐이 말한 인간의 7가지 두려움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손을 잡고 걸어온 그림자들일 것이다.

그 두려움은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사랑의 모양을 바꾸고 일의 의미를 흐리고

심지어 나 자신을 잊게 만든다.


나는 오늘,

그 일곱 가지 두려움과 다시 마주 앉아본다.


1. 가난의 두려움

“잃는다는 것은 존재가 흔들린다는 뜻이다.”


젊을 땐 돈이 없어도 두렵지 않았다.

그땐 배가 고파도 꿈이 있으면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잃는 것’은 달라진다.

돈을 잃는다는 건 단지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내가 쌓아온 인생의 체면과 존엄이 흔들리는 일처럼 느껴진다.


가난의 두려움은 사실 존재의 불안이다.

진짜 부는 ‘갖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비워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서 비롯되며 실제론 가난이 두려운 게 아니라 혹시라도 ‘내가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까’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다.


2. 비판의 두려움

“세상의 눈이 아니라 내 눈이 스스로 나를 가두었다.”


누군가의 시선은 늘 무겁다.

한때는 남의 말 한마디에 밤새 뒤척이던 날들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왜 그렇게까지 마음을 썼을까’하며 참으로 무의미한 것들이 그때는 그 말 한마디가 내 존재를 부정하는 칼날 같았다.


자아비판의 두려움은 타인의 입에서가 아니라 내 안의 검열자에게서 나온다.

나는 나를 늘 옹졸하게 평가했고 그 형편없는 평가에 스스로 갇혀 내 안의 금쪽이에게 상처를 주고 야박하게 굴었으며 냉정하게 손을 뿌리치고 원하는 것을 듣지 않고 시선을 회피하며 깊은 속에 가뒀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누군가의 시선과 내 협소한 눈으로 나를 재단하는 일과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행위를 쉽게 허용하지 않으며 비난과 비판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진짜 비판에서의 자유는

'그 시선이 통과해도 여전히 나인 나 '를 믿는 순간에 온다.


3. 건강 상실의 두려움

“몸이 멈추면 나도 멈출까 두려웠다.”


어느 날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뻣뻣하고 찌뿌둥한 관절이 먼저 인사를 한다.

몸은 나이보다 솔직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문득 겁이 났고

‘이 몸이 무너지면 나는 무엇으로 버틸까.’ 하는 생각에 온몸이 쭈뼛거렸다.


젊을 땐 몸이 나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내가 몸을 이끌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매 순간 마음이 약해지지 않게 잘 잡고 있어야 할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가끔씩 몸이 약해지면 마음이 흔들리고

그 마음이 다시 몸을 흔든다.


그런데 문득,

병을 두려워하는 마음속에는 잘 ‘살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음을 깨달았다.

삶을 여전히 간절히 사랑하기에

나는 여전히 내 몸을 걱정하는 것이다.



4. 사랑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

“사랑은 잃는 게 아니라 모양을 바꿔가는 것이다.”


사랑은 처음엔 늘 뜨겁고 그다음엔 익숙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익숙함 속에서 종종 불안을 느낀다.

‘혹시 식은 걸까?’ ‘이 감정이 끝나면 나는 무엇으로 살아야 할까.’


사랑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부정에 대한 두려움이며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랑이 나를 증명해 주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보니

사랑은 ‘붙잡는 힘’이 아니라 ‘놓아주는 용기’로 완성된다는 걸 알았고 사랑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관심에서 이해로

소유에서 존중으로

서서히 모양을 바꾸며 남는다는 것을 알았다.


5. 노년의 두려움

“늙는 게 아니라 다시 다른 나로 익어가는 시간.”


나이 들수록 두려움이 많아진다.

몸도 일도 인간관계도 조금씩 멀어지니까.

하지만 그건 단순한 쇠퇴가 아니라 변화의 신호였다.


젊을 땐 무수히도 성장을 외쳤지만

이젠 ‘익어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고 익숙하며

'이제 쓸모없어질까 봐'라고 드는 생각에서 세상이 준 역할이 점점 사라진다는 생각으로 전환되면 그제야 비로소 내 안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늙는다는 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일이며 노년에 비치는 잔잔한 빛은 또 다른 방향으로 서서히 스며들고 번질 뿐 나이 듦은 사라짐이 아니라 익어감의 시작이다.
또한 노년의 두려움 속에서 비로소 ‘쓸모’가 아닌 ‘존재’로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6. 죽음의 두려움

“끝이 아니라 긴 여행의 쉼표.”


어릴 때는 죽음이 멀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의 부고가 내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항상 죽음은 두렵지만 그 두려움의 밑바닥에는 ‘아직 못 산 삶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는 것이다.

죽음은 삶의 반대말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며

살아 있음이 빛이라면

죽음은 그 빛을 돋보이게 하는 그림자이다.


7. 실패와 죄책감의 두려움

“넘어졌다는 건 여전히 길 위에 있다는 뜻이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늘 나를 숨 막히게 했다.

한 번의 실패가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쉽게 좌절하며 고통에게 나의 시간을 온전히 나눠주었다.

하지만 실패는 나를 작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나를 진짜 나답게 깎아내는 조각칼임을 깨달았으며

죄책감과 부끄러움 또한 인간의 한 감정일 뿐이기에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아직도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은 삶의 반쪽이다


우리는 두려움을 없애려 애쓰지만

두려움은 사실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든다.

두려움이 없었다면

사랑을 더 깊이 느끼지도

삶을 더 간절히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두려움은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야 할 그림자다.


오십에게 두려움이란

‘두려움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해하는 법’이며 스스로 나의 그림자를 안아줄 때 비로소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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