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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돌핀 Jul 16. 2021

엄마는 연봉이 얼마야?

연봉이 있기나 할까!

최저시급이 결정된 다음 날

날씨는 푹 찌는 폭염으로 거리를 잠깐만 걸어도 땀이 주르륵 났다.


평소처럼 시골에 계시는 엄마에게 안부전화를 하다가

농사일을 하는 엄마는 1년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엄마는 연봉이 얼마냐"라고 물었다.


농사일이라는 게 월급제, 시급제 노동자들과는 다르게 매달 일한 만큼 들어오는 고정급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늦은 밤까지 산으로, 들로, 논으로 나가서 손에 일을 놓지 않는 엄마는 도대체 1년을 통틀어서 얼마나 벌지 궁금했다.


우리 집은 봄에는 고사리와 매실을, 가을이면 대봉과 곶감을 주되는 농사로 하고 있다.

얼마 전 엄마 생신이기도 해서 집에 내려가 매실 수확철이라 매실 따는 일을 도와드렸는데 생각보다 일이 힘들었다. 예전에는 다 벼농사를 짓던 논들이 지금은 매실나무로 가득이다. 매실 모종을 심어 매실을 따기까지 6-7년 정도를 키워야 한다고 한다.

매실 수확과 선별까지

매실은 한 나무에 많게는 1000개까지 열매가 열리는데, 굵은 포도송이 같기도 하단 생각이 들었다.

후드득 담아도 끝나지 않는 매실을 보면서 아침저녁으로 매실 수확에 고생하실 부모님의 하루하루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갔다. 매실 수확을 하면 엄마의 아는 지인들, 직거래를 하며 알게 된 고객들에게 상품을 보내기도 하고, 농협에서 사가기도 한다. 매실 끝물이 되면 굵기 상관없이 그물망 같은 곳에 20킬로씩 담아서 농협에 파는데 1킬로에 900원이라는 이야기에 그물망 하나를 가득 채워봐야 18000원이 고작이라는 생각에 화가 났다. 저 한 망을 채우기 위해서 땀 흘려 고생했을 부모님 생각에 말이다.


땀 흘려 일한 노동에 대한 보상이 생각보다 그 값을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도 최저임금이 9160원. 올해보다 440원 인상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우리가 각자의 일터에서 하는 일들이 이만큼의 값밖에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굵은 매실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 어찌 보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많은 시간들을 소위 '공짜 노동'을 하며 보내시는 우리 부모님을 비롯한 수많은 농민들을 보면서 과연 그 땀 흘려 일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보장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에서는 월 얼마씩 들어오는 고정급이 없다. 주요 수확물들을 따서 판매를 했을 때 그 값이 급여고 연봉이다. 그마저도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 때거나, 태풍이 오면 최소한의 벌이도 안된다. 우리가 최저임금을 말할 때 노동자들의 최소 생계비를 보장하여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과연 농촌에 수많은 농민들은 최저임금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싶었다.


심어 놓은 콩들에 물 주려고 물 대는 중

얼마 전 남부지방을 강타한 폭우에 엄마가 품들여 심어놓은 콩들이 순식간에 쓸려 내려가버렸다. 얼마나 허탈했을까- 저게 얼만데 하는 생각 전에 저 콩을 심기까지 쏟아부었던 엄마의 애정과 땀방울이 빗물과 함께 쓸려 나가 버렸을 때의 심정을 나는다는 모르겠다.


환갑도 지나신 나이, 이제는 좀 쉬엄쉬엄 하라고 말씀은 드리지만- 그것도 말뿐.

변변한 용돈 한번 제대로 드려본 적 없고, 아침저녁 힘든 몸을 이끌고 논과 밭, 산으로 걷고 걸어 닳고 닳은 엄마의 팔다리를 주물러줄 효도 한번 제대로 못해 본 주제에 늘 전화로 말 뿐이다. 제발 이제는 그만 좀 쉬시면서 건강 챙기시라고 말이다.


오늘, 엄마에게 "엄마는 연봉이 얼마냐" 물었더니 엄마는 피식 웃었다.

나는 그래도 일하면 월 얼마씩 들어와 1년에 얼마 이렇게 딱 말할 수 있는데 엄마는 도대체 얼마를 버냐며 물어보니, 엄마도 모르겠단다. 한 번도 계산해본 적이 없으신 건지- 그냥 그날그날 수확된 농작물들을 팔고 또 시간을 쪼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걸 하며 번 수입들이 생활 곳곳에 쓰이다 보니 얼마를 버는지, 얼마가 필요한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렇게 살아가고 계시는 게 아닐까 싶었다.


농민들이 농작물을 재배해서 수익을 내는 거야 따지고 보면 각자의 삶이고 생계이긴 하지만

다 우리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일일 텐데- 수입개방과 외국산 농작물이 싼값에 물밀듯이 들어오는 지금 세상에 우리 것이 그래도 보약이라며 어렵지만 땅을 가꾸고 애정으로 농작물을 키워나가는 농민들에게 최소한의 아니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연봉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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