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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돌핀 Dec 30. 2022

노동자의 쉴 권리도 짓밟는 주휴수당 폐지론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안에 ‘주 52시간제’ 유연화 개편 방안에 이어 주휴수당제 폐지가 거론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2일 정부의 위탁으로 노동개혁 과제 발굴을 논의해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주휴수당을 없애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주휴수당이란 주 15시간 이상 소정근로시간을 다 채운 노동자에게 유급 주휴일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권고문에서 “주휴수당은 근로시간과 임금 산정을 복잡하게 하고,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계약을 유인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라고 주장했다. 주휴수당이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으로 도입된 이후 70여 년간 유지됐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주장의 근거가 부실하기 그지없다. 


주휴수당 폐지는 사실상 임금 산정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2023년 최저임금은 주휴수당을 포함해 201만 580원(209시간 기준)이다. 주휴수당이 폐지되면 여기에서 약 350,000원이 빠지게 된다. 기존의 월급을 보전하기 위해 최저임금이 1만 1500원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히려 더 많은 급여를 주고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구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주장한 근로시간과 임금 산정의 복잡성은 오히려 노동시간의 유연화와 통상임금, 불안정한 노동 형태 등에서 비롯된다.


또한, 주휴수당 폐지가 쪼개기 계약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동안 주휴수당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근무시간 쪼개기'를 통해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들을 고용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초단시간 노동자가 2017년에는 연평균 96만 명 수준이었으나 지난 9월 179만 5000명을 기록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초단시간 노동자가 많아지는 것은 노동시장의 질을 떨어트리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게 하는 악순환을 반복시켰다. 이런 쪼개기가 노동시장에서 부작용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구조적 방안 혹은 정부의 지원이 마련됐어야 한다. 주휴수당 지급기준에 있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 단서를 삭제해 모든 노동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차별과 노동자 불이익의 소지를 없애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 일방적인 주휴수당 폐지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불안을 조장하고, 쉴 권리마저 침해하는 것이다. 


결국 주휴수당 폐지론은 장시간 노동과 불안정한 저임금 체계를 부추기며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침탈하는 정책이다. 

주휴수당은 장시간·저임금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하루는 안정적으로 휴식을 보내게 하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환경이 어떤지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책상머리에 앉아 산수 계산이 힘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과연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참담하고 분노스러울 뿐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민 노동개악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와 더불어 쉴 수 있는 권리도 빼앗고 있다. 저녁 없는 삶에 이어 주말 없는 삶이 도래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또 계약직으로, 단시간 노동에서 초단시간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독단은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것은 물론 노동시장의 질 또한 하락시킬 수밖에 없다. 


전태일 열사 분신 이후 노동조합 건설과 노동자들의 권익쟁취투쟁으로 만들어 온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다. 주휴수당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겐 숨구멍이다. 이런 숨구멍을 조르고 있는 것이 윤석열식 노동개악이다. 그동안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이렇게 파괴하려 드는 노동개악은 없었다. 모든 노동자가 힘을 모아 윤석열식 노동개악을 당장 멈춰 세워야 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노동자들의 생계와 안전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려고 하는 무도한 저 윤석열 정권을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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