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다운스윙의 진실
왼팔과 오른팔이 100분 토론을 펼칩니다.
서로 자기가 앞장서겠다고 우깁니다. 7:3의
비율로 일단 마무리합니다. 왼팔은 관례라고
우기지만 오른팔은 인정하기 싫었습니다.
한 번씩 오른팔이 나설 때 멋진 샷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왼팔에 의해 오른팔의 재능이
가려진 것 같아 억울하지만, 오른팔이 일단
손해를 보기로 하고 훗날을 기약합니다.
두 팔의 아웅다웅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누군가가 살짝 조소를 보냅니다.
그 누군가는 바로 듬직한 어깨였습니다.
순수 팔로 볼을 친다는 ‘팔로 스윙’이 있습
니다. ‘팔로 스윙’도 스윙입니다.
‘팔로 스윙’도 골프에서는 필요합니다.
‘팔로 스윙’ 분야에서는 왼팔과 오른팔이
토론을 펼칠만합니다. 하지만 ‘팔로 스윙’은
곧 한계에 부딪힙니다. 비거리가 아쉽고
방향이 불안합니다. 이때 어깨가 살며시
나서 두 팔의 한계 극복을 자처합니다.
어깨는 소란스러운 것을 싫어합니다.
두 팔에게 조용히 당부합니다. 나서지 말고
시키는 것만 하면서 조용히 거들기만 하라
합니다. 어깨의 포스에 주눅이 든 두 팔은
그저 고개만 끄덕입니다.
어깨가 힘껏 돌아버립니다. 두 팔은 그저
덩달아 돌아버립니다. 힘없이 돌아버렸는데
힘있게 돌아버릴 때보다 편하고 막강합니다.
두 팔의 한계는 어깨 덕분에 극복되고
더 이상 서로 다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어깨를 앞세운 두 팔은 신이 났습니다.
신세계를 만난 듯합니다. 이들을 조용히
지켜보던 또 다른 누군가가 표도 나지 않게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 누군가는 바로
엉뚱한 엉덩이였습니다.
‘곧 나를 찾겠군’ 생각합니다. ‘실컷 놀아라,
놀다 놀다가 내가 생각날 것이다’ 예측합니다.
서서히 엉덩이는 준비 운동에 들어갑니다.
엉덩이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줘도
못 먹는 감과 같습니다. 옹골찬 엉덩이는
어깨도, 두 팔도 모두 덩달아 오게 만듭니다.
막강한 엔진입니다. 대신 작동법이 힘듭니다.
작동법이 서투르면 금세 포기합니다.
포기를 넘기면 무기가 될 텐데 익숙하지 않아
지레짐작 겁먹습니다. 오작동하면 오작용을
일으킵니다. 오작동이 작동인 줄 착각하기도
합니다. 하나마나 마찬가지면 오작동입니다.
맨손 스윙 연습엔 엉덩이가 팍팍 돌아가며
멋지게 작동하는데 클럽만 잡으면 하는 둥
마는 둥 됩니다. 괜찮아요. 제대로 옹골차게
작동하게 되어도 하는 둥 마는 둥 느껴져요.
하는 거니까 염려 붙들어 매세요.
왼팔은 굽어지지만 않으면 됩니다.
오른팔은 플라잉엘보만 조심하면 됩니다.
어깨는 조금이라도 움직이기만 하면 됩니다.
두 손은 코킹과 힌지만 신경 쓰면 됩니다.
고정된 스파인 앵글을 축으로 엉덩이가
옹골차게 작동하면 두 팔은 그저 떨어지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그저 따르면 됩니다.
비거리도 방향도 최상급입니다.
두 팔은 고통에서 벗어났습니다.
아웅다웅하던 시절, 무리하면 통증이
심했었는데 이젠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엉덩이가 상체를 이렇게 바꿀 줄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그래서 엉뚱합니다.
엉덩이는 말합니다.
‘그냥 따라오너라, 힘만 주지 말고’
바디턴 스윙의 시작은 엉덩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