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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어려운 이유

44. 무조건 열심은 열심 아닙니다

by 골프공작소

3m 앞 천막을 향해 무심하게 티샷을 합니다.

실내 연습장의 평범한 모습입니다.

찢어질 듯한 천막의 비명에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장황한 폭포를 이룹니다.

‘무심’이 ‘열심’으로 변합니다.

더욱더 우렁찬 비명을 뽑아내기 위해 주야장천

때립니다. 천막이 실신 상태가 될수록 묘하게

뿌듯합니다. 천막의 비명이 커질수록 거리가

엄청난 줄 착각합니다. 구질은 완전히 무시죠.

‘열심’이 ‘무심’으로 변합니다.


실내 연습장에는

스크린이라는 첨단과학이 버젓이 존재합니다.

비거리, 발사각, 페이스각, 탄도, 헤드스피드,

볼스피드, 정타율 등을 매 샷 알려줍니다.

샷마다 분석을 통해 스윙 수정을 연구하면서

연습하는 것이 찐 연습입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와이파이를 그립니다.

실외 연습장의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허공을 화선지 삼아 시원하게 난을 니다.

한 획을 그을 때마다 한 방울의 구슬땀이

떨어집니다. ‘무심’이 ‘열심’으로 변합니다.

똑바로 그려질 때까지 주야장천 때립니다.

속옷까지 땀범벅이 되면 뿌듯 해집니다.

실외 연습장의 구조상 쥐도 새도 모르게

서서히 퍼 올리고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열심'이 '무심'으로 변합니다.

어퍼블로우를 오해해서 더욱 퍼 올립니다.

헤드의 진행 과정 중 티 위에 있는 볼은 그저

어퍼블로우가 되는데 고의로 퍼 올립니다.

공은 하늘 높은 줄 몰라 비거리도 모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더욱 세계 퍼 올립니다.

공이 좌우로 불꽃놀이하느라 신납니다.


공이 뜨는 것은 내가 띄운 겁니다.

훅도 슬라이스도 내가 그런 겁니다.

스윙을 연구하지 않고 무조건 때리기만 해서

그런 겁니다. 그러니 나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스윙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게 찐 찐 연습입니다.

18홀 중 티샷은 18번입니다. 드라이버

티샷은 14번이 통상입니다. 아이언이

대타로 뛰면 14번이 안 되기도 합니다.

이 사실에 죽으라 고생한 드라이버는

골 때립니다. 어이 상실합니다.

가방 속에 처박혀 있던 퍼터도 덩달아

골 때립니다. 어이 상실합니다.

18홀 중 가장 많은 일을 하는

퍼터는 심통을 부립니다.

웨지는 이미 베짱이입니다.


보기플레이로 예를 들어 볼까요.

매 홀 투 퍼팅 마무리로 예를 들어 볼게요.

90타로 끝낼 때

퍼팅 수 36회,

아이언 스윙 40회,

드라이버 스윙 14회입니다.

보기플레이는 매홀 1타의 여유가 있습니다.

드라이버 거리가 짧아도

아이언을 한 번 더 칠 기회가 있다는 것이죠.

또는 퍼팅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죠.

간혹 몇 개 홀을 파로 끝내면 80대 스코어는

충분히 뽑아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연습해야 할까요?

아이언이고 퍼팅입니다.

싱글이 되려면 아이언을 잘 쳐야 합니다.

어프로치는 붙이고 퍼팅은 넣어야 합니다.

드라이버 잘 쳐야 한다는 말은 없습니다.

다만 짧아도 실수하지 말라고는 합니다.


9번 아이언으로 일정한 120m 거리와

정확한 방향을 특기로 하는 골퍼가 있다면

그 골퍼는 파 5 홀이나 긴 파 4 홀에서

무리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120m를

남기는 플레이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드라이버가 무슨 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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