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아무에게나 묻지 마세요
골프는 '나 홀로 집에'입니다.
외롭고 심심하고 엉뚱해지죠.
연습 중 코치는 예외로 함께합니다.
라운드 중 캐디도 예외로 같이합니다.
"레슨과 조언을 허하노라"
침묵이 부담스러운 이에게 골프는 적막강산이죠.
동반자들은 동행자일 뿐입니다.
자기 골프에 각자 심취해 있죠.
경쟁이지만 경쟁상대는 아닙니다.
경쟁상대는 오직 자기 자신입니다.
실수를 줄이려는 나와의 경쟁입니다.
누구도 누구의 실수를 유도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신의 실수는 자신이 만든 겁니다.
누구의 실수는 누구에게 기회가 될 뿐이죠.
나 홀로 골프는 외롭고 지겹습니다.
골프는 끝이 가려진 고독한 게임입니다.
공 하나 칠 때마다 오롯이 스스로 헤아립니다.
생각, 느낌, 리듬.
공 소리만 가득한 연습장, 무한반복 내 모습,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홀로 스윙분석.
이 모든 것이 익숙하면서도, 허전합니다.
처음엔 나 홀로 집중 모드가 만사 OK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의 루틴을 만들고,
나의 실력을 다듬는 시간은 마치 명상 같습니다.
하지만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오는 슬럼프는
명상을 망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차곡차곡 쌓아온 기술은 대답 없는 대화처럼
순식간에 허공으로 흩어집니다.
무거워진 스윙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옵니다.
답지 없는 수학 문제에 매달린 기분입니다.
괜히 도움이 그리워집니다.
공연히 아무나 생각납니다.
정신없이 나약해집니다.
이때....
나타납니다.
검은 그림자를 앞세워 손을 내밉니다.
아니, 어쩜 불렀는지도 모르죠.
웬만한 연습장의 예사로운 일입니다.
아무에게 스윙의 조언을 구하는 장면.
조언이 과언이 될 줄 누가 알겠습니까.
불행의 종이 울립니다.
그저 힘들어서 약간의 물음표를 건넸을 뿐.
단순히 외로워서 조금의 궁금증을 던졌을 뿐.
침체의 늪에 발을 디딜 줄이야....
어디든 어린 스윙을 찾는 하이에나가 있습니다.
주둥이가 근질거리는 이들에겐 좋은 먹잇감이죠.
물꼬가 터지면 내일부터 당신만 기다리죠.
반갑게 맞이하고 또다시 주둥이를 마구 털죠.
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맥없는 스윙을
자랑스럽게 가르치려 듭니다.
거절을 못 하는 당신의 약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죠.
눈만 마주쳐도 부담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조심하십시오.
늪에 빠지는 순간 족보 없는 스윙이 시작됩니다.
돌아올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너는 겁니다.
그러다 자신마저 하이에나가 되어 버립니다.
골프스윙은
지나가는 물음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골프스윙은
스치는 답변으로는 정답이 안 됩니다.
도긴개긴이기 때문입니다.
지나 내나 똑같다는 겁니다.
물어보는 사람도 혹시나 물어본 거고,
대답하는 사람도 행여나 대답한 겁니다.
결국 서로 빗 말입니다.
진정한 고수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왜???
가르쳐 준 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알려 준 대로 절대 못 한다는 것을 압니다.
원포인트 레슨도 돈이 오가지 않으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진심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공짜는 진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