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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어려운 이유

48. 거울 속 다른 나

by 골프공작소

거울이 보여주는 스윙 모습은

누가 봐도 너무너무 완벽합니다.

"아!"

감탄사가 절로 터집니다.

부드러운 어깨 회전,

거침없는 백스윙,

유연하게 꼬인 상체,

절도 있는 다운스윙,

환상적인 임팩트 자세,

아름다운 피니쉬.

억지로 만든 스윙이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스윙의 모습입니다.

어깨가 이렇게 잘 도는지 몰랐습니다.

꼬임이 이렇게 완벽한 줄 몰랐습니다.

환상적인 임팩트의 모습은

타이거우즈 저리 가라입니다.

팔로스로우와 피니쉬가 판타스틱합니다.

거울 속의 또 다른 나의 모습입니다.

한마디로 굿입니다.


다만...

슬로모션이라는 게 맘에 걸립니다.


타석으로 자리를 옮겨 봅니다.

볼과 마주합니다. 깝깝합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거울 속으로 들어가고만 싶습니다.

백스윙은 두 팔만 휙 지나갑니다.

정신을 잃은 스윙은 오버하고

다운스윙은 어쩔 줄 모릅니다.

어정쩡한 피니쉬는 뻘쭘합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난장판입니다.

"아!"

통탄스럽습니다.

거울 속의 나는 완벽하지만

타석에서의 나는 초라합니다.

거울 앞에서는 고개가 들려 있고

타석에서는 고개가 아래로 향합니다.

거울 앞에서는 모습에 집중하지만

타석에서는 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거울 속의 나는 볼을 때리지 못하지만

타석에서의 나는 볼을 때려야 합니다.

거울 속의 나는 느리지만

타석에서의 나는 빠릅니다.

누구를 믿어야 할까요.


거울 속 나처럼 멋 부릴 수 없습니다.

엉성하더라도 타석 위 나를 믿으세요.

그리고 상상하세요.

거울 속 나의 모습을 상상하세요.

거울 속 나의 모습이 멋진 이유는

어디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죠.

그립을 잡은 손조차 힘이 들어가지 않죠.

그래서 거울 속에서는

어깨가 돌아가고

꼬임이 만들어지고

과감한 힙턴과

그림 같은 임팩트가 나오고

시원한 팔로스로우와

아름다운 피니쉬가 그려집니다.


거울이 선생님입니다.

타석에서도 그렇게 연습하세요.

조만간 거울 속 당신이 뛰쳐나올 겁니다.

거울 속으로는 들어가지는 마세요.

공 못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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