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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출내기 Apr 09. 2022

나의 일하기

벌써 두번째 주재원이다. 6년의 주재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5년을 보내고 다시 두번째 주재국에서 2년을 보내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니어 시절 부터 주재원 생활을 하게 되어서, 아직 법인장이라는 책임 넘치는 자리를 피해갈 수 있었고, 여전히 현장에서 현지 직원들과 부대끼며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언젠가 회사 생활이 5년이 넘어갈 즈음에, 과연 나의 커리어는 Generalist 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Specialist 가 되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던 적이 있다. 해외법인과 관련된 나의 그 당시 커리어 path 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고, 결국 무언가 하나라도 잘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계속 해외로 다니게 되는 길을 유지하기로 했던 기억이 난다. 2009년 부터 2022년까지 길지는 않지만 또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더욱이 해외 주재원에서 본사의 직원으로 다시 해외 주재원으로, 해외 현지 직원들과 한국 본사의 직원들과 지냈던 시간을 돌이켜 보면 바람 같이 지나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시간인가 싶다가도, 또 자라난 아이들을 보면, 늘어난 철 이른 흰머리를 보면 그래도 남은게 있었구나 싶다. 

최근 MZ 세대의 습성에 대한 관찰보고서가 신기하게 다루어 지고, 회사 內 자신을 보통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신기함의 대상이 되는것을 보면, 해외에서는 당연 했던 사람과 회사의 구분이 이제서야 한국에서도 보통이 되어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공익 (共益) 과 사익 (私益) 이 충돌했을때 공익을 중요하게 여겼던 한국의 전통은 공익과 사익 (社益) 을 등식화 하여서, 많은 직원들의 필요를 "사사로움" 으로 여겼던 터이다. 회사의 중요한 회의, 경영진의 출장 대응과 의전, 비 전문가인 경영진을 위한 백과사전식 보고서, 회사의 업무 상황을 보며 고도의 눈치 싸움을 해야 하는 휴가, 과중한 업무로 연속된 야근으로 문제가 생긴 건강을 훈장 처럼 이야기 했던 사람들과 시간은 이제 꼰대의 라떼스토리가 되고, 이제 그 "사사로움" 이 중요한 기업 운영의 원칙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서야 우리도 제도화 된 52시간을 넘어서 일과 노동에 대한 기준들이 변하고 있구나 싶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기업을 "보통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이루어 가는 정밀한 기계" 로 정의 하였다. 비범한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비범한 성과를 이루어 간다. 새로운 산업의 지평을 열고, 존재하지 않았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비범한 사람도 결국 사람이다. 24시간중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12시간 남짓이다. 큰 기업이 되려면 보통사람들의 힘이 필요하다. 대다수 보통 사람은 오늘 보다 발전된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힘이 필요하다. 기업을 통해서 개인의 삶을 유지 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일터는 어른들의 놀이터 이자 공동체로 사회적 존재인 사람들의 거의 모든 일상을 지배한다. 때로는 비범한 사람들을 모아서 보통도 못 되는 열등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개인과 공동체의 낭비이고 불행이다.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 하는 보통 사람들을 어떻게 동기부여해야 할 것인가? 지식 근로자의 특징중의 하나라고 일컬어 지는 Self Motivation 은 과연 보통 사람에게도 가능한 것일까? 평화롭게 공존하며 발전하는 길은, 지혜롭게 서로를 이용하는 길은 무엇일까?  오늘 한국 기업의 궁금증이고, 기업을 통해서 나의 사사로운 이익을 지속적으로 충족해 나가야 하는 개인의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의 직장생활에 채 물들기 전에 경험할 수 있었던 해외 (유럽) 의 업무 환경은 나에게 남들보다 먼저 이러한 부분들을 고민하게 하였고, 그 간극을 내가 직접 혹은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채워나갈 수 있도록 Coordination 했던 것이 결국 나의 주재원 생활이 아니었던가 돌이켜 본다. 



아직 중간 관리자로서 더 많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변화의 순간에 본사를 경험하고, 다시 조금은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일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시간이 지나서 더 흐려지기 전에, 너무 철지난 옛날 이야기가 되기 전에 몇자 글을 남겨보는건 어떨까. 글은 다행히 독자의 선택에 달려 있으니, 자발적인 선택적 잔소리가 될테고, 듣기 싫어 하는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  점점 했던일을 또 반복해 가며 짐짓 보람을 찾기 힘든 일상을 먼 훗날, 이제는 일 할 수 없을때 돌아볼 수 있는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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