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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출내기 Nov 07. 2024

오늘 하루

긴 출장을 나와서 어느새 3주를 넘기고 4주 차를 맞이하다 보니 수시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출장을 그렇게나 많이 다니고 다녔는데도 혼자서 쓸쓸한 저녁을 보내는 건 마음이 쓰리다. 이곳에서의 업무가 마무리되어야만 집으로 향할 또 다른 출장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아직 돌아갈 비행기표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라니.


예전에는 혼자서 참 잘 지냈다. 다른 학과의 전공필수 과목을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찾아서 혼자서 듣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교양 과목을 혼자서 듣곤 했다. 같이 다니는 것이 거추장스러웠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숨기고, 양보해야 하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다짐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보다 나 스스로에게 할 말이 더 많았고,  답이 늘어가는 것보다 질문이 많아지던 그때에는 혼자서도 잘 살았는데.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애초에 혼자서도 잘 지낸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말이다. 처음부터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일컬었고,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다. 살아가며 맺게 되는 어떤 인연은 내 영혼과도 맞닿아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걸음이 이토록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건 뭘 잘 몰랐던  철없을 한때의 착각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받는 것은 어색하다. 모두에게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가족들에게는 사랑받는 아들이고, 남편이고, 아빠면 좋겠다.

타국에서의 오늘 하루가 우리 가족들의 일상을 지키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면 오늘은 그 무엇보다 보람 있고 뜻깊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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