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힘

by 신출내기

아이들이 커가면서 각자의 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쪼르륵 방으로 올라가서는 밥 먹으로 내려오라고 한참 이야기 해야 겨우 한참 있다가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나마 예전에는 물이라도 떠 먹으려고, 컵을 들고 종종 내려오더니만, 이젠 아예 물통을 하나씩 구해서 물을 담아가서는 하루 종일 방에서 뭘 하는지 하루 종일 방콕이다. 이러다가 아이들과 소통과 스킨쉽이 어색해 질것 같아서, 퇴근하면 함께 가족들이 서로 포옹을 하는 우리 집만의 법을 만들었다. 퇴근하면 두 아들이 내려오고, 아내와 히로 까지 온 식구가 현관문 앞에 모여서 서로의 체온을 잠시 나눈다.


사람이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참 어려운일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사연과 역사를 가지고 시간속에 흘러가고 있다. 생각을 표현하고자 한들 그것은 늘 지극히 제한적인 표정과 언어를 통해서 파편화 되어서 던져질 뿐, 과연 그것이 상대방에게 올바르게 전해진 것인지 끝까지 알수 없다. 필시 내가 다른사람에게 이해되는 정도도 내가 타인을 이해하는 겨우 그 만큼의 얕고도 단편적인 수준인것이 분명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고, 내가 다른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가 없는것이다. 서로 이해한다는 것은 아주 잠시 가끔씩만 등장하는 희귀한 순간일뿐 대부분의 시간은 각자의 침묵속에 서있는 것 이다.


얼마전 부터 두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왕년의 유명한 게임 주인공들이 나와서 레이싱 대결을 펼치는 000 카트 와 서로 격투를 하는 000 브라더스 라는 게임이다. 3인용이 지원 되는 게임이라, 집에 가면 각각 게임패드와 키보드를 연결해서 레이싱을 격투를 한다. 첫째 아들 녀석은 연습을 많이 한건지 손재주가 좋은 건지 늘 압도적인 1등이다. 둘째는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해 보는데, 형을 이기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나도 왕년에 게임을 꽤나 즐겼었는데, 3명이서 팽팽 돌아가는 게임 화면을 보고 레이싱 트랙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늘 트랙에서 떨어지거나, 격투 스테이지 아래로 떨어져 죽기 일쑤다. 맨날 1,2,3 등이 정해져 있는데, 그래도 재미가 있는지 저녁 시간이 되면 아빠를 찾는다.


우리는 서로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소통할 수 없는 이질적인 타인이지만, 함께하는 시간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함께하는 행복하고 긍정적인 밀도있는 시간은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희미해 지지만 순간 순간 쌓인 행복한 시간들은 결국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낸다. 행복한 관계의 힘으로 침묵속에 외롭게 서 있던 우리는 연결되고 공감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잠시 나누는 따뜻한 체온, 왁자지껄 떠드는 게임시간. 마음속 깊이 행복의 서랍속에 오늘도 고이 잘 간직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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