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허기. 사실 우리의 생각과 언어는 다분히 나 중심적이어서 독자적인 "관계"의 개념에 대해서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나 아닌 세상과 또 타인과 여러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나의 욕구나 상대방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최소한의 연결로서 존재할뿐, 관계 자체로 어떤 의미가 있다고 자각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그 관계의 상태에 따라서 애초의 목적을 뛰어넘는 만족과 행복이 있기도 하고 그 반대의 실망과 불행이 찾아오게 된다. 관계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나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연결을 유지하거나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점차 깊이 있는 관계를 포기하게 되는데, 여기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가 발생한다.
올바르고 단단한 관계는 다양한 형태와 원인으로 만들어진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도 있고, 고된 시간의 구도를 통해 얻어지기도 하고, 오랜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생겨나기도 한다. 원인과 형태는 다양하지만 그것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조심스럽게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관계 위에 여러 긍정적인 열매들이 생겨난다. 신과의 관계는 근본적인 삶의 목적과 고통에 대한 해답과 희망을 준다. 부모와의 관계는 부정당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용납의 안정감을 준다. 부부간의 관계는 끝날까지 함께하는 정신적 육체적 동반자가 있다는 든든함을 주고, 자식과의 관계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보람을 준다. 올바른 관계 위에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노력이나 상대방의 헌신이 아닌 쌍방 간의 점진적인 신뢰로 쌓인 관계 그 위에 세워지는 것이다.
무언가 부족하거나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데,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가 진다면 내가 만들어온 여러 관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와 연결된 온 세계와 사람들과의 관계는 충분히 든든한가. 모든 것과 더불어 완벽할 수는 없지만, 필수적인 것들과 나의 관계는 건강한가. 관계를 통해서 무언가 구체적인 보상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동행한다는 그 사실 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고 행복한 관계가 있는가.
관계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알게 됨에 감사하다. 미리 관계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지만 신과 함께, 가족들과 함께, 동료들과 함께 좋은 관계를 만들어 왔음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