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던 시작, 커리어가 연결되던 순간들
요즘 국내 많은 조직이 HRBP를 찾습니다.
‘사람’을 넘어, ‘조직’과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움직일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막상 HRBP로 일해보면, 조직마다 기대도 다르고 역할도 다릅니다.
어떤 조직에선 운영이 주가 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선 리더들의 코치, 또 어떤 곳에선 전략 파트너 역할을 하니까요.
저희는 각자의 길에서 HRBP라는 직무를 만나게 되었고, 그 여정에서 망설이고, 배우고, 성장하고, 때로는 흔들리기도 하며 지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필명 H와 R.
H는 조직 안에서 숫자와 사람을 다루던 세일즈 매니저,
R은 사람을 밖에서 조직으로 연결해 주던 헤드헌터였어요.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지금은 각자의 조직에서 리더와 팀, 사람과 제도 사이를 조율하는 HRBP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H와 R이 속한 비즈니스와 조직 상황은 다르지만, 서로의 일과 고민을 나누다 보니
“이런 얘기, 누군가도 듣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이건 그 첫 번째 이야기. "우리는 어떻게 HRBP가 되었는가?"
✦ H의 이야기 ✦
세일즈를 하던 내가, 사람을 통해 조직을 성장을 함께 하는 일을 선택하기까지
처음부터 HRBP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세일즈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매니저가 되었고, 숫자로 성과 내는 것도 재미있고,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어느 날, HRBP로 직무 전환 제안을 받았죠.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이 들뜨고 설레지만은 않았습니다.
회사에선 내부 승진 기회라고는 했지만 직무 전환에 더 가까웠던 상황이라 애매한 변화처럼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온보딩하고 교육했던 신입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며 다른 감정이 생겼습니다.
“이 사람이 잘 적응하고 성장하는 데, 내가 도움이 되고 있다.”
그 생각이 꽤 크게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내가 누군가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막연한 기대.
인사 일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보다는, 그 가능성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는 설렘이 컸던 것 같아요.
첫 조직에선 HRBP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정의돼 있었고, 해야 할 일이 분명해서 혼란은 적었습니다. 그때는, 정해진 일을 잘 따라가면 되는 구조였죠. 하지만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고 나서,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조직은 유기체였고, 역할은 맥락 속에서 계속 바뀌었어요.
기대도, 말투도, 문제 생기는 지점도, 리더십마다의 방식도 전혀 달랐죠. 그게 처음엔 혼란스러웠지만, 나중엔 오히려 좋았어요.
HRBP는 조직이 바뀌면 역할도 달라진다는 걸 그때 처음 체감했습니다.
새로운 산업, 새로운 고객, 새로운 일하는 방식.
HRBP는 비즈니스 파트너이기에, 그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읽어야 한다.
그래서 저는 하나의 조직 안에서 파트너십을 충분히 쌓은 뒤, 다른 산업과 구조로 확장하며 저 자신도 스케일 업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직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어요.
“이제는 나를 더 키우고 싶다.”
그리고 지금도, 조직과 함께 크는 사람이고 싶어서 계속 걷고 있습니다.
누군가 HRBP로서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조직이 성장해 가는 복잡한 여정을, 사람이라는 본질을 통해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일.
그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실감'이, 제가 이 일을 계속해나가는 이유입니다.
✦ R의 이야기 ✦
사람을 연결하던 내가, 조직 안의 연결자가 되기까지
처음 사회생활의 시작은 사람과 조직을 연결해 주는 헤드헌터였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보다는 ‘사람을 만나고, 외국어를 쓰고, 글로벌하게 일하고 싶다’는 아주 넓고 막연한 기준만 있었던 때였어요.
그러다 우연히 헤드헌터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마침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을 보고 이 직업에 대한 동경이 생기기까지 했죠. 운 좋게 바로 시작하게 되었고요. 그 후 4년 동안 300개가 넘는 포지션을 다뤘고, 수백 명의 후보자를 만나며 직무 감각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질문이 하나 생겼어요.
"그 사람,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조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주고 있을까?"
내 손을 거쳐 조직으로 간 사람들의 ‘그 이후’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조직 안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스타트업의 채용 담당자로 입사했는데, 두 달 만에 전임자가 퇴사하며 졸지에 1인 HR이 되었죠.
급여도, 제도도, 평가도, 노무도 처음 해보는 일 투성이었지만, 일단은 직접 부딪치며 익히는 수밖에 없었어요. 낮엔 실행, 밤엔 검색, 주말엔 공부. 정말 치열한 시기였죠.
그러던 어느 날, 주변에서 한두 번씩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 HRBP역할을 잘할 것 같아.”
그땐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사람을 ‘한 명’이 아니라 ‘흐름’으로 보는 감각, 비즈니스와 인사를 연결하는 관점, 그런 것들이 보였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 후 더 큰 조직에서 HRBP 타이틀을 달고 실전을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H를 만나게 된 시기였죠 :)
속도 빠르고 변화 많은 환경에서 리더와 함께 성과관리 루프를 설계하고, 조직 이슈에 직접 개입하고, COE와 협업하며 실전형 BP로 한참을 뛰었죠. 이 일의 단맛과 쓴맛을 많이 경험했어요.
지금은 다시 작은 조직으로 와서 HRBP 체계를 처음부터 정비하고,
대표와 함께 “우리 조직에 맞는 HRBP란 무엇인가”를 변화에 맞춰 계속 정의하며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중입니다.
HRBP는 조직이라는 유기체가 살아 있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했지만, 지금 우리는 HRBP라는 이름 아래 같은 고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채용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걸,
제도보다 사람이 먼저 작동해야 한다는 걸,
정답 없는 문제 안에서 가장 먼저 ‘사람’을 떠올리는 역할이 우리라는 것도 이제는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일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도 :-)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묻고, 직접 부딪혀가며, 그렇게 오늘도 배워가고 있습니다.
완벽한 매뉴얼은 없지만, 조금 먼저 부딪혀본 언니들로서, 우리가 지나온 실무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실제 사례와 고민, 그 안에서 만들어낸 기준들,
가끔은 무너졌던 순간까지 함께 담아볼게요.
가볍게 웃으며 “맞아, 나도 그랬어” 하고 공감할 수 있길, 때로는 그 안에서 고민의 실마리를 하나쯤은 얻어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 이야기가 여러분의 이야기로도 이어지기를. 그럼, 첫 번째 이야기로 함께 가볼까요?
조직과 사람 사이, 비즈니스와 문화 사이에서 살아남고 있는
실전 HRBP들의 생존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