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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성희 Nov 13. 2024

세상과 나를  선명하게 담는 방법

삶을 풍요롭고 깊이 있게 만들어준 글쓰기에 대한 생각




다시

글쓰기를 하며

내가

바뀌어 가고 있다.


마음 한구석 어디쯤 

차지하고 있던

호기심 상자의 뚜껑이

열리더니

스치는 사람이나 사물을   

음미하듯

더 자세히

더 깊게

담는다.


자연스럽게

오래된

습관처럼.


가끔은

나만의 상상력이

날개를 펼쳐서,

담쟁이 덩굴처럼 

잎들과 줄기가

마구마구 퍼져 나감이 

느껴지기도 하다. 


살아 가는데

먹거리가 중요하듯이

쓸거리에

글감은

필수 요소다.


하루동안

나를 따라온 글감을

털어놓는다.

    


<글감 하나>;


로비로 들어서는데

 아주머니가 다가온다.

오래 알던 사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끝나고 로비에서 잠깐 만나요" 

나지막이 속삭인다.


보통 때, 모르는 사람이라면

"됐어요"  

가볍게 밀어냈을 텐데.


나는

거절의 화답 대신

아주머니의 얼굴을 살폈다.

초상화라도 그리듯이

천천

눈에 담으며 


단정하게 빗어 내린  머리,

나이에 비해

관리가 잘된 

반짝이는 피부결,

고온의 날씨에 완벽한 화장!  

옷매무새 역시 

단정하나, 수수한 차림새.


왜  보자 하는 거지?

뭐라 하나 만나서

이야기라도 들어볼까?'   


교실까지 가는  동안에

나란 사람은 참으로 꼼꼼하게

관찰을 바탕으로 

생각의 가지가

멀리 뻗어 나가고 있었다.





<글감> 둘;


단골 떡집에 들렸다.

떡을 좋아하지 않아

단골이라 할 것도 없으

가끔 떡을 살 때면

이곳만 들르기에

나만의 단골이다..


맛깔난 떡이 즐비하게 놓인 떡집은

주인장 부부가 운영한다.

남자 주인은 떡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안에서 떡을 만들어

눈과 귀는

매장으로 향해 있다.

자신이 만든 떡에 대해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금세 대화에 끼어들기 때문이다.


소매를 걷어붙인

오랜 노동에 길들여진

두툼한 팔과

물에 젖어 퉁퉁 부은 손이

밥벌이의 신성함을  말하고 있다.


남들이 대단치 않게 여길지라도

늘 한결같이 

열정을 쏟는 게  

한눈에 보였다.


그런 이가 빚은 결과물은

언제나 완벽하다.

맛보지 않음에도

먹음직스럽고

반짝반짝 빛이 난다.




<글감 셋>;

'

'어라, 새로 아담한 파스타 가게가 생겼네!'

못 보던 파스타 집이 거리 사이에 보였다.

지렁이처럼 꿈틀꿈틀하게 쓴 간판에 '쿡'하고 웃음이 나왔다.

구불구불한 파스타 면발이 떠올라서다.

"Pasta Lee" 주인장의 성씨를 알겠다.

 제목도 이름도 마음을 당긴다.

스쳐 가면서

다시 한번  뒤돌아 다.

꼭 다시 와요

예약 방점 

한방

눈도장남긴다.




글감 넷;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

배장수가 트럭을 세우고  

배를 팔고 있다.


탐스런 배가

바구니에  앉아

주인따 오가는

손님을  보고 있다.


더운 날씨에

지루하게

손님을 기다리다  

다가가자

활짝 핀 얼굴로

배장수가

단내나는

배 한 조각을 건넨다.


뽀얀 배 한 조각이

나를 붙잡는다.




글쓰기의  글감거리는

거리에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내가 잡아채거나 

건져 올리지 않으면


아니

글로 받아 내지 않으면

공중에 부유한

사라진다. 

흩어지는 먼지로 남는다.




눈에 들어온 글거리로

글감을 찾는다.

찾은 글거리는

머뭇거려 희미해지기 전에

바로 글로 옮겨 본다.


쓰기 전보다

일상이 선명하게

삶 안으로 들어왔다.


늘 다니는 길,

무심한 거리의 사람이래

글감에 담기면

모든 게 촘촘히 뇌 안에 박히며

해쳐와 모여를 반복한다.




요즘 매일 글 쓰는 생각에 빠져 살고 있다.

따로 마음먹고 쓰는 게 아니라

생각날 때마다 한 문장이라도

떠오르면 짧게라도 글을 남긴다.

그래서인

예전보다

마음이 풍요로워진 느낌이 든다.

뭔가 스위치가 꺼졌던

마음 안

 하나

불이 훤히 들어와 있는

가득 참!  


그 불빛이

나를 보게 해 준다.

내 마음을

투명하게 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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