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남기고 이별을 보냈다

어머니에게 받은 게 넘치도록 많았는데 늘 부족한 것에 기댔던 어리석은 나

올해 6월, 어머니와 이별을 했다.

93세, 치매를 앓고 계셨어도

진지도 잘 드시고, 나와 눈도 맞추시고,  

얼굴 표정에 친밀한 이에게

보내는 감정도 느끼시는 게 보였다.

어머니는 집에서  말년을 보내시길 원하셨다. 늘 곁에 아들과 함께 의지하며

살길 바라셨다.

그게 바라던 큰아들 대신

작은 아들로 바뀌긴 했어도....

상태가 나빠지신 병원에서 보낸

두 달을  빼고

요양사가 매일 5시간 동안 집에 와서

돌봐주었지만  대부분의 시간과 주말에는 효자인 둘째 남동생을 "아부지"라 부르며 그의 정성과 돌봄으로  돌아가셨다,

멀리 떨어져 살았던 나는

거리가 있다해도 자주 찾아뵙고  

살갑고 따뜻한 말을

더  건네 드리지 못한 게

마음에 한이 되었다.

어머니와의 이별이

멀지 않음을 알았지만

사실 죽음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싫었다.

죽음을 준비하는 게

서로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 해도

죽음을 언급하면

왠지 그것을 불러들이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늘 죽음이란 단어가 주는

공포나, 허무함으로

죽음을 멀리하고 싶어 해서였다,

그저 지금의 시간이 막연히

연장되기만 바랐다.

병원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 했다.

어떻게 해야 어머니를  편하게

보내 드리는 걸까?

생각 끝에 우선 소원했던 가족에게

연락해서 오게 했다,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말,

멀리 있어 보고 싶어 하셨던

손주들의 소식,

늘 걱정하심을 내려놓으시라고 말했다, 좋아하시는 불경도 귓가에 들려 드렸다.

이제 어머니가 가신 지 넉 달이 지났다.

돌아가신 후 어머니께서

베풀어 주신 게 느껴졌다.

너무나 넘쳤었다.

그걸 몰랐다.

차고 넘친 침묵의 사랑을

꾸역꾸역 받아먹었으면서

부족한 거에 기대어 원망하고

못마땅했던 나의 어리석음이 보였다.

부끄럽고, 마음이 저렸다.

어릴 때처럼 대문 앞에서

기다려도  돌아올 수도

손끝 하나도 만질 수도 없으니

이제야 그 모든 게 만져지고 보였다.

배부른 아이였는데

배고파하고

보채기만 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내 마음의 정리가 남았다.

어머니는 가야 할 나라로

여행을 떠나셨고 난 숙제처럼 

어머니를 만나러 갈

그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로 남았다.

울음을 멈추고

남은 나를 위해 내가 맞이할

내 미래의 죽음과 이별을

정리해 보려 한다.

죽음을 보내 드리는

죽은 시신을 부검하는 법의학자 유성호교수님의 말씀이  도움을 주셨다

알려주신 말씀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해 보자.

Neutral Acceptance  

죽음은 인생에서 자연스러운 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삶의 마지막 단계로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인간의 말로로써 다가오는 것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 한다.

Approach Acceptance  

 극락이나 천당으로 간다거나,

불교에서의  윤회처럼

지금의 몸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듯

다시 태어난다는

행복한 내세의 믿음으로 여겨보라 한다.

Escape Acceptance

 암이나 치매 같은 인생 말년의 질병으로부터 벗어나 고통으로부터 치유를 얻는다

생각한다.  

시곗바늘이 흘러서 떠나야 할 기차를 타는 시점이라 여기자.  

영민하셨던 어머니는 자신의 죽음도 모르고 치매를 안고 눈을 감으셨으니

치매가 나으시게 되었을 것이다.

죽음 뒤에 남는 것을 무엇일까?

톨스토이의 인생론에 이런 말이 있다.

이성적 사고로 맺는 관계 중에서

사랑이라는 것은

영원히 소멸하지 않고 남는다 했다.

톨스토이 말처럼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오직 신뢰와 사랑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발인날 관 뚜껑을 닫기 전

어머니는 생전과 똑같았다

잠시 낮잠을 주무시는 듯 곱고 평온했다.

나는

"엄마 내가 얼마나 엄마를 좋아했는지 알지!!! 엄마 사랑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드렸다.

관 안의 놓인 시들어 갈 꽃만도 못한

너무 늦은

마지막 선물.....

내 인생에서 한 분의 어머니가 더 계시다. 외할머니 

늘 바쁜 어머니 대신

우리 곁에 계셔주셨던  정신의 어머니다.

그분의 사랑과 희생이 아니었다면

오늘까지 내가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끔 할머니 꿈을 꿀 때가 있다.

주로 힘들거나 아플 때면 할머니가  꿈에 나오신다. 할머니를 만나면 내가 지금

힘들구나 알아차리고 기운을 차린다.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걱정하시기 때문에 내게 찾아와 꿈속에서나마  나타나시는 거다.

그분의 사랑은 돌아가신 지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이 공기처럼 내게

머물러 계신다.

"코코"라는 죽음을 다룬

영화 속에서 이승에서 나를 기억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동안

 저승에서 영혼은 영원히 유지되고

남는다고 한다.

 살아생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맺은 관계의 소중함과 영속성을 할머니를 통해 믿는다.

삶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

삶은 죽음보다

부조리하고

쓸쓸하고,

불공평하고,

초라하고

외로운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하기에

우리는

기쁘게 살아가야 한다

그것도

진실하고

공평하도록

힘겨워도

스스로에게

활짝  웃으며

삶이 아름답게

빛나게 살아야

죽음도 빛나게

반갑게 맞이하기 때문이다.

삶은 죽음이다.

둘은

이어진 길이다.

30대 젊은 시절의 어머니 미인이셨다 그옆에 국민학교 입학식날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