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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러 가는 길

by 페이지 성희


매일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서둘러 일어난다.

자야 할 시간이 와도 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이

있어 행복한 난 쉽게 잠들지 못한다.

내가 브런치와 사는 일상의 변화다.


첫 번째 노크에서 거절당했다. 은근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오히려 쉽게 열리지 않았기에 더 진중해지고 값어치 있지 않나 마음을 고쳐먹었다. 역시 이곳은 큰 가치가 있는 세상이었다.


첫 구독자가 생긴 날,

50, 100, 200..... 구독자 수가 더해가며

놀라고, 설레고 뿌듯했는지 모른다.


이전 나의 정원이었던 블로그에서 느꼈던 것과 닮은 듯 달랐다.

내 노고와 애씀과 보답이 몸으로 체감이 되고 묵직한 책임도 자라났다.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달라도 공감하는 벗도 만났다.


잘 쓴 글이건 그저 평범한 글이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쓰면서 내가 감동하고 만족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글 한편을 발행하기까지 쓰고, 더하고 빼고 다듬고 서랍 속에서 몇 달을 담아두었다가

떨림으로 발행을 누르는 순간이 좋았다.


글을 쓰며 나를 알아간다.

글이 늘어가니 내가 분명하게 보였다.

나를 마주하니 불안한 마음이 신기하게 조금씩 녹아 없어졌다.


내가 어떤 사람이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나를 알아보게 되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이제서가 아니라 이제라도 알았다니 다행일 뿐.


700분의 감사한 구독자님을 만나러 가고 있다.

그분들의 소중한 글을 읽는다.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달아본다.

많음에 많음을 더하는 숫자 속에 가려져 있던 구독자님의 마음을 보려 한다.


쓰다보니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무슨 당선소감같이 장황해 버렸으니.


어제처럼 계속 브런치의 세상 속을 걸어가고 싶다.

두리번거리지도 조급해 하지도 않아도 되는 이 길이 좋다.


첫눈이 오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걸어가듯 홀로 묵묵히 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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