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그리운 시대의 영화
"Captain Abu Raed"
요르단 암만에 위치한 국제공항. 공항 청소부로 일하는 라에드는 하루의 일을 마치면 통근버스를 타고 암만 외곽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적막감이 감도는 그의 집에 도착해서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인사입니다.
"나왔어. 옴 라에드!"
5년 전 사별한 아내의 사진에 인사를 건넵니다.
그는 나직이 읇조려요.
"이 늙은 발이 슬슬 지치네요."
"차 한잔 할까요.?"
그가 좋아하는 옥상 테라스 계단을 오릅니다. 언제나 아내와 함께 했던 특별한 장소였죠. 아내의 잔에 먼저 차를 따르고, 찻잔을 들면 언제나 그러하듯 아내와 함께 마시는 기분이 느껴져요.
자기 전에는 습관대로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잠자리에 들어요.
"잘 자요, 옴 라에드!"
다정한 굿 나이트 인사도 잊지 않아요.
하지만 그는 금세 잠을 깨요. 술 취한 이웃집 남자의 고함소리와 여자와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들려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같이 반복된 일상입니다.
한편 도시 중심부 부촌에는 누르라는 여성 기장이 살아요. 서른 살인 그녀는 아버지의 결혼 재촉에 지쳐있어요. 주말에는 아버지가 신랑감을 고르려는 파티가 열리지만 누리 마음에 드는 남자는 없어요. 요르단은 가부장제 사회입니다. 전통적인 이슬람 국가라 종교관이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가 강한 나라예요.
어느 날 라에드는 쓰레기통에 버린 기장 모자를 발견하고 별생각 없이 모자를 쓰고 귀가를 해요.
모자는 라에드의 삶을 변하게 만들어요.
이 모습을 보고 동네 아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지요
아이들은 자기들이 사는 동네에 기장이 산다는 게 신기했어요. 정말로 라에드가 기장이라고 믿어요.
아이들은 라에드를 "캡틴"이라고 부르고 비행기를 조종하며 날아다닌 세상 여러 나라에 대해 물어요.
처음에 라에드는 아이들에게 기장이 아니라고 말하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쫓지만 소용이 없어요.
아이들이 매일 아침마다 찾아와 벨을 누르며 반짝이는 눈망울로 기대감에 가득 차있기에 외면하지 못해요.
라에드는 말해요.
너희들처럼 나도 어렸을 때는 꿈이 있었고. 꿈을 이루려 세파에 시달리며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비록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이지만 세상을 이야기해 주어요. 아이들은 그의 이야기에 빠져요.
"기장님 비행기는 어떻게 뜨나요?"
비행기는 공기의 압력으로 뜨고 나는 거라며 달리는 차창밖으로 팔을 내밀어 보면 공기의 밀도를 느끼게 될 거라고 말해줘요.
라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행복해진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져요.
그때 멀리서 이 모습을 훔쳐보던 소년이 있어요.
바로 이웃집 술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폭력에 시달리며 사는 무라드예요. 무라드는 라에드가 청소부이며 결코 기장이 아니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요. 기장이 이런 달동네에서 살 리가 없다고 믿어요.
사실 무라드는 아빠 때문에 어른에 대한 미움과 의심 같은 부정적 감정이 가득 차 있었어요.
아이들이 라에드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끼지 못하면서 부러워하고 질투를 하고 있어요.
무라드는 나중에 공항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라에드가 거짓말쟁이라고 망신을 줍니다. 그래도 무라드를 원망하지 않고 유리볼 선물을 주며 격려해요.
비록 책을 통한 지식이어도 라에드는 지식 외에 따뜻한 심성을 갖고 있고. 자신만의 삶을 이뤄가는
깊은 인격의 소유자입니다.
공항에서 가방을 잃어버린 프랑스 여행객의 짐을 찾아주며 그와 불어로 대화를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박식함과 도덕성에 존경심을 품어요.
퇴근길에 누르 기장의 차를 함께 타고 가며 책으로 세상을 배운 경험과 직접 비행기를 운항하며 배운 세상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며 두 사람은 대화가 통함을 느낍니다.
어느 날 누르는 결혼 문제로 아버지와 갈등을 겪고 상심을 합니다. 리에드를 찾아옵니다. 그의 서재에 있는 문학. 예술, 과학, 정치, 예술, 언어에 관한 수천 권의 책과 옥상 테라스를 보며 유유자적하며 내면이 충만한 그에게 존경심을 가져요.
누르는 기장으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만 내면은 내가 어딘가 부족해서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닌가 하고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고 말해요.
라에드는 처음으로 사별한 아내와 아들 이야기를 해요. 불임부부였지만 기적처럼 이이를 얻고 그 후 어이없는 추락사고로 아들을 잃은 숨겨진 아픈 개인사를 털어놔요.
라에드는 "남들이 원하는 대로가 아닌 자네가 원하는 대로 살라"고 말해줍니다.
어느 날 라에드는 배달일을 나갔다가 동네 소년 타헤크를 만나요. 학교에 가지 않고 거리에서 과자를 팔고 있는 게 안타까워 과자를 사주고 학교에 가라고 해요. 하지만 이 일로 오히려 타헤트가 영영 배움과 거리를 두게 만듭니다. 한 상자가 두 상자로 늘어나고 나중에는 형 몫까지 떠 앉게 되지요.
매일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무라드에 대한 고민에 빠진 라에르는 어느 날 무라드가 여행사에서 모형 비행기를 훔친 일로 아버지로부터 손등에 화상을 입는 벌을 받게 되자 분노합니다.
자신은 단 한명도 없는 귀한 아들을 둘씩이나 갖고 있으면서 소중함도 모르는 그의 어리석음에
비탄스러워 하지요.
그는 우연히 술에 취해 길바닥에 잠들어 널브러져 있는 무라드 아버지를 보고 살해욕구를 느낍니다.
하지만 돌을 바닥에 던져버려요. 대신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죄로 경찰서에 신고하지만 경찰의 미약한 대처로 오히려 폭력성만 심해져 버립니다.
고민 끝에 누르와 함께 무라드와 어머니, 동생을 도피시켜요. 그리고 라에드는 무라드의 집으로 가서 무라드 아버지를 기다려요. 술중독을 치료받고 좋은 아버지로, 아니 정상인으로 살아가게 돕겠다고 말해요. 반쯤 돌아버린 무라드는 자기 가족을 빼돌렸다고 라에드를 원망하고 야구 방망이로 쳐서 쓰러뜨립니다.
장소가 바뀝니다. 무라드가 거울 앞에 서 있어요. 라에드의 캡틴 모자를 머리에 쓰고 있어요.
이제 무라드는 폭력 아버지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해요. 캡틴이 되고자 굳게 다짐해요.
세월이 훌쩍 지나갑니다.
무라드는 항공사 기장이 됩니다.
라에드가 아이들과 꿈을 이야기하며 꿈을 심어줄 때 오직 혼자서 꿈이란 건 없다고 소리 높여 외치던 소년은 기장이란 꿈을 이루고 맙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캡틴을 그리워합니다.
"캡틴 아부 라에드"는
2007년 요르단 내전과 난민 문제와 경제적 제약등으로 수십 년간 장편 영화제작이 쉽지 않았던 요르단에서 무려 50년 만에 탄생한 장편 영화 작품입니다.
요르단에 존재하는 사회 문제들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이야기로 아부 라에드라는 어른을 통해 참다운 어른의 역할을 보여주는 따뜻한 가족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한 작품입니다.
1996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란 이란 영화를 재미있게 본 기억으로 아랍권 영화를 선택했는데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한 문제를 안고 사는구나란 생각이 드네요.
감독 Amin Matalqa은 요르단 출신입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성장했어요. 오히려 자유로운 미국에서 자랐기에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았나 싶네요. 통신업으로 성공을 하고 로스앤젤레스로 가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공부해요. AFI의 MFA 연출 과정에서 단편을 만들어요. 3년 동안 35편의 단편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합니다.
그 후 장편 영화 '기장 아부 라에르'를 완성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