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귀신님!"을 다시 보며
"오 나의 귀신님"을 다시 보면서
이 드라마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시각도 달라짐을 느끼네요.
처음 방영해서 아무 생각 없이
귀여운 박보영 배우, 엉뚱하면서 재치 넘치는 조정석 배우가 파트너가 되면서 여러 인물들과 호흡이 잘 맞는 재미있는 드라마로
무심히 보았답니다.
요즘 드라마가 장르 복합성을 지향하니까
그저 미스터리에 호러, 코미디, 러브가 비빔밥 같은 재미를 주겠구나 했는데
다시 보기를 통해 극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새롭게 보였어요.
극에는 기둥 역할을 하는 세 인물이 나옵니다.
첫 번째 주인공 나봉선(박보영 분)
어릴 때부터 부모 없이
무당인 할머니 손에 자란
소심하고 여린 성격의 소녀!
부모의 결핍에서 오는 허기진 마음에 어디서든 구석진 자리에서 고개만 숙이고 없는 듯 지내던 아이는 어느 날부터 귀신을 보게 됩니다. 때로 귀신이 먼저보고 그녀를 찾아옵니다. 재수 없는
섬뜩한 아이라고 알려져 학창 시절 내내
친구 하나 없이 나 홀로 왕따로 지냅니다.
성인이 된 후 상처뿐인 고향을 떠나
좋아하는 요리를 배우고 유명한 요리 블로거가 되죠.
존경하는 강선우 셰프의 식당에
취업도 하게 됩니다.
봉선은 숨어있는 존재지만 점점 대단한 사람이 되어가요.
두 번째 강선우(조정석 분)
자식에게 무관심한 엄마에게 방치되어
애정결핍으로 성장한 아이!
한 번도 엄마가 해준 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
밥을 끊은 자존감도 낮고 상처 많은 소년이었죠!
봉선처럼 그도 학교에서 못난이 왕따였죠. 다행히 요리에 취미를 붙여 유명한 스타셰프로 성공해요.
세 번째 선우의 여동생 남편 최성재
(임주환 분)입니다.
고아로 8살까지 보육원에서 자라다
아이가 없는 집에 양자로 들어갑니다
늘 부모의 사랑에 굶주리다 잠깐의
행복을 누려보나 싶지만
곧이어 아이가 태어나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맙니다
학교에선 어찌 알았는지 입양된
고아라고 못된 동급생들에게 온갖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얻어터지며
불우한 성장기를 보내게 되지요
다행히 성인이 된 후
아픈 상처를 가슴 밑바닥에 구겨 넣고
겉으로만 선한 얼굴을 하는 악마 경찰이 되죠.
이 세 사람의 공통점 눈치채셨죠?
어린 시절 부모님의 부재나 방임으로 애정결핍의 환경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고, 타고난 소심한 성격에 왕따라는 닮은 꼴! 출발선이 같아요.
성인이 된 후에도 그 여파가 남아서
내면은 상처투성이에 자존감도 낮고
열등감을 꽁꽁 숨기고 겨우겨우 버티며 살아가죠.
겉으로 보기엔 번듯한 직업인으로서
어릴 적에 받은 고통을 극복한 듯 보여요.
사실 내면을 보면 상처 투성이 작은 어린애가
여전히 웅크리고 울고 있죠.
이 사실을 자신도 모른 채 아무렇지 않은 듯, 스스로를 포장하고 다 잊은 듯 멀쩡해 보여요.
이렇듯 모두 성장 과정이나 성격은 닮았지만
세 사람은 다릅니다.
나봉선과 강선우는 지나간 과거를 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자신의 선택이나 의도가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받아들입니다.
이제는 성숙한 성인이니 못났던 자신과 사람들을 용서하고 흘려 버리려 합니다.
비록 아직도 자라온 과정 속에서 남아있는 독버섯처럼 자란
비뚤어지고 억울한 마음이 일어날지라도 다독이고, 후회하고, 녹이며,
자신을 미워하고 괴롭혔던 사람들을 잊고 용서합니다.
내일을 위해 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써 봅니다.
자신이 몰입하고 사랑할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성장시키며 알뜰히 키웁니다. 재능이건 취미이건 어떤 것이든 좋아하는 것이면 좋습니다.
그게 내게 힘이 되어 단단한 나를 만듭니다.
오늘의 멋진 나로 어제의 못난 나를 곱게 채색합니다.
그러나 최성재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참하게 만든 세상에
칼을 갈고 원망을 멈추지 않습니다.
누구든 누구에게나 어디서든 복수와 징벌을 합니다.
자신을 보고 짖어대는 미물인 개가 되었든,
파지 줍느라 자신의 경찰차를 막고 서둘러 비켜주지 않는 가난한 노인이건,
운전 중에 시비 붙은 정신없는 취객이건,
아버지를 도와 식당일을 하다 늦은 퇴근을 하는 가엾은 소녀 가장까지,
어떤 누구라도 눈에 거슬리고 그의 성질을 건드리면
사소한 실수에도 아랑곳하지 않네요.
나중에는 지난 범죄가 드러날까 봐 동료까지 해칩니다.
슬프고 어둡고 외로운 마음은 같은 진동파를 불러들입니다.
골목길에서 아무런 도움도 못 받고
아이들에게 맞아서 울고 있는 성재에게 다가온건
검은 그림자의 악귀였어요.
연기처럼 스멀스멀 다가와 성재의 몸을 감싸 앉아줍니다.
위로를 가장한 그립고 그리운 부모의 사랑, 그 따뜻함 같았어요.
악귀의 독기와 살기가 성재의 몸에 푹 젖어든 순간 알 수 없는 강한 힘을 느낍니다.
이제는 외롭고 힘없는 약해빠진 외톨이가 아닙니다.
악귀는 몸의 주인을 도와주는 척 늘 함께 합니다.
그러나 부모나 친구가 되어준 게 아닙니다.
몸의 주인을 몰아내고 자연스레 몸 안에 자리 잡아 주인이 됩니다.
마침내 울분과 독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성재가 태어납니다.
무시무시한 괴물은 살인이나 폭력을 끝없이 자행합니다.
막다른 지점에 다다랐을 때도 원래의 성재로
돌아 올 기회를 저버립니다.
마지막에서야 제정신을 차린 성재는 되돌아가는 길을 놓아 버리고 자신을 포기합니다.
스스로를 비관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여기서 작가의 말을 피력하자면
"인간의 타고난 본질은 '선'이지만
'악'과 타협하는 순간
괴물이 돼버리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바르게 살기 위해서
악의 실체에 밀리지 말고 , 똑바로 마주하고
의지하지 말고, 결코 타협해서는 안되는
부단한 마음의 노력이 필요한 거 같다"
바로 가장 중요한
끝까지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때로 흥미로운 드라마를 보며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우리가 어찌 살아가야 하나 지표를 알려 줍니다.
우리가 미성년이던 시절에 보았던
책이나 영화도 세월이 지나면
달리 읽히듯이
"오 나의 귀신님!"도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이고
다른 감동과 메시지를 받게 되더군요!!!
이 드라마에는 꼭 기억해야 할 배우가 나옵니다.
그 여배우는
매일매일 유서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배우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낯선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정~ 은
얼마 후 "오 나의 귀신님"에서
귀여운 파마머리를 한
"서빙고 보살"로 분한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신은경 배우의 간드러진
"자기야"의 그 자기십니다^^
신빨도 약하고 마음 좋은 아줌마 모습.
푼수에다 세상 때 덜 묻은 눈치 없는 무당이랍니다.
누가 보면 직업이 무당인 줄 알겠어요.
시치미 뚝 떼는 그녀만의 몰입 연기가
찰떡 배역이라 예쁜 여배우보다 눈길이 가더군요.
그저 조연으로서 잠시 화면에 나왔다가
사라질 존재감 없는 작은 배역으로 감독이 불렀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찰기 충만한 찰떡 무당님입니다.
서빙고 보살이 등장할 때마다
마음 따뜻한 정나미가 뚝뚝 흘러넘쳤답니다.
한마디로 존재감 넘치는 햇빛 같은 인물입니다.
이정은 배우는 감독을 만나
이 역할을 고른 게
대본을 읽어 보니
재미있을 거 같아서라고 했거든요.
더구나 감독이 이정은 배우에게
무당 배역을 맡기며
열심히 달릴 준비를 하래서
살짝 황당하기도 했대요.
알고 보니 처녀 귀신인 김슬기를
천도시키려고 잡으러 다니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루 종일 달리기 때문이지요.
발목에 매단 방울 소리를 듣고 달아 난 그녀를 잡으러 쫓아다니거든요.
근데 뭐죠?
무당이 귀신을 쫓는 모습이
가출한 사춘기 딸 추격하는
속 타는 엄마 모양새네요.
남미새(남자를 좋아하는 여자) 신은경의 절친이 되어
언제 어디서나 밥 친구 술친구가 되어
부르면 쏜살같이
달려 나가죠
양기 넘치는 남자(양기남 씨)를 찾지 못해
울적해진 처녀귀신이
아무 때나 찾아가서
개겨도(?) 좋은
친정 엄마처럼
넓은 품으로 다독여 줍니다.
외롭고 학대받아 악귀가 씐 살인자를
쫓기보다 달래고 위로하는
k 무당의 인간미 넘치는 천도 장면에서는
짠한 감동을 줍니다.
곁에서 이야기만 나눴는데
뭔가 마음속 응어리가
시원하게 풀리고
심장이
야들야들한
인절미 질감으로
되돌아가는
이 믿음은 뭘까요!
특별할 것 없는 배역을
특별한 비중으로
주인공만큼의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조연도 주인공과 동급으로 기억하게 만듭니다.
감독과 조연들이 주연을 능가하는
재미와 감동과 극의 완성도를 위해
세심하게 노력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저 각각의 점으로 남을 배역들을
하나의 선으로 이어 주어
한 편의 멋진 휴먼 드라마를 보여주었네요
이 드라마에서
이정은 배우님은
적은 분량임에도
우리의 마음엔
냄비 받침 같고
장바구니 같은
필요 이상의 필요함!
존재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 주셨습니다.
다시 보아도 섬뜩하지 않은
온갖 흉측한 귀신이 나오는
"오 나의 귀신님"
강력 추천 드릴
웰메이드 드라마였습니다.
요즘엔 이런 드라마 없을까요!
~주저리주저리~
배우 이경영 님이
이정은 배우님으로 인해
50대 배우의 영역이 넓어졌다 하네요,
감독들이 한결같이 이정은 배우가 하는
배역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고 하네요.
대단한 명배우지요.
특히 깐느 영화제에서
통역 없이 인터뷰하는 영어 발음에 놀라셨지요?
날로 더 빛이 나는 그녀!
노력하고 준비하는 모습이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