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고 다시 피니 그대가 그립다!

가수 나훈아

by 페이지 성희


가수 나훈아의 노래는 음률도 좋지만 노랫말이 더 좋다. 자작곡으로 만드는 그의 노래는 그로 인해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나훈아의 말은 화려하지 않다.

깊은 감성을 단순한 단어로 담는다.

누구나 쉽게 익히고 따라 부르게 만든다.


<홍시>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 세라
비가 오면 비 맞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힘든 세상 뒤쳐질세라
사랑 때문에 울먹일세라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에는 나훈아란 가수를 몰랐다.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그저 어른들 세상에서나 떠도는 유행가 가수쯤으로 알았다.

중년을 넘어서니 추석이나 설이 오면 콘서트에서 보여주는 그의 존재감으로 대단한 사람이라 여겨졌다.

그저 대중의 사랑에 따라, 피고 지는 한 시대에 머무는 연예인, 딴따라가 아니었다.


세월을 견디며 살아가는 어른 사람으로서,

사람을 사랑하고 , 그 사람으로 사랑의 가치로움을 알게 된 기쁨을 노래하며 그리움과 아픔을 담아 멋지게 표현한다.

사람들의 감성을 묘하게 흔들고 시대를 넘어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공감과 존경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아담과 이브처럼>

난 그냥 니가 좋아
이유도 없이 니가 좋아
사랑이 이런 건가 봐
가슴이 저려오네요
그리움이 이런 건가 봐
자꾸만 눈물이 나요

나훈아는 사랑을 사랑하나보다.

사랑에 젖고 사랑에 목마른 사람을 안다.

유독 사랑노래가 많은데 한결같이 절절함이 넘쳐흐른다. 그런데 참으로 별일이다.

남의 사랑타령인데 남 일 같지 않게 가슴이 뭉클하다.


사람을 좋아함에 이유가 있을까!

이유가 있어 시작한 사랑이라면 어떨까?

그리움으로 가슴이 저리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러나오고,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지 못하는 게 사랑이 아닐까! 모르겠다.

그런 사랑을 한다 해도 어떤 이는 이별을 한다.


세월을 견디는 법도 이야기한다.

때론 투정처럼 툭툭 무심하게,

가슴을 저미는 하소연처럼 건넨다.

어느 날엔 날카로운 이성의 칼날로

냉혹하게 내 앞에 놓인 현실을 똑바로 보게 만든다. 그래도 단 한 번도 희망을 놓게 하거나, 좌절감에 빠져 내동댕이치지 않는다.

그는 따뜻하다. 온기 어린 심장으로 우리 자신을 끌어 앉으라 한다.


<테스형>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세상은 또 나에게 왜 이래!
먼저 가는 세상은 어떤가요?


그의 단호해 보이는 우직한 표정이 말하는 듯

고집과 자존을 구분할 줄 알라고 한다.

이 판단이 인생의 손익을 가른다고 봤다.

“고개 숙일 땐 숙이고, 설 땐 바로 서라”

자존심을 체면으로 쓰지 말라는 뜻이다. 필요할 땐 낮추고, 지켜야 할 때는 물러서지 않는 균형을 말한다.

<사내>

벌거벗은 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자랑할 거 없어도 부끄럽지도 않아.
한때 철없던 시절 방황한 적 있지만
소주 한잔 마시며 사내답게 잊었다.


인간은 혼자 서지 못한다. 사람으로 사람을 지지하며 살아가야 한다. 관계는 숫자가 아니라 온도로 말한다. 함께 있어도 존중이 없으면 고독은 커진다.


<무시로>

눈물을 감추어요.
눈물을 아껴요
이별보다 더 아픈 게 외로움인데
무시로 무시로 그리울 땐 그때 울어요.


때로 외로움을 피하려고 아무나 곁에 두지 말라고 외로움을 경계하라 한다. 혼자를 견디지 못해 관계를 택하면 결국 더 외로워진다.

차라리 혼자가 낫다는 선택이 삶을 지키기도 한다.

그 뜻은 관계는 숫자가 아니라 온도라는 기준에 담겨 있다.

그럼에도 고단한 인생에서 사랑이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를 수많은 노래로 들려준다


그가 지어 내는 가사 속에는 한 세대를 관통하는 삶의 기준이 담겨 있다.

한결 같이 세월에 끌려가지 않는 태도를 반복해서 말한다. 세월을 탓하지 말고 방향을 잡으라는 메시지다.


대중에 끌려가지 않고 대중을 끌고 가는 그는 마치 우리에게 “세월에 끌려가지 마라, 세월을 데리고 가라”하고 말하는 거 같다.

인생은 오래 사는 문제가 아니라, 끝까지 자기 걸로 사는 문제라는 것. 그래서 그의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진다.


아울러 이때 필요 요소가 있다.

삶에 내려앉았던 모든 고난과 아픔에 감사하기다. 내공 깊은 성숙한 삶의 철학을 말해준다.


<감사>를 들으면 바람이 스쳐도 아프고 비만 내려도 눈물이 흐르는 인생의 고난과 상처를 상흔으로 넘기지 말며 그것을 통해 얻는 성숙과 깨달음에 감사하라 한다.


사람은 평생 자기 이름으로 살아야 한다.

옛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도 이름을 남긴다 했다. 사람이 한 시절 쌓아온 명예나 지위, 역할이 자기의 이름이 아니라 그런 것들이 사라져도 남는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태도와 목표를 더 중요하게 여기라 한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남는 건 평판이 아니라 자기 다운 선택과 가치관을 고수하는 일관된 태도라는 말이다.

< 공 >

살다 보면 알게 돼.
일러주지 않아도
살다 보면 알게 돼.
알면 웃음이 나와.
우리 모두 얼마나 바보처럼 사는지.

살다 보면 알게 돼.
내가 가진 것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살다 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알고 싶지 않아도
너나 나나 모두 다 미련하다는 것을
살다 보면 알게 돼
비운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2004년 2월 27일 "고마웠습니다"

마지막 콘서트를 하고 대중으로부터 사라졌다. 언제나처럼 대중은 그를 기다린다. 은퇴를 해도 대중은 기다리며 다시 또 만남을 기대한다.



젊은 날의 나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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