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와 다꾸씨"를 보고
제 이름은 딱풀이에요.
제 얼굴이 왜 이 모양이 됐냐고요!
쥐 잡는 끈끈이 판에 엎어졌거든요.
털이 엉겨 붙어 엉망이 된 얼굴을 하고 울고 있을 때,
지나가던 다꾸 아저씨가 저를 보셨어요.
아저씨는 한참을 보시더니
혀를 끌끌 차며 가위로 제 털을 잘라주셨어요.
덕분에 살긴 했지만,
안 그래도 볼품없던 얼굴이 더 우스워졌지 뭐예요.
요즘은 친구들도 제 곁에 잘 오지 않아요.
동물들의 세상에서도, 외모는 꽤 중요하거든요.
저는 입점이에요.
저도 다꾸 아저씨와 특별한 인연이 있답니다.
제 이름이 왜 입점이냐고요?
입 옆에 까만 털이 점처럼 붙어 있어서, 아저씨가 그렇게 지어 주셨어요.
저는 이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엄마는 저를 낳자마자, 재래식 화장실 똥통에 그만 실수로 "어쿠야!" 하며 떨어뜨렸어요.
이틀 동안 전 그 안에서 버티다가, 제 울음소리를 들은 다꾸 아저씨가 잠자리채로 저를 건져주셨어요.
그때 겨우 살아났죠.
그리고 2년 뒤,
다시 이 집을 찾아오게 됐어요.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거든요.
함께 다니던 친구들과
배고픔과 추위에 떨다가
결국 아저씨 집까지 오게 됐어요.
다꾸 아저씨는 처음엔 저를 못 알아보셨어요.
그럴 만도 하죠.
하지만 제 입 옆에 있는 이 점을 보고,
아저씨는 그제야 저를 알아보셨어요.
“아, 너구나.”
그 한마디에 왈칵 눈물이 차올라오대요.
마음 속에 따뜻한 무언가가 일렁거렸어요
제가 주소를 알 리가 없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다시 찾아온 건,
세상 어디에 믿을 구석이 하나쯤은 있었기 때문이에요.
기댈 수 있는 기억 같은 거요.
저는 다꾸 아저씨가 살려주신 덕분에
이제는 친구들에게 듬직한 대장노릇을 하며
살게 되었답니다.
저는 먹이를 먹을 때
나름의 원칙이 있어요.
친구들이랑 동생들이 다 먹고 난 뒤에,
먹이통에 남은 부스러기만 먹어요.
왜 그러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그냥 그러면 마음이 편해요.
저희는 떠돌이 길냥이예요.
어릴 때 저처럼 엄마를 잃었거나,
사람에게 버려진 친구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무리가 되었어요.
아픈 친구도 있고,
다쳐서 혼자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친구도 있어요.
가끔은 오늘처럼
마음 좋은 사람을 만나
잠시 먹이를 얻기도 하지만,
우리는 오래 머물지 않아요.
아니, 머물 수 없어요.
사람들은 저희를 오래 돌볼 수 없거든요.
우리는 구름처럼 떠돌다가
누군가에게 쫓기기도 하고,
굶주림과 싸우다가
조용히 사라지기도 해요.
그래서 알아요.
우리는
잠시 머물다 떠나는 존재라는 걸요.
애초에 빛에서 조금 비켜나 살아왔기에,
빛 없이도 사는 법을요.
가끔 따뜻한 곳을 만나면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지만,
오래 머물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건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거든요.
구속은 잠시 따뜻하고
달콤하지만
결국은 위험하다는 것도.
살다보니
굶주려도, 아파도, 홀로 견뎌도
자유가 편하더라구요.
비가 오면 처마 밑에서 잠시 떨다가,
먹을 게 보이면 먹고,
떠날 때가 되면
조용히 사라져요.
우리는
살아간다는 것도,
헤어진다는 것도,
죽는다는 것도
잘 몰라요.
그저 오늘 하루를 버티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발이 닿는 곳으로,
몸이 견디는 만큼 그렇게 흘러가요.
가끔은 따뜻한 기억 하나 품고,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그래도 괜찮아요.
우리는 원래
머무름 보다
흘러가는 법을 먼저 배웠으니까요.
<출처>
산골마을에 귀촌하여 약초꾼으로 살아가는 다꾸씨의 일상생활을 담은 "콩이와 다꾸씨 "입니다.
떠돌이 동물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약초꾼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보고 길냥이의 삶을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