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학창 시절 좋아하던 김수영 작가의 "풀"입니다. 을목의 모습을 잘 표현한 시라고 생각됩니다.
풀은 바람이 불면 맞서기보다 몸을 낮춥니다.
막히면 돌아가고 몸이 베이면
다른 자리에서 다시 돋아납니다.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만
끊어지지 않는 생명력으로 이어지지요.
을목은 큰 나무가 아닙니다.
풀, 덩굴, 어린 나무의 기운에 가깝습니다.
단단해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기에 살아남는 거랍니다.
갑목이 “정면으로 서있는 삶”이라면
을목은 “흐름 속에서 이어지는 삶”입니다.
을목을 자연에 비유하면
바위를 딛고 버텨내는 나무가 아니라
바위를 감싸고 오르는 덩굴입니다.
햇빛이 없으면 옆으로 뻗고,
길이 막히면 아래로 스며들며,
베어도 뿌리가 남아 살지요.
을목의 삶은
정면충돌보다 우회,
경쟁보다 공존,
고집보다 적응,
멈춤보다 지속의 삶입니다.
을목은 강해서 남는 것이 아니라,
끊어지지 않아 남아 있는 겁니다.
갑목이 “세상을 그대로 버텨 내는 나무”라면 을목은 “세상을 타고, 스며들어 살아남는 풀”로
목으로서 두 축이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듯 그럴싸하게 잘 어울려 보입니다.
봄의 을목은 막 올라오는 새순 같습니다.
연약해 보이지만 방향을 잘 타고 오르며,
주변을 이용해 자랍니다.
혼자 버티기보다 기대고, 엮이고, 연결되며 세상을 배웁니다.
을목이 사는 모습은 어디서든 적응이 빠르고 눈치가 빠르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배우고 성장합니다.
한여름에 을목은 충분히 햇빛과 비를 받으면 빠르게 번집니다.
덩굴이 담장을 넘으며 영역을 넓히는 모습은 부드럽지만 강한 끈기가 보입니다.
겉은 유연해도 내면에는 생존 본능이 강합니다. 을목이 사는 모습은 생활력과 은근한 추진력이 느껴집니다.
가을의 을목은 기운이 마르면서 잎은 작아지고 줄기는 가늘어집니다.
강한 바람에 흔들리지만, 뿌리는 겨울을 준비하며 버팀을 준비합니다.
이 시기의 을목은 겉보다 속이 중요해집니다.
가을에 을목은 예민해집니다. 계절이 주는 현실의 압박을 강하게 겪으며 내면의 의지로 버팁니다.
겨울철 풀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생은 끊기지 않습니다.
씨앗이나 뿌리 형태로 숨어 다음 계절을 준비합니다. 마치 표현은 없지만 포기하지 않는 사람과 같습니다.
겨울에 을목의 삶은 인내 와 잠재력이 축적되고 준비기에 들어갑니다.
세상을 정면으로 밀고 가기보다 흐름을 타고 스며들며 결국 살아남는 생명의 방식을 택합니다.
을목은 “휘어지며 이어지는 힘”으로써 세상을 버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