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랑 나랑!

by 페이지 성희



전 영이 할배의 단짝 백구예요.

깊은 산골 마을에서 영이 할배와 순이 할매와 함께 살고 있어요. 두 해 전 장날에 할배를 처음 만나, 이 집에 오게 되었답니다.


제 자리는 마당 끝, 꼬꼬집 옆이에요.

햇살이 잘 드는 자리이지요. 이 집을 지키는 문지기거든요.



할배는 늘 말해요.

“우리 백구는 그냥 개가 아니여. 복덩이여.”

정말 그런 걸까요? 제가 이 집에 온 뒤로 좋은 일들이 하나씩 찾아오기 시작했대요.


할배 부부가 장날에 콩이나 마늘을 팔러 나가면, 원하던 대로 제값을 받는대요. 게다가 몽땅 다 팔리고요.

먼 데서 오는 손님들은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고,

그렇게 모두 고마운 인연이 된대요.


할배는 귀한 걸 사 오시면 제일 먼저 저를 불러요.

“백구야, 니 먼저 봐라.”

그날도 큼직한 아귀를 사 와서는 제일 먼저 제 앞에 내밀었어요.



저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할배를 한 번 바라봐요.

순이 할매는 그 모습이 조금 못마땅하신가 봐요.

“노랑내 나는 개가 뭣이 그리 좋다고…”

아귀를 잽싸게 채가셔요.

하지만 그 말속에는 서운함이 숨어 있어요.

할배가 저를 더 챙기는 것 같아서요.



사람이 개를 질투한다는 게 우습지요.

하지만 저는 알아요.

할매보다 저를 바라보는 할배의 눈빛이 얼마나 다정한지, 그럴 때면 마음이 뭉클해져요.


할배는 다리를 다치신 뒤로 걸음이 많이 느려지셨어요.

그래도 매일 산책은 거르지 않으세요.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거든요.


요즘은 제가 할배를 모시고 산책을 가요.

이젠 할배보다 기운이 더 세졌거든요.

앞에서 서두르지 않고, 할배 걸음에 맞춰

영차! 이끌어 드려요.

그래서 둘이 걷는 모습을 보면

백구가 할배를 데리고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서로를 의지하는 것 같기도 해요.



할배와 저는 매일 동네 한 바퀴를 돌아요.

그러다 보면 꼭 들르는 곳이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 마을 입구의 당산나무예요.



당산나무는 할배보다 나이가 많아요.

할배를 닮아서 넉넉한 품으로 언제나 저를 반겨주시네요.

바람이 살랑대며 불면, 나무는 큰 잎을 사각대며 시원한 그늘을 내어 주셔요,


오늘도 할매는 밭에서 바쁘게 일해요.

우리는 시원한 그늘 아래 나란히 앉아 할매를 바라봐요.

할매는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려요.

그만 쉬라고, 덥다고 이리 오라 해도 할매는 고개를 박고 일만 하셔요. 누렁소를 닮아 고집을 부리셔요.


“덥다, 그치?”

할배가 말하면 저는 말없이 곁에 꼭 붙어 기대요.

서로가 곁에 있어서, 그걸로 충분한 순간이에요.



할배가 제게 말해요.

“백구야… 우리 이대로 살다가 세상도 같이 가자.”

저는 대답 대신 할배 발 위에 턱을 올려요.

'응, 같이 가요.'

꼭 대답하는 것처럼요.


햇볕과 바람, 지금 이 순간, 우리 둘의 이 시간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구름따라 흘러가네요.


할배와 함께라면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모두모두 행복할 거예요. 맞지요!





- KBS "한국기행" 중에서 "백구"편 을 보고 제가 길렀던 방울이가 그리워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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