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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성희 Dec 12. 2024

8월의 크리스마스

찬란한 한국의 "러브레터"를 찬미하며


지금 이대로 잠들고 싶어


가슴으로 널 느끼며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싶어

    

ㅡ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ost 가사  ㅡ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하고 있습니.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ㅡ한석규의 마지막 내레이션ㅡ



엔딩장면이다.

정 사진을 자동 모드로 찍고 

잠시 무표정.  

옷의 단추를 모두 채운다.

옅게  미소 짓는 그

연인에게 남기는 마지막 인사.



겨울이 왔다.

그와 달리던 학교운동장에는  

이제는  눈이 쌓였다. 

사진관 앞에서 그녀는 사진을 본다.

그가  남긴  유서같은

자신의 사진을 .

사진속의 그녀도

그를 보며 백처럼 웃었다.

사랑의 흔적 앞에 

그녀가 미소로 화답한다.




얼마 전에 일본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나카야마 유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알려졌다.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사랑의 교과서같던 영화!

여주인공이 눈같은

순수한 여고생으로 나온다.

첫사랑의 연인 유노의

"오겡끼데스까"가

설국으로 변한 벌판에 울려 퍼진



우리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빼어난 수작이라고 칭하고 싶다.

1998년 상영 작품이라니

벌써 26년이 지났.

청춘영화의 표상 "비트"와

이영애의  유혹의 대사'라면 먹고 갈래요'의  '봄날은 간다'를 만든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다.

가수 김광석이  활짝 웃고 있는 

영정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자살로 마무리 한 젊은 가수의

죽음을 보며 지금은 죽은 사람일지라도

생전 일상의 어떤 나날  밝은 부분이 있었을 거란 생각을 시나리오로  쓴 게  

"8월의 크리스마스"다.

젊은 시절의 한석규와 심은하 배우를 보고 싶어 내가 자주 보는 영화다.

죽음   한때  따뜻하고  투명했던 사랑의 추억을 담은 최고의 영화다.


영화이름도 감성적인 초원 사진관이 배경이다.

사진관에 온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도 나온다. 사랑,  추억, 결핍, 콤플렉스, 임종 등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사진이란 매계체를 통해 보여준다.


주인공 정원(한석규)은  죽음을 앞둔

암 환자다.

담백하고 평범한 삶을 마무리하는 남자다.

그에게 다가온 다림이란 여자는 이제  사회초년생으로 인생의 시작점에 선 여자다.  둘이 만난 접점이 된  사진관에서 곱고 잔잔한 사랑이 시작된다.

한쪽은 사그라드는 불씨라면

한쪽은 막 그은 성냥불같다.  

서두지 않으며 감정을 키워간다.

둘의 사랑으로 생의 빛깔이

죽음의 먹빛이 아니고  영롱한

무지갯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이제 시작하는  사랑이  너무 늦은걸까!

짧은 추억일지라도 함께 머문 시간은 부질없는게 아니다.

더 찬란하게 더 의미있게 저물어 간.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억 속에 남는 영화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12월에 더  빛나는  

8월의 그런 사랑 영화! 

내 마음에 보석으로 박힌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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