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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살면서 99세

그럭저럭 살만한 삶을 꿈꾸는 이에게

by 페이지 성희

"제멋대로 혼자 살면서 99세"

산조미와 님의(1929년생, 전 이비인후과 의사) 책을 읽고~~~~



평생 독신으로 혼자 살면서 어느덧 99세!

제멋대로 살아온 인생이었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몸은 99세지만 마음은 30세.

이비인후과 병원 원장으로 평생 독신으로 살아왔다. 현재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몇 살이 되든 혼자 사는 삶은 중독성이다.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어려서는 몸이 약해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건강을 생각해 먹고 싫은걸 억지로 먹지 않는다. 건강식품도 먹지 않는다.

그래도 이왕 먹는 거 몸에 좋은 걸 먹으려 한다.

자고 싶은 대로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사람들은 자기만 생각하니 행복할 거라

말한다. 그렇다. 평생 나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다,

자유의지로 살아온 한평생

혼자 살기에 달인이 되었다.

여전히 어리광부리기 좋아하고 질투쟁이다.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자주 만나지 못한다.

가끔 만나기에 설렘이 있는지 모른다.


앞날을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외로워서 혼자 살지 못한다고 한다. 남편이 있는 사람도 외롭다.

자식이 있어도 그들 생활이 있기에 막상 필요할 때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남들은 마녀 같다고 한다.

마법을 써서 원하는 걸 얻으며 산다고

그리 생각해 주어 재밌다.


지금도 전화로 의료상담을 한다.

자신이 배운 걸 알려주려 한다.


건강에 연연하지 않는 삶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멋진 건 없다.

어떤 아픔도 살아 있기에 느끼게 된다.


잘 넘어져도 뼈가 튼튼한 이유는 고기다. 자투리 소고기가 삶의 활력소다.

매일 고기를 소량이라도 먹는다.

생선은 가시 때문에 싫다.


화가 나면 화를 푼다.

별도의 공간에서 소리를 지른다.

과자 상자를 빠개거나 부숴서 화풀이를 한다.

절대 참지 않는다. 그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되는가 싶다.


매일 마트까지 20여분 걷기를 한다.

집에서 병원까지 20여 분도 늘 걷는다.


난 여자다. 늘 화장을 한다.

집에 있어도 누굴 만나지 않아도

화장을 하고 있다.

파운데이션이 주름에 끼어 밀어내도

하루도 멈추지 않는다.


언제 죽을지 생각해 본일도 없다. 아니 지금으로 봐서 당분간 쭉 살아있을 거 같다.




아하!

이 실버 레이디에게 할머니란 단어를

붙이기 송구하다. 아니 어울리지 않다.

멋진 사람이다.

우리가 나이를 느끼는 게 오래간만에 만난 주변인과의 비교, 거울 속의 주름 가득한 얼굴, 돌연한 사진 찍기, 가끔씩 온몸을 돌아가며 쑤셔대는 통증 때문이라 해도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시곗바늘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내 나이가 ㅇㅇ인데,

이 나이에 뭘~

나이 먹으니 재미가 없어 온통 회색빛이야.


그리 생각하며 허리를 구부리고 목을 빼고 화장기 없이 산다.


나이에 주저앉는 삶은 사실

나이 때문이 아니다.

알고 보면

나이가 이유가 되지 않을지도...


지난여름 노인 복지관에서 초복날

삼계탕 증정 행사를 했다.

50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는데 11시 반이 넘으니 벌써 줄이 끝없이 길어졌다. 식판을 받고 이미 드시는 분과, 줄 서 계신 분으로 수량이 다 찰 거 같았다. 그 줄 안에 서서 끊기 지 않은 것만으로 행운이라 좋아하실 줄 알았다. 아니었다.

어쩜 하나같이 닮은 게 있었다. 표정이다.

우울한 회색빛 그늘진 어두움! 드시는 어르신이나 줄 서 계신 분이나 똑같다.

아마도 우리나라 통념상 집에서 자식들에게 삼계탕을 대접받아야 정말 복 많은 노인이라

남들이 여길 텐데 여기까지 걸어와 공짜로 주는 음식. 구걸하듯 줄 서서 받아먹어야 하는 신세가 처량하다고 아니 구차하다고 느끼시는 걸까! 아님 그 나이대 노인들은

그냥 모든 게 덤덤하시기에 그런 걸까!



나이를 의식하며 살든 그렇지 않든

세월은 흐른다.

산조미와 님처럼 나이를 의식하지 않으며 사는 건 어떨까!

이 분은 평생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았기에 늘 자신의 생활 방식대로

마음대로 제멋대로 살아왔기에

젊은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읽으며 진정으로

닮고 싶게 했다. 실천하고픈 생활 방식이

많아서 현실감이 피부에 와닿은 책이었다.



몇 해 전부터 생일 케이크에 초 두 개를 꽂는다.

이제 나이에 맞추어 준비해야 할

초의 개수가 중요하지 않다.

하나를 더 보탠 들 더함의 숫자에 의미가 있을까. 그저 큰 초 두 개면 이크 모양새에 충분하다.


내게 초 두 개는 과분하다.

20살처럼 6월의 연한 초록빛으로

마음이 물들어 있기를. 그때로 돌아가지 못해도 생일날에는 스물을 기억하고프다.

20살에 거울에 비친 내 눈을 보았었다.

보면 흰자가 흰빛이 아니었다. 푸르스름했다.

나도 모르는 내속 어딘가에 신비한 내가 있는 게 느껴져서 나조차도 거울을 보며 설렜는데 이제는 푸르스름도 사라졌다.


나만의 희망사항인데 몇 살로

정한 들 어떠랴!

난 20살의 마음으로 1년에 하루뿐 아니라

사실 늘 그리 살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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