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나물을 좋아한다.
자연에서 채집한 걸 주로 나물이라 부른다.
생으로 섭취하기보다 소금물에 데쳐서 먹는 나물이 주다.
조리 과정도 길고 복잡하다.
데치고 말리고 물에 담가 놓는 불편한 과정을 거쳐서 먹는다.
복잡다단한 수고에 비해 섭취하는 영양소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고사리는 해외에서는 빨간 독버섯과 같아서 먹지 않는다.
봄에 채취하는 두릅은 식중독을 일으켜서 어린 순만 데쳐 먹는다.
밥이나 나물로 먹는 곤드레는 목을 딱딱하게 붓게 만들기에
삶아서 말린 뒤에 다시 불려서 볶아 먹는다.
민들레는 독초는 아니지만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산과다를 일으킨다.
귀한 대접을 받는 명이나물은 생쌈으로 먹지 않는 이유가 있다.
주로 장아찌로 만들어 먹는데 간장으로 절이는 게 독을 빼는 과정이다.
자리곰은 세 번 삶는다. 머위는 간에 치명적인 독성을 지녔다.
다래순, 동이나물, 당귀잎, 방풍나물, 참나물, 원추리 잎도 각각이
독성이 있기에 반드시 소금물에 데쳐서 물로 헹구어 무쳐 먹는다.
독초만 캐 먹는 게 아니다. 나무 속껍질이나 뿌리도 먹는다.
더덕, 도라지, 돼지감자, 민들레도 먹을 수 있는 뿌리다.
부드러운 나물은 소금이나 집간장과 참기름으로 무치고,
야생의 거친 취나물 같은 종류는 된장과 들기름으로 강한 성질을
부드럽게 다스려서 무쳐 먹었다.
우리가 먹는 나물 종류는 거의 봄에 채취하는 나물이다.
주로 4, 5월에 자라나는 것 들이다.
가을에 추수한 쌀이 떨어져 6월에 보리가 나오기까지가 춘궁기다.
이때 살아남기 위해 산이나 들로 나가 채취해 식중독 등 여러 가지
시행과정을 겪어가며 먹기 위한 자구책으로 복잡한 손질법이 된 거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먹지 않는 걸 먹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거다.
우리나라는 노동대비 소출이 적고 한해 1 모작, 0.8 모작에
정기적인 가뭄으로 천수답에 의지하는 나라였다. 기우제도 지냈지만
기설제도 지내며 하늘에 기대었다. 눈이 많이 와야 그 눈이 땅에
흡수하여 물이 되어 보리가 자라기 때문이다.
외할머니가 자주 해주셨던 나물이 있다. 오이나물과 쑥갓나물이다.
초록빛이 상큼한 오이나물은 오이를 송송 얇게 썰어 소금에 살짝 절이고,
베보자기로 감싸 무거운 돌로 눌러놓았다가 식용유와 참기름으로 살짝 볶는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예술이다.
상큼한 오이향이 남아있고, 고소한 참기름 향이 배어 나온다.
쑥갓나물도 별미다. 사람들은 쑥갓을 매운탕에만 넣어서 먹는 줄
알지만 살짝 데쳐서 소금과 파, 마늘, 참기름, 고운 깨 양념에 무친
향기로운 쑥갓나물은 도시락 반찬으로 금상첨화다.
할머니의 나물은 입으로 코로 살아있다. 자주 먹었던 나물 반찬은
추억과 함께 우리 집만의 시그니쳐 반찬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