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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나로 식당을 사다!

깊은 여운을 남긴 쓸쓸하고 아름다운 영화

by 페이지 성희


《스핏 파이어 그릴 영화를 보고


한겨울밤. 메인주의 조그만 마을 길리아드에 퍼시라는 젊은 여성이 찾아옵니다. 그녀는 교도소에서 방금 출소했어요. 이곳을 고른 것은 여기 사진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거예요.

5년 동안 감옥에 있을 때 알게 된 교도관이 소개해준 이 마을 마음씨 좋은 보안관 게리는 퍼시를 한나 아주머니의 식당에 데리고 가요.

여기서 일하고 머물도록 도와줍니다.



길리아드 마을은 폐쇄적인 시골 마을이라 퍼시가 죄를 짓고 교도소에서 출소한 걸 알고 다들 경계해요. 한나의 조카 나함은 퍼시를 의심하고 몰래 뒷조사를 하죠.


사실 퍼시는 9살 때 엄마와 재혼한 계부한테 몹쓸짓을 당해요. 이 사실을 엄마에게 말하지만 엄마는 결혼생활이 깨질까봐 오히려 딸 퍼시를 때리고 함구하라고 위협해요.

16살에 임신을 하고, 술 취한 계부의 폭행에 소중한 태아를 잃자 그를 죽이고 감옥에 간 거예요.


어느 날 한나가 의자에서 떨어져 다치게 되자

퍼시가 식당을 맡게 되죠. 형편없는 음식을 내놓아도 사람들은 군말없이 먹어주어요.

다행히 나함의 아내가 도와주어 간신히 식당을 꾸려가요.


퍼시는 공모전으로 식당의 새 주인을 맞이해 보자고 해요.

공모전이란 지원자가 100달러를 내고 식당을 원하는 이유를 수필로 써서 보내면 심사를 통해 주인을 뽑는 방식이지요.



식당만 갖는 게 아니라 마을의 일원이

되는 것 , 길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울창한 숲, 외로움을 달래줄 살갑고 소박한 정을 나눌 이웃이 있는 마을 식당이기에 신중하게 새 주인을 뽑고 식당도 제값을 받고 팔아보려는 거예요.


오랜 세월 내려온 천혜의 숲과 한나의 식당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별것 아니었지만

퍼시의 눈에는 그렇지 않았던 거였어요.

형편없는 음식에도 찾아와 주고 맛있게 먹어주는 이웃들이 고맙고 특별했거든요.


퍼시는 순박한 마을 총각 조와 산책을 하며 조에게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고 말해요.

이 숲이 아무리 쓸모가 없다 해도 평생 머무를 거라고요.
이 말에 조는 퍼시에게 청혼을 해요. 하지만 퍼시는 아직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요. 더구나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몸이라 다른 여자를 찾으라고 말하며 울먹이죠.


퍼시는 차츰 마을과 식당일에 적응하게 되었던 거예요.

성실함과 따스한 마음에 마을 사람들의 시선도 점차 퍼시를 받아들여 줍니다.

한나는 매일 식당이 끝나면 자루에 통조림을 문 앞에 내놓으라고 해요.


사실 한나에게는 일라이라는 아들이 있어요. 산속에서 살면서 어머니가 남겨놓은 식량자루를 가지러 늦은 밤에 오는 거였어요.

월남전에 자원 입대했다가 전쟁의 참상을 겪고 정신이 피폐해져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죠. 외부인과 떨어져 숲 속에서 혼자 숨어서 살고 있었어요.

매일 똑같은 깡통만 담던 자루에 퍼시는

여러 가지 다른 음식을 정성껏 담아 놓아요.


퍼시는 일라이를 찾으러 숲으로 가요.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라이를 죽은 아이 이름인 자니비라 부르며 소통을 하려 애쓰죠.

이 모습을 일라아는 조용히 지켜보아요.


어느 날 계곡에서 퍼시가 울고 있는 걸 보고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슬픔을 달래 주어요.

숲 속에서 퍼시가 "길리아드의 묘약"이란 자작곡을 부르자 그가 나타나 말없이 퍼시의 가녀린 손을 잡아주어요.

그러나 한나는 아들이 퍼시와 만난다는 걸 알고 불같이 화를 냅니다.


한나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아들 일라이를 위해 식당을 판 돈을 남겨주려 해요. 공모전은 처음 예상과 다르게 모금에 성공해요. 엄청난 돈이 모여졌어요.


한나가 조금씩 다리가 나아질 때쯤 공모전이 효력을 발휘한 거죠. 한나는 식당에 도착한 수필을 마을 사람들에게 읽게 해요.

사람들이 골라준 수필로 식당 주인을

누구로 할지 최종 선택을 하고 싶었어요.


이 사실을 알고 나합은 돈을 훔치려 하지만

그만 돈을 담은 자루를 식량자루인 줄 알고 가지러 들어온 퍼시에 의해 일라이에게 전해지죠. 이걸 알고 둘이 짜고 돈을 훔쳤다고 누명을 씌워요.


오해를 받고 쫓기는 와중에 경찰이 일라이를 공범으로 몰고 산으로 잡으러 가자 죄 없는 일라이가 자신 때문에 오해를 받고 발각이 날까 봐 그에게 알리러 가요. 서둘러 가던 퍼시는 그만 급류에 빠져 결국 죽게 돼요.


나함은 자신의 오해와 질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후회하고 마을 사람들 앞에서 잘못을 고백해요.

이제 퍼시는 누명이 벗어졌지만 다시는 그토록 좋아하는 마을에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죠. 대신 한나의 아들 일라이가 퍼시의 사랑을 통해 어머니와 마을로 돌아와요


마침내 식당의 임자가 선정됩니다.

젊은 아기엄마 클레어랍니다.

아기를 갖기 전에는 삶에서 소중한 게

뭔지, 잘하는 게 없었지만 아기가 오고

난 후 이젠 어떤 일이라도 이 애를

위해서 할 거예요라는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마침내 식당 주인으로 뽑힌거였어요






누구나 과거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새 삶을 꾸려 행복해 지길 바라지요.

보안관이 한나를 소개해주면서 퍼시에게도 어두웠던 삶에 빛이 들어오게 되어요

그렇게 기회를 주는 작은 도움의 손길이 퍼시같은 절박한 사람에게 필요해요.

작은 관심과 따스한 눈길 하나로

힘을 얻는게 사람이니까요.


퍼시는 마을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아온 자신의 과거를 숲을 통해 치유받으면서

이제부터 당당하게 살고 싶어 했어요.

살인죄를 저지른 죄인이라지만 퍼시는 억울한 피해자입니다.


비록 상처로 얼룩진 과거지만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마음을 고쳐 먹은게 인생에서 중요해요. 살인죄는 지었지만 죗값은 치렀으니 이곳에서 제대로 살아보자고 용기를 낸거예요. 용기를 준 거는 길리아드의 숲 사진에서 시작되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포용과 도움이 필요했던 일라이였어요.


퍼시는 식당이란 공간에서 새 삶을 받아 들이고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성실한 태도와 함께 사람들을 바꾼건 그녀의 솔직하고 당당한 마음이예요. 결국 사람들과 더불어 어울려 살아가게 되고, 친구도 얻어요. 난생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받는 순박한 청년 조도 만나게 되네요.


무엇보다 마음이 병든 일라이를 돕는게 거룩해 보였어요. 일라이가 자신만큼 힘든 퍼시의 상처를 알아보고 진심을 다해

위로해 주는 치유자가 된 건 기적 같은 일이지요.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알아보니까요



마치 우연처럼 필연처럼 퍼시가 왔던 것처럼 마을에는 아기엄마 클레어가 와요.

클레어를 돌아온 퍼시처럼 모두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퍼시가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아기를!

어쩌면 클레어는 퍼시의 환신이었는지 모릅니다.


마침내 퍼시 대신 식당주인이 되어요.

이제 식당일로 자립하게 되고

클레어의 아기는 길리아드 숲에서 맘껏 뛰어놀며 자랄거예요.

그렇게 클레어는 이곳에서 퍼시의 바람처럼

아기를 위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클레어를 보며 만약 퍼시가 죽지 않았다면 스핏 파이어 그릴의 주인은 당연히 퍼시라고 모두 그리 믿고 있을 거예요.


스핏 파이어 그릴》은 1996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왜 관객상을 받았는지 알겠더라구요.

그저 단순한 식당 이름인데 시골 마을에 새로운 변화와 활기를 얻게 해 준 거대한 서사시가 되었어요.


주인공 퍼시가 죽음으로써 엔딩을 맞이한 희생이 안타까웠어요.

영화를 보고 한동안 마음이 먹먹해서

이 글을 시작하기 어려웠어요.

신은 가엾은 퍼시를 살리려고 이곳으로 이끌어 놓고 겨우 버티고 살만하니까 데려가시는걸까?원망스러웠어요.

동화처럼 일라이와 행복하게 식당을 가꾸며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게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아쉬웠어요.



별이 된 퍼시는 조용한 밤 길라드의 마을과 사람들이 사는 집과 숲을 지키며 오래도록 빛나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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