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배우의 동백이 엄마
나답게 꽃 피며 사는 법을 아시나요!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취미가 여러 개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드라마 보기입니다
맘에 드는 드라마를 만나면
흠뻑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지만
온 마음이 욱신욱신 멍이 들정도로
얼얼한 감동에 젖는 걸 좋아합니다.
등장인물의 말이나 행동을 곱씹고
심지어 꽃 같은 대사는 메모를 해두기도 합니다.
그러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한숨부터 내뱉습니다.
‘에고,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동백꽃 필 무렵”이 그랬습니다.
드라마는 내용만큼 배우도 중요합니다. 이정은, 공효진, 고두심 이름부터
대단한 이 배우들의 연기나 대사는
언제나 그렇듯 보는 맛과
다시 보고 또 봐도 곱씹는 맛이 남다릅니다.
이제부터 드라마 감상평 나갑니다.
동백이 엄마(이정은 배우)는 어린 딸(공효진 배우)을 버리고 사라졌다가 27년이란 세월을 건너 어느 날 딸 앞에 나타납니다.
변명 한마디 없이 딸 집에 성큼 들어와 삽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동백이 아들은 엄마와 둘이 살다가 갑자기 나타난 할머니가 아무렇지 않나 봅니다.
동백이가 묻습니다
‘할머니는 우리 집에 왜 왔을까?’
아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밥 해주려고 왔겠지’
무심히 툭 뱉습니다.
어른보다 어린애가 속 깊고 옳은 말을 하네요.
철없는 어른들을 보며 아이가 먼저 어른이 되었나 봅니다.
동백이 엄마는 삼시 세끼 싱다리가 넘치게 맛난 음식상을 차렸거든요.
세상에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가운데 밥보다 더한 선물이 있을까요!
동백 엄마 정숙 씨는 애 딸린 동백이를 마뜩잖아하는 용식 어머니(고두심 배우)를 만나러 샤를라 하게 치장하고 찾아갑니다.
“나 그냥 아줌마 아니 예요. 동백이 엄마예요. 눈썰미 없으시네.
언감생심 외모로 따지자면 용식이가 한참 떨어지는데~”
기함 차게 허세를 떨며 시어머니가 될 용식모의 기를 눌러 놓고 옵니다.
그래요! 고슴도치 모자 이야기처럼 엄마들은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가장 잘난 게
제 자식이라고 한 치의 의심을 하지 않는 거지요
그런 귀한 동백이를 엄마는 왜 버렸을까요?
버리는 데 이유가 있을까요? 이유를 이해해야 할까요?
웅산 시장 여자들이 미혼모 동백이가 총각경찰 용식이를 사귄다고 쑥덕댑니다.
동백이 엄마는 아끼는 분홍 베레모를 쓰고 나타납니다.
“마돈나가 58년 개띠인데 30살 아래인 모델과 만난 대요. 비범하게 사는 게 뭔 죄겠어요!”
말인지 방귀인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웅산 시장 여자들은 오지랖 수다 꽃다발이 시들어버립니다.
세상에 어떤 존재가 더 잘나고 못났을까요? 누굴 누구와 비교할 수 있을까요!
모두가 귀한 인생이죠!! 기죽지 말고 시들지 않고 꾸역꾸역 사는 거지요.
연쇄 살인범이 까불이 흥식일 거라고 동네가 시끄러울 때
동백이 엄마는 범인이 딸을 노리고 있다는 걸 눈치챕니다.
어느 날 밤 칼을 품고 흥식이를 찾아가 엄포를 놓습니다.
“너지? 까불이! 짐승 어미도 지 자식 해칠 놈은 백리 밖에서도 알아봐!
내가 뭐든 하나는 한다. 조심해!”
언제나 동백이를 지켜보고 보호하고 살았던 겁니다.
부모는 그런 존재입니다. 늙고 병들어 누워있어도 자식 마음을 헤아리고
죽어서도 자식의 울타리와 보호막이 되어 주시는 기둥 같은 존재입니다.
버린 자식 동백이가 자식을 낳아
엄마가 되었습니다.
동백이는 어머니가 돌아와 곁에 있어도 외로움이란 그늘이 벗어지지 않습니다.
‘허기지지 말고, 외로워하지 말고, 훨훨 살아!. 훨훨!’
호신부 같은 주문을 딸의 마음에 달아줍니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자식에게 엄마는 영원한 믿음 같은 존재입니다.
드라마를 보며 동백이 이야기지만 저에게 동백이 엄마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동백이 엄마 역의 이정은 배우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정은 배우가 했기에 드라마 속의
동백이가 브로치처럼 빛나 보였던 거 아닐까요?
요즘 드라마는 다양한 어머니상을 보여줍니다. 그 다양성 속에서 변하지 않고
빛나는 건 오직 한 가지입니다.
말 안 해도 모두 아시지요?
그렇게 내가 받은 사랑을 내 자식, 가족뿐 아니라 주변에 나누며 잘살면 되는 거지요.
무엇보다 동백이 드라마가 순애보 용식이와 더불어 해피 엔딩이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