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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민 Sep 07. 2022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자해놀이

우리 아이들이 달라졌다.
언제부터? 왜? 무엇이?

나도 잘 모르겠다.

질문을 던져 놓고 잘 모르겠다니 어이없겠지만 진심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중·고등학생 시절 사춘기가 찾아오고 아픔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반에 단짝 한 명이 없어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에 나 홀로 앉기도 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내려가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타고난 겁쟁이라 모든 생각은 머릿속에서만 벌어질 뿐이었지만 말이다.


20대에는 6년 동안 무려 여섯 개의 회사를 옮겨 다니며 치열하게 진로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 문득 진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인생 선배로서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라도 입시와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그런 마음으로 임용시험을 준비하게 되었고, 2차 면접을 준비하던 어느 날.

매우 충격적인 면접 예상 질문을 받았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자해'가 하나의 놀이, 혹은 유행으로 번지고 있는데 보건교사로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요?"


순간 자해라는 것이 생생하게 와닿지 않아 인스타그램에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지금은 그런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졌지만 4년 전만 하더라도 손과 팔 등에 칼자국과 피가 선명한 사진이 수두룩했다.


그 모습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물감으로 만든 가짜 상처가 아닐까 하며 애써 외면해 버렸다.


하지만 임용 후 불과 한 달 만에 팔다리에 수백 번의 칼자국을 낸 아이와 끓는 물에 손가락을 담가 피부가 모두 벗겨진 아이를 보건실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그저 장난으로 자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발 자신을 살려달라고 온몸으로 신호를 보내는 중이었다.


이 외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학생은 물론이고, 수학 시간에만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학생과 부모의 자살을 목격하여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학생 등 위기학생들을 숱하게 만났다.


그런데 이런 위급 상황이 내게는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에도 이런 일이 흔히 일어났을까?

물론 정신과와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그만큼 진단을 받아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단지 그 이유 때문일까?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왜 이리 힘든 것인지, 도대체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학교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교사 외에도 아동청소년과 학교 교육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다시 달라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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