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하늘을 찢고 사라지지만, 배는 천천히 수평선을 향해 미끄러져 간
당신이 탄 비행기는 하늘을 찢고 사라졌습니다.
순간의 이별.
기계적 절단.
만약 당신이 배를 탔다면
천천히 수평선을 향해 미끄러져 갔을 텐데
사라짐의 과정이 보이는 이별을 제가 견뎌냈을까요
배가 수평선 너머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누구도 발걸음을 돌리지 않습니다
저 아주머니의 훌쩍임도 배가 사라지기 전까지 끝나지 않겠지요
눈에 보이지 않게 될 때에야
마침내 헤어짐이 완성되니까요
항구의 이별이 이렇습니다
반대로 재회의 기다림은
또 얼마나 발을 동동 구르게 할까요
발을 동동 구른다고 별이 더 빛나지 않듯
배가 더 빠르게 오지도 않을텐데요
다가오는 배처럼 천천히 커지는 희망의 형태
먼 산의 윤곽이 점점 선명해지듯
항구의 재회는 이렇습니다
쇠사슬 철컥이는 소리를 들으며
녹슨 기억을 묶어두는 닻처럼 저는 여기 머물러 있습니다
여객터미널의 의자들은 각자의 무게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제 옆자리는 비어있지만
당신의 무게로 기울어진 채로 남아있습니다
재회를 약속한 당신의 얼굴이
우리의 모습이
바닷바람에
소금기에
씻겨 희미해지지 않도록
평소보다 더 자주
밤하늘의 별을 세듯
당신을 생각합니다
쓴 커피를 마시며
항구의 이별의 쓴맛을 음미하며
기다림의 토마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