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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원더와 헤세에게

오키나와의 작은 섬 이시가키에서 보낸 엽서

by 경주현

나의 원더와 헤세에게 ぼくのワンダーとヘッセへ


#이시가키에서 온 엽서


원더, 헤세

오늘 나는 망설였어.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 앞에서 한참을 서 있기만 했지.

이시가키에 있는 내내 비가 왔거든.

너희라면 어땠을까.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겠지.

바다는 들어가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항상 그렇게 말하며 달려가곤 했으니까.

기억나? 우리가 처음 만난 그 폭풍우 치던 밤,

모두가 피할 때 우리는 빗속으로 뛰어들었어.

“비는 맞기 위해 내리는 거야”라고 외치며.


요즘의 나는 우산을 챙기고, 파도를 멀리서 바라봐.

안전한 거리, 계산된 움직임.

오키나와의 작은 섬에서 너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와.

“무엇이 널 막고 있어?”

“왜 여기까지 와서 가장자리에만 서 있는 거야?”

이 편지를 쓰다 문득,

창문 너머로 보이는 새벽 바다가 속삭여.

“나는 들어가기 위해 존재한다”고.


원더, 네 뜨거운 눈물이 그리워.

헤세, 네 충동적인 웃음소리가 그리워.

어떤 이유도 필요 없이

그저 느낌만으로 세상을 품던 너희가 그리워.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며 엽서를 보내.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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